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형적 '김영란법'…언론사 직원이 공직자냐

산업1 / 송현섭 / 2015-03-20 14:53:39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소위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형평성 및 위헌논란까지 야기하며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법은 부정한 청탁을 하거나 100만원이상 금품 등을 수수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적용범위인데 당연히 공무원을 비롯한 공직자가 포함됐지만 사립학교 및 언론사 임직원까지로 확대됐다.


대신 그토록 공익과 윤리를 강조하며 정부에서 운영 보조금까지 받는 시민단체나 우리사회에서 부패 이미지가 강한 국회의원은 제외됐다. 시민단체가 빠진 이유는 활동이 과도하게 제약된다는 것이고, 국회의원도 지역민원을 처리하는데 청탁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든다.


그러나 이 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언론사 직원 입장에서 본다면 황당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영매체 등을 빼면 언론사 대부분은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특히 기자는 공직자가 아니고 권력기관 종사자도 아니다. 꽤 부풀려진 기자 이미지 덕에 고연봉에 여기저기 들쑤시며 권력이나 휘두르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사실 사무직으로 분류되는 평범한 근로자다.


공무원과 같은 후한 복지혜택이나 정년보장과 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었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든지, 때로는 심야에도 현장을 다니며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일을 한다. 물론 언론의 특성상 사실보도에 충실하고 공익성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등 업무책임과 의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상사에게 보고하고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 회사원이지 공무원이 아니다.


일반 직장인처럼 박봉에 시달리며 월급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100만원이상 금품을 받을 처지도 아닌 필자가 불만인 것은 언론사 임직원을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권 입법과정에서 언론사가 금품이나 받아먹고 부정청탁이나 하는 집단으로 매도되는데 법적 형평성 문제를 넘어 위헌시비가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뇌물이든지 청탁관련 범죄를 저질렀다면 기존 법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는데, 굳이 '김영란법'으로 형사 처벌하겠다는 의도가 언론 길들이기 성격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항간에는 새누리당에선 강석훈·김용태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은 김기식·민병두·강기정 의원 등이 주도적으로 적용범위를 확장시켜 언론사를 포함시켰다는 얘기가 나돈다.


지난해 4월25일 국회 정무위 입법논의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이들 의원이 '공공성을 띈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란 적용대상을 확장하는데 의견을 같이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사실 김영란 전 국가권익위원장이 제출한 초안에는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초·중등교육법 등에 따른 공직자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이 범위였으나, 이들 의원은 '공공성' 등 직무성격을 내세워 민간으로 범위가 확장되도록 단초를 제공했다.


각종 논란이 야기되자 김 전 위원장은 법 적용대상에 시민단체와 노동관련 단체는 물론 의사와 변호사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론을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공공성은 공직자가 아니더라도 개인을 벗어난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반부패법'이 입법화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언론사에 다닌다는 이유로 편견에 시달리고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잠재적 범죄자라고 내몰리는 입장은 소름 끼치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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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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