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송현섭 기자] 한국은행이 경제성장세가 당초 전망치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처방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1%대 최저금리 시대가 개막됐다. 그러지 않아도 예대마진에 의존해온 은행권은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자산 운용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업계 역시 역마진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핀테크(Fin-Tech)가 금융권 최대화두로 거론되면서 금융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 공식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금이 금융개혁의 최후 기회이자 최적시기라며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 <편집자 주>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6일 공식 취임하면서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고 강력한 '금융개혁 드라이브'를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우선 임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이 우리가 금융개혁을 추진할 마지막 기회이자 개혁을 성공시킬 적기"라며 "많은 희생을 치를 수 있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을 떠나야 한다. 금융개혁은 국민들이 부여한 소명인 만큼 앞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 완수를 위해 ▲자율책임 문화 정착 ▲금융에 의한 실물경제 지원기능 강화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 등 핵심 방향을 제시했다. 자율책임 문화와 관련해선 금융당국에 역할 변화를 주문했는데 종전과 같이 금융당국이 개별 금융회사의 경영에 일일이 개입하고 지시하기보다 시장 전반을 관리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감독의 체제를 미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검사 및 제재조치 관행 등을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일선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검사·제재관행을 선진국 수준으로 쇄신하겠다"면서 "개인에 대한 제재를 기관·금전제재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비공식적인 구두지시를 없애고 공식화하고 근거를 명문화하겠다"고 언급했다.실제로 임 위원장이 취임 첫 공식 일정을 금융감독원으로 잡은 것은 이런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다.
□ 자율·창의존중 감독관행 전환
무엇보다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관행 개선의지가 눈길을 끄는데, 당장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실태 파악을 위한 '금융개혁 현장점검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임 위원장은 "금감원이 우리(금융위)의 유능한 파트너고 금융회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줄 소재의 공급자이며 관계부처는 원군"이라며 "이들 모두와 함께 할 때 금융개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 위원장은 자율 및 경쟁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엄정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 행위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모든 감독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임 위원장은 기술금융 활성화 기조는 그대로 이어가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기술력을 평가토록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현재까지 은행들은 기술금융 취급시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평가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일부 부실대출 우려가 제기되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기술금융이 지속적인 지원제도가 되도록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은행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체 역량을 배양토록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 최대화두인 핀테크의 경우 소비자의 편의 제고와 보안 강화라는 다소 상충되는 개념의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하는 솔루션 모색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실제로 그는 "핀테크관련 업계와 금융회사, 정부간 협력체계를 통해 선순환의 '핀테크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보안은 핀테크산업의 전제이자 기초가 되기 때문에 빈틈없는 금융 보안시스템을 갖추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다만 임 위원장의 취임일성은 핀테크산업 육성의 핵심으로 주목되는 인터넷 전문은행 허가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금산분리' 정책 완화에 따른 보완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임 위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 당시 금산분리를 허용하는 최소한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한 바 있다.
□ 가계부채는 미시·부문별 관리에 역점
임종룡 위원장은 지난해 LTV(주택담보 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자 급증한 가계 부채문제 해결을 우선 해결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 다만 LTV·DTI 등 총량을 규제하기보다 미시적인 조정이나 부문별 관리 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결국 금융회사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과 관련해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대책으로 나올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더불어 미시적이며 부문별로 관리하려는 노력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해 8월 완화된 LTV·DTI 효과가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가계부채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이 안되고 거시적 공조가 필요하다. 기획재정부 등과 가계부채 협의체를 통해서 정책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인식은 규제가 완화된 뒤 작년 한 해 100만건이상 주택거래가 이뤄지고, 이자부담 경감 및 고금리에서 저금리로 대출이 전환되는 등 긍정적 효과를 인정한 셈이다. 다만 임 위원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계대출 심사 및 규제에 대해서도 은행의 자율성이 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LTV·DTI 등 어떤 식으로 대출을 할 것인지는 금융회사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손실을 책임지지 않는 만큼 금융사 스스로 대출심사 능력을 키우도록 유도하겠다"고 언급했다.
