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송현섭 기자]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2012년부터 입안을 주도해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입법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 법의 취지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을 경우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2012년 제안된 뒤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고 2015년 1월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올해 3월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법제처 심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 후속절차를 거쳐 공포되면 1년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6년 10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 <편집자 주>
한국판 반부패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세간의 뜨거운 관심 속에 위헌논란이 부상하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세월호 사건으로 불거진 우리사회의 부정부패 불감증에 대한 국민여론을 등에 업고 입법화가 급속히 추진돼 후속절차를 거쳐 오는 2016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법률이 발효되면 공직자는 물론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유치원 등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 또는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2012년 최초 입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10일 사립학교 교원·언론인이 적용대상에 포함되자 위헌시비가 제기된 데 대해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서강대에서 열린 회견을 통해 "우리국민 69.8%가 사립학교·언론인이 포함된 것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면서 "그런 것에 비춰 과잉입법 또는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이미 민간에서조차 개혁에 나서는 마당에 잘못됐다고 비판만 할 수 없다"며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 확대한 것인 만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권익위원장으로 재직당시 공직자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를 방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을 제안했고, 일부 조항이 정치권의 입법논의 과정에서 후퇴하거나 제외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 민간부분 부패문제도 심각한 수준
김 전 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사회의 반부패문제 해결과 혁신을 위해 가장 먼저 공직분야가 솔선 수범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공직분야 변화를 먼저 추진한 뒤 다음단계로 민간분야로 확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민간분야 부패도 매우 심각하다. 공직사회의 부패문제를 새롭게 개혁하고 2차로 기업과 언론·금융·사회단체를 포함한 모든 민간분야로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범위와 속도·방법문제는 별도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전 위원장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한데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볼 수밖에 없다면서 위헌여부 최종판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다만 김 전 위원장은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이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청탁을 예외대상으로 규정한데는 "자칫하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브로커처럼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브로커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입법법을 통해) 적절히 걸러지겠지만 문을 열어놓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고 만든 취지에 비춰 (선출직 공직자) 본인들에게 스스로 걸러주는 것을 맡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당초 원안에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수수 금지·이해충돌 방지 등 3가지 규정이 있었지만 2개만 통과됐다"며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금지하는 이해충돌 방지규정이 빠졌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또 산고의무가 잇는 가족의 범위도 배우자로 한정하는 등 원안에서 일부 후퇴한 부분 역시 아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이해충돌 방지'조항 빠져 실효성 의문
실제로 원안에 있었던 이해충돌 방지조항은 여야가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막판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의결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상조회나 동호회·동창회·향우회·친목회 등 구성원으로 지속적인 친분관계인 사람이 질병과 재난 등 어려운 처지의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나, 직무관련 행사에 주최자가 통상범위 내로 참석자에게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 등은 금지대상에서 빠졌다.
이와 함께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할 경우 반환하거나 인도 내지 거부의사를 표하면 처벌 및 과태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법안의 핵심이던 이해충돌 방지부분에서 정부안보다 크게 후퇴한 만큼 실효성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는 공직자의 4촌 이내 친족이 직무와 관련되는 일을 한다면 해당 공직자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항의 경우 위헌소지가 높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국회는 권익위에 관련내용을 고쳐, 4월 임시국회에 수정법안을 다시 제출토록 요구한 상태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자신과 가족의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직무에서 배제하거나 금품거래 등을 신고토록 한 내용이 역으로, 친족관계로 제재를 받는 것은 모순이란 논리다. 따라서 국회 정무위는 공직자를 직무에서 배척하는 대신 이해충돌 사항이 있으면 신고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안 등 대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선 단순 신고나 사실 공개만 해서는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공직자와 가족 등의 재정적 이해가 걸려 있는 특정사안을 회피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시 징역 1년에서 5년까지 형사 처벌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는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공직자의 업무를 즉각 중지시키며, EU(유럽연합) 역시 공직 후보자 내지 신규 임용자는 이해충돌 사실을 신고토록 하고 임용 전까지 이를 해결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 국회의원 등 선출직 예외적용 논란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안은 선출직 공무원을 모두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고 하지만 부정청탁 금지의 예외조항을 통해 혜택을 부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우선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은 법 적용에서 제외된 것은 아닌데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등 지방 선출직 공무원 모두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이는 법의 적용을 받는 공공기관과 공직자 범위에 국회와 중앙 행정기관 및 소속기관, 지방자치단체, 국가·지방 공무원법에 따른 공무원들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부정청탁 금지에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만큼 사실상 선출직 공무원이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법 5조 2항의 3에 따르면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개정, 폐지 또는 개선관련 제안 및 건의를 할 수 있도록 허용돼있다.
이는 당초 정부안은 공익 목적으로 공직자에게 법령 등의 제정·개정·폐지 등을 요구하는 행위에 한정해 예외로 인정한 점에서 예외가 적용되는 것이다. 작년 마련된 정무위 안에는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추가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심지어 일부 국회의원들은 지역주민의 고충이나 민원, 지자체의 예산요청을 들어야 하는 등 정당한 민원통로까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원안 수정이 당연하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가 적용대상에서 빠진 이유를 둘러싸고 정치권과 유착관계를 들어 부정적인 여론도 존재하고 있다.
□ 시민단체는 적용배제·언론사는 왜
실제로 당초 국민권익위가 입법 예고한 법안에는 시민단체는 물론 정당까지 포함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진행된 정무위 논의에서 시민단체의 정당한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곧바로 제외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치권의 주장에는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입법 로비스트나 브로커로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과거 시민단체 출신인 상당수 현역 국회의원들은 각기 자신이 활동하던 시민단체와 연계를 갖고 있으며, 이들이 브로커나 로비스트 역할을 하지 않을 보장이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 관련 비리사건에 비춰 정치인 후원금이 뇌물 수수를 위한 통로가 돼온 만큼 정치인 후원금을 제외한 법에 실효성이 확보될 것인지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같은 논리라면 언론사 임직원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는 헌법에 배치된 과도한 민간영역 확대 적용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각종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기구가 정말 공정하고 투명할 수 있느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시민단체 소속이란 이유로 법 적용대상에 빠진다면 과연 무엇으로 이들의 전횡 내지 비리 개입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 일부 법률 전문가들의 전언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관계법령에 따르면 1인당 특정 정치인에게 제공할 수 있는 연간 후원금 한도는 500만원으로 정해져있고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나 후원금은 사실상 제한이 없는 셈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공직자가 100만원이상 받으면 3년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이하 벌금형을 받게 되는데 법적 형평성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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