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무책임한 엉터리 사외이사 판친다

산업1 / 송현섭 / 2015-03-13 17:52:49
1시간 회의 참석하고도 보수는 최고수준…770만원까지 챙겨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금융권 사외이사제도가 당초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견제와 감시를 강화하기 위한 기능보다 높은 보수와 부대 지원특혜만 챙기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이권 개입으로 인해 발생한 KB금융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 심지어 1시간여 회의에 참석한 것이 업무의 전부인 일부 금융기관 사외이사는 시간당 보수를 계산하면 무려 770만원까지 보수를 챙기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외이사들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선임과정에 정치권으로부터 큰 영향이 받는데다가 높은 보수와 대우만 받을 뿐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임무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 <편집자 주>


당초 경영진의 전횡을 막기 위한 감시와 견제기능 강화를 위해 도입된 금융권 사외이사제도가 고연봉에 각종 특혜만 받는 무능한 태도로 비난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외이사제도는 당초 회사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진을 견제해 주주들과 기업 내·외부 이해당사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위한 필수적이란 이유로 앞다퉈 도입됐다.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작년 9월19일 명동 본사에서 임시이사회 직후 문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명직 사외이사, 신성환 사외이사,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조재호 사외이사, 고승의 사외이사.


그러나 금융기관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우선 이들 금융기관 사외이사는 경영이나 업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 대신 높은 보수와 각종 특혜적인 대우를 보장받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반증하듯 최근 공시된 각 금융기관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시중은행 사외이사들은 본연의 역할보다 가금 열리는 회의에 참석한 대가로 수백만원에 달하는 높은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당 기준으로 최고의 보수를 받은 사외이사는 지난 2013년 3월 하나은행 사외이사에 선임됐다 작년 3월 퇴임한 인사로 불과 3개월 근무하고 받은 보수총액이 1160만원에 달했다. 그가 수행한 유일한 업무는 간담회에 참석한 것인데 1시간30분만에 받은 보수가 1160만원인 만큼 이를 시급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시간당 무려 773만원을 챙겨간 셈이다.


액수만 따져본다면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금융권 전체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외이사는 지난해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내부갈등이 불거진 KB금융 사태에서 방관하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동반 퇴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했다.


또한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9700만원의 연봉을 받아 금융권은 물론 전체 국내기업 사외이사들 중 최고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KB금융지주 이종천 사외이사는 8700만원, 김영진·황건호 사외이사는 각기 8600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 사실상 '거수기' 역할불구 고소득 올려


이들 금융권 사외이사는 고액 연봉을 받는 보수에 따른 역할은 제쳐두고 고가의 건강검진 등 여타 부대지원에서도 특혜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본인 350만원, 배우자 150만원 등 총 50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건강검진 지원해준 것으로 나타났는데, 과도한 특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아울러 메리츠화재는 본인과 배우자를 포함해 300만원, KB생명의 경우 본인·배우자가 각각 100만원씩 지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양상은 보험업계에서 일반적인 관행으로 굳어져있는 것으로 나타나 앞선 회사들은 물론 동부화재 120만원, 코리안리가 본인·배우자 120만원씩 등 사외이사들에 건강검진 지원혜택을 제공했다.


심지어 사외이사들이 소속된 각종 단체가 금융회사로부터 상당한 후원금을 수수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김기영 사외이사가 광운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당시 학교를 운영하는 광운학원 재단에 총 2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종천 KB금융 사외이사의 경우 자신이 회장을 맡은 한국회계학회가 사외이사에 선임된 2011년이래 국민은행에서 80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KB금융 사외이사와 관련된 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1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는 고액의 연봉과 각종 부대혜택, 심지어 사외이사 자신이 관련된 단체 후원금까지 받아가며 독립적으로 경영진 감시와 견제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만큼, 사실상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찬성밖에 할 수 없는 '거수기'역할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가 공개된 총 13개 은행의 지난해 진행된 이사회 회의에서 경영진의 의사에 상반된 의견을 제시한 사례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민은행 사외이사진 5명이 KB금융 사태로 내홍이 격화됐던 당시 이건호 전 행장 등 주전산기 전환에 대한 안건에서 이례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마저도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KB금융 회장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했다는 점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 선임과정 투명·공정성 확보돼야


따라서 금융사들은 이들 사외이사에게 고액의 연봉과 혜택을 제공해 경영진에 우호적인 세력으로 만들어 이사회에 거수기 역할을 하도록 보장하는 악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각종 외압이 만연하다면서 경영진의 입김, 심지어 정치권이나 학계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금융사 경영진 입장에서 어차피 자신의 측근을 선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편을오 만들기 위해 높은 연봉이나 혜택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며 사외이사 후보 자신이 자신의 정·관계 및 업계 인맥을 총동원해 접근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실질적인 견제를 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도덕성 측면에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금융권 인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외이사제도가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회사의 투명한 경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은 물론 권리에 따른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융권 인사에 대한 독립성과 공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은 물론 정치권과 정부 등 외압이나 인맥을 동원한 인사청탁 관행이 척결돼야 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경영학자는 "외국에선 기업을 실제로 경영한 경험을 사외이사 선임ㅌ의 기본요건으로 제시한다"며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자격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인사에 대한 외압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 사외이사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한지 20년이 지났다면서 아직까지 사외이사들이 감시와 견제기능을 수행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또 "관치금융 관행과 함께 정치권 영향력과 과도한 각종 규제 등을 개선해야 기업들이 스스로 사외이사의 역할을 인식하고 공동 운명체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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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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