□ 검사시 개인에 확인·문답요구 철폐
금융개혁 차원에서 금융사 검사과정에서 개인에게 확인서나 문답서를 요구하는 관행을 철폐하고, 금융사의 수수료와 금리·배당은 자율성 원칙을 보장하겠다 점도 눈길을 끈다. 임 위원장은 "자본시장 기능을 어떻게 강화하느냐가 미래 금융산업의 핵심"이라며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등으로 구성된 거래소제도를 분리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는 "안정적 수익처로 코스피와 함께 중소기업 성장을 위한 코스닥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상호 충돌하지 않도록 경쟁하면서 활성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거래소와 시장 참여자들의 얘기를 듣고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코넥스·파생시장본부·시장감시본부 등 상이한 성격의 기구가 거래소로 묶인 것이 올바르냐는 문제 의식에서 자본시장이 중심이 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설립ㆍ운용ㆍ판매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모험자본 투자에 대한 불합리한 위험가중치 조정 등 제약요인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도 주목된다.
실제로 상장·투자자에 대한 코넥스 운영방식도 개편이 예상되는데 시장에선 현재 3억원인 코넥스 개인투자자 예탁금 한도가 1억원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임 위원장은 국가자산과 금융회사가 상호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을 위해 연기금 운영에 국내 금융사 참여를 확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참고로 지난해 9월말 기준 연기금을 비롯한 국가 금융자산은 총 1263조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31%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금융개혁의 번격화를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고위 심의기구로 '금융개혁회의'를 설치하고, 금융위원장을 단장으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금융개혁추진단을 구성키로 했다. 또한 임 위원장은 매주 1∼2회 일선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직접 청취해 정책에 반영하는 등 소통을 강화키로 했다.
더불어 모험자본 활성화 의지도 표명됐는데 임 위원장은 취임 이후 2번째 공식 일정으로 한국거래소(KRX)를 찾아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자본시장의 낡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사모펀드와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 탁상공론 관행 탈피·'현장처방' 행보 나서
소위 '임종룡식' 금융개혁은 일단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현장처방'으로부터 시작됐다. 임 위원장은 취임직후 "간부회의는 현장에 가서 들은 것을 책상에 놓고 논의하는 것으로 하겠다"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강조하고 있다.
위원장 본인이 현장 실무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금요회'를 신설하겠다는 방침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되는데 당장 구체적인 성과가 눈길을 잡고 있다. 우선 감독당국에서 기관주의 3회를 받게 되면 해외진출 및 신규사업 진출이 제한됐던 '삼진아웃제' 폐지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기관주의를 3번 받으면 신규업무에 진출할 수 없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제재성격이 있다"면서도 "달리 본다면 우리 금융사들의 발전을 저해하는 자승자박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실채권 정리비율 등 영업규제 역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 위원장은 "질서와 소비자 보호는 정교하게 만들고 한층 강화하겠다"면서 "영업규제는 완화·개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금융규제를 제재일변도에서 탈피해 소비자 보호와 시장질서 유지는 강화하겠지만 규제를 유형화해 전반적인 금융사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자금이체 수수료를 비롯한 금융사 수수료 체제나 대출ㆍ예금상품에 가산되는 금리나 배당수준 등은 각 금융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준다는 방향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인다.
이를 반증하듯 임 위원장은 취임 첫 일정으로 금감원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서태종 수석 부원장 등을 만나 금융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임 위원장의 현장행보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금융개혁을 위해 금감원과 협력이 핵심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 개혁 드라이브 불구 산적한 과제 '눈길'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항로를 제대로 잡지 못해온 금융개혁에 기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촉발하고 있다. 특히 개혁의 시작은 자율책임 문화 정착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기존 규제시스템을 일대 쇄신하면서 금융사들 스스로의 변화를 독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일선현장을 중시하는 임 위원장의 행보가 '임종룡식 금융개혁 드라이브'의 시동을 건 것이다. 그는 "우리금융은 전혀 경험하지 못한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금융부문의 낙후성과 폐쇄성, 각종 제약과 규제 등에 따른 보수성이 시대변화에 맞춰 개혁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임 위원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금융서비스와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실물경제과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금융시스템에 대해 비판했다. 이를 반증하듯 금감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은 국민총생산(GDP)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통 예대마진에 의존해온 수익력 악화가 가져온 결과로 2001년부터 2007년 국내은행의 총자산 증가율은 평균 9.4%로 같은 기간 GDP성장률 4.7%를 약 2배나 앞질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은행 총자산 증가율은 평균 2.6%로 급락하면서 GDP성장률 3.0%에도 미달할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에서 발생하는 경상이익으로 수익 창출역량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익률 역시 2004년 1.90%에서 2013년에는 1.01%로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경쟁력이 저하로 결국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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