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기업사정 칼 뺐다…사실상 MB측근 겨냥

산업1 / 송현섭 / 2015-03-20 14:07:57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이어 경남기업 등 줄줄이 비리의혹 거론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최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기업사정 칼날이 사실상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 수사선상에 오른 인사들이 전 정권 실세였던 박영준 전 차관과 이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 만큼 사실상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다만 신세계나 동부그룹의 경우 검찰이 과거 비리첩보를 접수했으나 수사에 진척이 없어 재계에서는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재계는 그동안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업들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정부 현안에 일부 반대한 기업들에 대한 보복성 사정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 <편집자 주>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계기로 시작된 검찰의 대규모 기업사정의 칼날이 과거 이명박 정부 실세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베트남 현지법인에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한 의혹을 집중 수사하고 있는데 지난 13일 본사 압수수색에 이어 17일에는 베트남사업 관련업체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지난 17일 부산 흥우산업 본사와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팀이 압수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하도급계약 거래관련 서류 등을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이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비자금 조성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흥우산업 관련 3개사 본사 사무실과 관계자 거주지 등에 대해 검사와 수사관을 급파,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함께 검찰은 포스코건설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베트남 법인장을 지내며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박 모 상무 등 2명이 지난 15일 조사를 받았다. 곧이어 포스코건설 감사실장과 감사실 부장 등도 소환돼 포스코건설 감사실이 내부감사를 통해 이를 적발한 경위 등을 집중 추궁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해당 비자금이 베트남 사업관련 발주처 등에 리베이트로 제공됐다는 회사측 주장의 타당성과 국내로 반입된 비자금은 없는지 조사를 진행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검찰이 비리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정동화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 소환 역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포스코건설에 이어 경남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기업사정의 칼날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을 조준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기업사정은 초기임에도 불구, 포스코와 자원외교·방산비리 등 소위 '포·자·방'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전 정권의 핵심측근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 포스코 전 경영진, 친이계와 유착 의혹


무엇보다 포스코와 이명박 정부 측근간 유착관계가 이번 사정의 핵심인데 이번 포스코건설 수사는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과 친이계와의 관계를 밝혀낼지 주목된다. 앞서 정 전 회장은 회장 취임당시 박영준 전 차관의 인사 개입설이 제기됐는데 포스코가 계열사를 늘리며 무리한 M&A(인수합병) 역시 박 전 차관 등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사건 당시 정 전 회장이 정권실세에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으나 검찰은 결국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사용처를 밝히는데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데, 정준양 전 회장과 정동화 포스코건설 전 부회장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전 정권과의 유착관계가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검찰이 최근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나선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으로 보이는데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자신이 19대 여당 국회의원 출신으로 대표적인 친이계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성 회장은 또 충청권 출신 정·관계 및 언론인으로 구성된 '충청포럼'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이 전 의원은 해외자원 개발사업 등을 주도하면서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전 사장과 함께 각종 논란의 핵심에 서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광물공사가 암바토비 사업에서 철수한 경남기업의 지분을 고가에 매입해 116억여원의 손실을 입은 것과 관련해 이 전 의원과 김 전 사장 등이 개입한 것으로 의심을 사고 있다.


▲ 검찰의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를 계기로 포스코 전·현 경영진 등 사정수사가 확대될 조짐이다. 특히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과 친이계 실세였던 박영준 전 차관과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가운데)과 유우익 전 대통령실장(오른쪽), 박영준 전 차관(왼쪽)이 2009년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로 출근하는 장면.


아울러 석유공사의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개발 컨소시엄에 경남기업이 참여해 3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입는 과정에 성 회장과 일부 친이계 인사들이 비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김신종 광물자원공사 전 사장과 함께 이명박 출범당시 전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김 전 사장의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 해외순방을 9회나 수행했고, 이상득 전 의원의 해외 자원외교에 7회나 따라나서 전 정권 자원외교 비리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돼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 신세계·동부 등 사정정국 확대 조짐


이와 함께 검찰은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와 별개로 신세계·대기업 몇 곳에 대한 비리첩보를 검토하며 수사를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에 한정된 수사범위가 포스코 전·현 경영진이 연루된 기업사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일부 대기업을 포함한 대대적인 사정정국이 확대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동부그룹에 대한 비리의혹이 제기됐는데 서울중앙지검은 이들 기업의 수상한 거래가 있다는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첩보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확인한 뒤 검찰에 통보한 만큼 관련 혐의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우선 신세계는 그룹 계열사 당좌계좌에서 발행된 수표가 물품거래에 정상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현금화된 부분이 포착된 상황이다. 이 자금이 법인 또는 임직원간 계좌로 흘러 들어간 정황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검찰의 수사의지에 따라 사정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


또한 검찰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주변 의심거래 보고도 이뤄졌는데 김 회장이 회사자금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자녀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신세계와 관련한 의혹은 앞서 내사종결이 검토됐었는데 일단 검찰도 사정바람에 대한 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 검찰은 포스코건설 수사에 착수하면서 "비자금 의혹만 보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룹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해 금융조세조사2부에 접수된 동부그룹 첩보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재배당됐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 긴장한 재계, 경영활동 위축 우려


앞서 이완구 국무총리가 최근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검찰을 동원한 고강도 기업사정이 시작된 만큼 재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사실 비리를 저질렀다면 제재나 처벌은 당연하겠지만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은 기업의 경영활동의 위축으로 이어져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사정대상으로 거론된 모 회사 관계자는 "최근 각종 투서가 빗발치고 근거가 불분명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며 "신규사업은 고사하고 기존사업도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 검찰 깃발이 날리는 대검찰청 청사 전경.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기업 역시 항간에 검찰의 수사대상으로 얘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회사 경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전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업사정이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비협조적인 기업에 대한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집궈 3년차를 맞아 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가 요구한 임금 인상에 반대하거나 법인세 인상 등에 반기를 든 기업을 손볼 수 있다는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추진한 각종 정책현안에 대해 재계가 반대의사를 밝힌 것에 대한 보복성격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며 "부패와의 전쟁도 중요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부터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경환 부총리와 경제단체장 간담회가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보기에 따라 기업들이 왜곡된 시선을 받을 수 있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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