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편으로 부당청구·과잉진료 줄어드나

산업1 / 송현섭 / 2015-03-13 17:59:45
병원서 보험사로 직접 실손보험금 청구…'미청구분' 급감 전망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금융당국이 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실손보험제도 개편에 착수해 보험상품 가입자 개인이 아닌 병원에서 보험금을 직접 청구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1만원이하 소액 진료비에 대한 실손보험금이 절반 넘게 청구되지 않고, 일부 입원비 보험금도 받아가지 않는 등 법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을 통해 가입이 의무화된 만큼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무려 3000만명에 달하고 있어 국민들의 의료보장체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따라서 효과적인 실손보험 심사평가가 이뤄지면 과잉진료나 보험금 부당 청구가 줄 것으로 예상되나, 선택진료수익 저하를 걱정하는 의료계의 반발 움직임이 포착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편집자 주>


금융당국이 민영보험인 실손보험제도를 개편해 개인 가입자가 아닌 병원에서 직접 보험금을 청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당국은 병원이 실손보험금을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게 되면 보험금 지급에 대한 심사평가 기능이 강화돼 과잉진료나 진료비 부당 청구 등 사례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10일 인사청문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실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이 우리나라 사회의 의료보장체계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제도 개편으로, 보험관련 민원이 대거 감소하고 소비자 불편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셈법이다. 또한 1만원이하 소액 진료비나 일부 입원비 등에 대한 보험금 미청구 사례도 급감해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규모가 획기적으로 경감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소비자 편익 증대에도 불구, 선택진료 등 수익 악화를 우려한 의료계는 과중한 업무부담이 될 것이라며 당국의 정책방향에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 건강보험 비적용 치료비 80∼90% 보장


실손보험은 환자가 병원에서 받는 치료비의 대부분을 보장하는데 진료비의 상당부분이 건강보험으로 커버되나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비 중 80∼90%를 실손보험이 맡고 있다. 특히 최근 의료비 지출규모가 확대되면서 사고 발생에 따른 막대한 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실손보험 가입자수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3년말 기준으로 손해보험업계에서 실손보험 가입한 경우는 2500만명에 달하며, 생보업계가 600여만명 공제 등 상호부조 형태의 조합까지 합칠 경우 가입자가 무려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중복 가입자도 존재하지만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우리나라 국민 5000만명 중 절반이상은 이미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60세미만 연령대의 실손보험 가입률은 64.7%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입자가 5000여만명에 달하는 건강보험에는 못 미치지만 실손보험은 가장 많은 국민들이 가입한 보험상품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경우 가입자수는 총 1500만명 수준이기 때문에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거나 과잉진료 및 부당 청구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는 만큼 법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 피보험자가 전 국민의 50%를 넘는 가운데 실손보험을 국가 의료보장체계의 다른 축으로 인식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 보험금 미청구·과잉진료 사라지나


무엇보다 이번 제도개편에 따라 병원이 진료기록을 근거로 보험사에 직접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면 가입자 입장에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못하거나 항목을 빠뜨리는 일이 사라지게 된다. 이와 관련 보험연구원이 최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험금 미청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원이하 소액 외래 진료비 중 미청구 건수비중은 51.4%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보험금 절반이상 받지 못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인데 1만원이 넘는 진료비의 경우도 9.6%가 보험금을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약을 처방 받는 경우에도 8000원 미만의 49.5%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으며, 8000원이상에서는 6.6%에 이른다.


더욱이 건당 보험금 미청구 액수는 1만원이 넘는 외래 진료비는 평균 2만584원, 복약처방이 8000원을 넘는 경우는 평균 1만1392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입원비를 청구하지 않은 비율이 4.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건당 입원비가 평균 32만5000원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보험금 미청구 사유는 '금액이 적기 때문'이란 응답이 전체의 87.7%로 가장 많았으며 '진단서 등 발급비용 지출'에 따른 부담이란 답변이 7.2%, '번거로운 청구과정 때문'이란 응답도 4.3%로 조사됐다. 또한 제도 개편이 이뤄지면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이 실손보험금 청구내역을 살펴볼 수 있어 과잉진료나 진료비를 부당 청구하는 관행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비급여 건강보험 진료비중 확대


보험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체 치료비에서 현행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손보사에 제출된 병원 진료비 내역을 분석하면 전체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 비중은 2011년 60.3%에서 작년 10월까지 65.8%로 확대됐다.


이는 같은 시점 34.2%의 급여 진료비 비중에 비해 2배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고가의 비급여 선택진료를 권하기 때문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제도 개편에 대해 보험사 입장에서도 가입자들이 소액까지 일일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의료비 지출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병원이 보험사로 하여금 실손보험금을 직접 청구하토록 하는 제도 개편방향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편익을 제고할 수 있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병원 등 의료기관이 보험금까지 청구를 하면 현실적으로 많은 업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논리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지난 2013년 12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궐기대회’에서 대한의사협회 회원들이 포크레인을 동원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서는 의료기관이 적합한 진료 및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고가의 선택진료가 상당한 수익원이 되는 실정에서 진료비 심사까지 받는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보험사에서 진료비를 환급받기 위해선 대략 1∼2주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의료기관이 자금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실손보험 상품이 다양하고 복잡해 개별 환자의 부담금을 산출하는 작업 역시 쉽지 않고, 만약 보험금이 잘못 지급되면 피보험자인 환자에게 환급을 받아야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


□ 상품별로 다른 약관으로 혼란 예고


특히 보험업계와 의료계에서는 건강보험과 다른 급여기준과 각 상품별로 상이한 보험약관에 따라 상당기간 혼선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의 경우 급여 기준과 의료수가가 동일하지만 민영 실손보험은 약관이 서로 달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금융 및 보건당국이 제도 개편에 앞서 실태분석과 함께 보험약관 정비 등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곧바로 시행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협회의 경우 민영보험의 영역을 공적인 건강보험과 같은 체계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환자들의 진료에 매진해야 할 병원 등 의료기관이 실손보험금 청구부담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금융당국은 제도 개편에 따른 일시적인 혼선이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환자와 보험 가입자들의 편익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립과 갈등이 우려되는 이해 당사자들을 잘 설득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정책방향에 맞춰 협의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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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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