연금형 주택금융정책 ‘속 빈 강정’ 논란

산업 / 송현섭 / 2017-12-07 15:46:46
금리 연동성 외면 기존 노후복지 논리·구호만 반복돼
연금형 주택금융에 대한 정책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모 아파트 단지 자료사진.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주거복지 100만호 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인 가운데 연금형 주택금융정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7일 유관업계에 따르면 새로 도입되는 ‘연금형 매입임대’는 60~70대 고령자의 주택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HF(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 매입, 청년·신혼부부와 주거 취약계층에 공공 임대형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LH나 HF는 주택을 매도한 고령자에게 대금을 나눠서 매월 연금으로 지급해 노후 생활비를 보장하고 공공 임대주택 입주자격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기존 연금형 주택금융인 주택연금(역모기지)상품을 일부 개선한 것처럼 보이는데 주택 소유비율이 높은 고령자의 주택을 주거 취약계층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기존 주택연금조차 고령층의 노후대책으로 주목받지 못하는데도 이를 무리하게 앞세우는 것은 실효성만 떨어뜨려 주택·부동산시장의 혼선만 야기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중견그룹에서 35년간 근속한 뒤 지난해 정년퇴직한 A씨는 분가한 자녀들의 신세를 지기 싫지만 생활비 걱정에 주택연금 가입을 고민했다고 한다.


A씨는 “퇴직금으로 서울 근교에 구입한 주택에 얽힌 대출금을 갚고 나니 손에 쥐는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유일한 재산인 집을 넘기고 노후 연금형식으로 받는 상품이 있다기에 솔깃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생각보다 월 지급액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불편하지만 차라리 자녀들이 쓰던 남는 방 1개를 월세로 부동산 중개업소에 내놓고 세를 받는 편이 낫겠다고 결정했다.

A씨는 “당장 생활비가 부족할 순 있지만 내가 죽은 뒤 남은 상속재산을 자녀들이 알아서 처리하는 것이 더 낫겠다”며 “지금 월세나 금리수준에 맞지 않는 주택연금이 과연 노령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건설업에 종사하다 은퇴이후 몇 년간 쉬다가 택시를 운전하는 B씨는 “이번 정부의 로드맵이 노후대책으로 실효성이 없는 것 같다”며 “주택연금이 월세를 받는 것보다 낮은 금액을 주는데 누가 집을 내놓고 대신 작은 임대주택에서 살겠냐. 실정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쏘아붙였다.


B씨는 또 “복지 차원에서 100만호를 짓겠다는 사업도 건설사 입장에서 수익이 남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재원도 국민들 세금으로 마련한 정부 예산이 아니겠느냐. 결국 정부가 세금 올려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주택수급 불균형을 정부가 수요 위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이는데,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래 전 노령자 복지대책으로 도입했던 역모기지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에 따르면 주택가격 산정의 어려움 때문에 사실상 아파트로만 실적을 내고 있다면서 노후대책이면 돈이 필요한 고령자가 대상이 돼야 하는데, 생활비가 필요한 고령자가 대부분 아파트에 산다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문가는 HF가 변동금리 수준에 맞춰 충분한 주택연금 지급액을 주지 못할 수밖에 없으며, 아파트 담보대출을 단순 역산하는 식으로 집중 운영해와 대부분 다가구·다세대, 단독주택 등엔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일각에선 집값 산정을 보다 체계화하고, 자산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주택대출이나 임대와 연계된 부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정부가 제도 보완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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