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차익 노리다 자멸…가계부채 이미 위험수준
정부 부동산 대책은 ‘잘못된 안내방송’
[토요경제=김형규 기자] 1%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주택 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다. 봄기운을 받은 분양시장도 화기를 띠면서 건설사들은 연이어 분양물량을 쏟아내며, 간만에 아파트 분양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집값 역시 최근 2, 3년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세시장은 이미 동이 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값이 가파르게 치솟더니 집값을 추격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전세난민들은 ‘집을 살까, 말까’, ‘집을 사면 언제 살까’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부채 해결 위한 정부 정책 필요”
이에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은 “지금은 집 살 때가 아니다. 오히려 하우스푸어라면 집을 팔 때”라며 “현재 수도권 집값의 40%가 거품”이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이어 “단기적으론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2~3년 후 지난해와 올해 분양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 집값이 3분의 2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시세차익을 노리고 빚까지 내면서 집을 사는 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선 소장은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부채부담이 큰 가구들의 뇌관부터 지우려면 부동산 규제와 문턱을 높여야 한다”며 “연착륙이 어렵다면 경착륙도 아닌 ‘견착륙’을 통해 단계적인 부채 해결을 위한 정책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분양물량이 쏟아지고 있는데 부동산 업자들은 ‘청약 경쟁률이 높다’, ‘집값에 프리미엄이 붙었다’며 앞으로 집값이 오를 거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선 소장은 “보통 부동산 가격은 분양 시점에 올랐다가 입주하고 나면 오르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입주 후 3~4년 지난 후 다른 데 팔려고 하면 집값은 떨어져 있을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않아 상승세가 억눌려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선대인 소장은 2000년대 중반 부동산 통계를 살펴보면 ‘전국’ 또는 ‘모든 주택’이 조사 대상었기 때문에 집값이 실제보다 낮은 경향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사실상 ‘주택 투기’는 ‘수도권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부동산 가격의 75%를 차지했던 수도권 아파트로만 통계를 보면 주택가격이 굉장히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낮춘 경기 부양책이 주택 매입 이유
선 소장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낀 이유에 대해서는 ‘가계 부채’가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은 경기가 제대로 돌고 있지 않은 데다 가계 소득도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를 낮춰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다”며 “결국 주택 수요자들은 ‘전세난이다’, ‘집값이 오른다’라는 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불안해서 집을 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토끼몰이’ 당하듯 없는 살림에 빚내서 집은 산다면 ‘난센스’”라고 운을 뗀 뒤 “최근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게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되짚어보면 ‘그동안 빚을 내지 않고서 소득만으로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고 전했다.
일각에서 ‘부동산 거래량은 늘어나는 데 집값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에 대해선 “오히려 그 같은 상황이 더 위험하다. 거래가 늘고 부채도 늘고 있는데 기대만큼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그들은 ‘하우스푸어’를 되풀이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선 소장은 하우스푸어에 대해서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하우스푸어라면 집을 팔아야 할 때”라며 “시장은 천천히, 앞으로도 계속 가라앉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부가 지금 ‘잘못된 안내방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집을 정리 못하고 7, 8년째 계속 대출을 갈아타면서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주택자, 전세시장 남는 게 낫다
그는 무주택자에 대해서는 전세시장에 남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무리해서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오른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는 조금만 눈을 돌려 외곽으로 나간다면 선택지는 충분히 있다고도 말했다. 전세보증금을 떼일 걱정이 떼일 걱정이 있다면 전세보증보험을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대해서 선 소장은 “집을 사게 하는 것보다 가계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부채 위기가 높은 가구들의 뇌관부터 지워야한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의 정책은 단기적으론 연착륙이지만, 장기적으론 가계부채의 양과 질을 악화해 경착륙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나는 ‘견(堅·단단할 견)’착륙을 주장하고 싶다. 펌 랜딩(firm landing)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충격이 있더라도 마찰력을 높여 단계적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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