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송현섭 기자] 금융권에 새로운 실세로 부상한 서강대 출신 금융인의 모임인 소위 '서금회' 멤버들이 곳곳에서 요직에 오르며 각 금융사 인사철마다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논란거리다. 우선 초대 서금회 회장인 박지우 국민은행 전 수석 부행장이 최근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됐고 정한기 호서대 교수 역시 우리은행 사외이사 후보로 낙점을 받았다. 과거 금융권에서 기획재정부 출신을 부르는 '모피아'와 금융감독원 출신자를 뜻하는 '금피아' 등이 빠져나간 자리를 서금회 인맥이 차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작 멤버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조직의 실체가 없이 식사나 같이 하는 친목모임일 뿐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서금회 인맥이 금융권에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만큼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 <편집자 주>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소위 '서금회'가 최근 잇따라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면서 각 금융회사 실세 사조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서금회 멤버들은 기재부 출신 '모피아'와 금감원 출신 '금피아'가 대거 퇴출되는 동안 급속도로 세력을 확대하면서, 각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는 등 무시 못할 세력으로 등장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최근 4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선정하고 공식 선임을 추진하는데, 3명이 정치권 출신의 '낙하산 인사'이고 나머지 1명이 서금회 인맥으로 채워졌다.
일단 서금회 출신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 선임에 정치권 입김이 작용하고 같은 서금회 회원 정한기 호서대 교양학부 초빙교수가 후보가 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지분을 가진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그동안 정치권 출신으로 채워졌는데 앞서 이명박 정부당시 고려대 출신 정계 인맥의 전리품 중 하나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서금회는 지난 2007년 결성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으로 같은 대학을 나온 박근혜 대통령 집권한 뒤 금융권의 핵심실세로 떠올랐다. 서금회를 둘러싼 논란은 멤버들이 단순 친목을 도모에만 머무르지 않고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 사조직이 금융권 인사 '좌지우지'
이를 반증하듯 서금회 멤버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동문인 공명재 감사를 임명했다. 비록 회원은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같은 대학 후배로 대표적인 서금회 멤버 홍성국 부사장을 KDB대우증권 사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KB금융그룹에선 서금회 창립멤버로 초대이자 2007년부터 6년간 회장을 맡았던 박지우 국민은행 전 수석 부행장이 KB캐피탈 사장으로 내정되면서 논란이 불붙고 있다. 박 전 부행장은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문제를 둘러싼 KB금융과 국민은행간 최고위급 갈등으로 불거진 KB사태 당시 논란의 핵심인물로 금융당국에서 징계를 받아 퇴진한 바 있다.
앞으로 서강대 출신인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이 KB금융그룹 편입이후 초대 KB손해보험 사장에 선임될 경우 서금회 논란이 또 다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내달쯤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현지영업을 위한 지주사 승인을 받는 대로 LIG손보 최종 인수를 끝내고 사명을 바꿔 KB손보 초대 대표로 김 사장을 선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결국 금융권에 서금회 파워가 인사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투명성과 공정성이 보장돼야 할 금융사 인사시스템 배후에 사조직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는 또 과거 기재부·금감원 출신인사들이 각 금융사 인사에 개입하고 조율했던 과거 금융궈 인사의 병폐가 살아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금융권 인사에서 서금회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한다는 후문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실력보다 특정세력 줄대기에만 급급한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다.
□ '실체 없다' 주장은 설득력 떨어져
당초 서강대 출신 인사들은 현 정부 집권초기 박 대통령의 동문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는 상황이 있었으나, 임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금융권 요직을 차지해 위력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공공연히 지난해 3월 취임하자 보은인사 논란이 일었음에도 불구, "나는 (박근혜) 대통령님을 사랑합니다"라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이 행장은 서금회 논란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하는 모임"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금회에서 가장 나이 많은 회원이자 대선캠프에서도 활동했던 이 행장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된 측면이 많다.
대신 이 행장은 서금회 회원들이 금융권 요직에 임명되는데 대해 "서강대 출신 금융인이 소양을 갖추고 성실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서금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회원에게 역효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차기 금융연구원장에 내정됐다.
이는 비판적 여론 때문에 당초 서금회의 핵심멤버로 주목받았던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가 금융연구원장으로 유력했던 상황이 급반전돼 결국 낙마했다는 후문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금융권 전반적으로는 서금회의 약진 내지 세력확장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는 상황이다.
모피아나 금피아 등에 대한 취업 제한조치 등이 구체화되고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득세한 고려대 인맥이 퇴출된 만큼 경쟁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반면 현 정부 임기가 3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주요 금융사 CEO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서금회의 전성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많다.
□ 정치권발 역풍 우려 제기도 많아져
서금회에 비판적인 시각은 존재하지만 현재까지 내정됐던 인사가 원안대로 확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걱정은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더욱이 서금회 내부적으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올초 20%대까지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해 정치권발 역풍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금회는 2007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것으로 계기로 만들어져 처음엔 10여명 정도였다가 18대 대선을 앞둔 송년회에 300여명이 몰릴 정도로 규모가 늘어났다. 이들 회원은 은행과 보험·증권·카드사 등 금융권 전반에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적 배경 때문에 서금회는 만약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치적 역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경우에는 롱런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특정학교 출신이 금융권에서 득세하는 것은 실력 있는 인재를 배제하고 줄 대기에 골몰하게 만드는 구태의 재연"이라며 "일개 사조직이 정치권과 연계된 활동을 벌이고 있어 최근 화두로 제시된 금융개혁이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 입김이 여전한 각 금융회사 인사에서 서금회 논란은 또 다른 문제거리"라며 "정치권 줄대기가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금회가 이름을 알린 계기는 지난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선임 때부터다. 같은 회원인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유임이 유력한 이순우 전 행장을 제치고 임명됐고, 수개월간 논란 끝에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CEO를 차지한 홍성국 KDB대우증권 사장도 주요 회원이다.
현재 서금회 회장은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이 맡고 있으며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LIG손보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주요 멤버다. 정치권 인사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자문위원으로 있는데 서 시장은 친박계 핵심인물로 유명하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정치권 낙하산 인사도 논란거리
한편 최근 금융권 인사에서 정치권 출신인사들이 대거 자리를 잡으면서 소위 '정피아' 논란이 한창이다. 특히 이들은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전문성도 전혀 없이 연줄로 자리를 차지하면서 금융산업 경쟁력을 해친다는 비난을 초래하고 있는데,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6일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서금회 멤버 정한기 호서대 교수와 홍일화 여성신문 상임고문, 천혜숙 청주대 경제학과 교수,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등 4명을 선임했다. 고성수 원장을 제외한 3명은 정치권 출신 또는 연관된 인사로 홍 고문의 경우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17대 대선 선대위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그는 오는 6월 산업은행 사외이사 임기가 끝나기 전에 우리은행으로 옮기는 셈이다.

천 교수 역시 남편이 새누리당 소속 이승훈 청주시장인데 앞서 우리은행은 작년에도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를 상임감사로 선임한 바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을 비롯해 고려대 출신이 각 은행을 차지해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특히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취임 3개월이 지났으나 KB금융 사장 및 국민은행 감사를 선뜻 선임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 외압 때문이란 후문이 나오고 있다. 박봉수 하나은행 사외이사의 경우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 국회 재경위 수석전문위원 출신이고 조용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대표특보, 강원도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박원구 경남은행 사외이사 역시 새누리당 행복추진위 민생경제위원을 역임했고, 권영준 사외이사도 한나라당 경남선대위에서 몸을 담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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