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상자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그 상자는 아내의 지문이 입력된 컴퓨터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아내는 저녁이면 샤워를 하고 나서는 가끔 그 상자를 열어 보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웃었다 하면 좀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남편은 애가 타도록 궁금했다. 그러나 아내는 결코 그 상자를 열어 보이질 않았다. 그런데 아내가 갑자기 죽을 병에 걸렸다.
남편은 이때다 싶어, 상자 안을 보여달라고 간청을 했다.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자 안에는 콩 세 알과 5만원이 들어 있었다.
“외간 남자와 한번씩 잠을 잘 때마다 콩 한 알씩을 넣었어요.”
남편은 이 말에 심한 충격을 받았으나 아내가 죽음을 앞두었으며 자신에게 솔직히 털어놓았고 또 콩도 세 알밖에 안되니 용서해 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런데 5만원은 뭐요?”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오만원은 그동안 모아두었던 콩을 팔아서 번 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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