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이주의 인기 키워드

산업 / 홍승우 / 2015-06-24 11:08:09
‘신경숙 표절’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이번 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는 ‘신경숙 표절’이다. 한국 문학를 대표하는 여류작가 신경숙 씨의 단편소설 ‘전설’(1996)이 표절시비에 휩싸이며 뜨거운 공방이 오갔다.


지난 16일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씨가 한 온라인매체를 통해 신 씨의 단편소설 ‘전설’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발단이 됐다.


이 씨는 ‘우국’과 ‘전설’의 한 문단을 비교하면서 설명했다. 다음은 이 씨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대목이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미시마 유키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신경숙)


▲ 이응준 소설가(왼쪽)와 신경숙 소설가

이 씨는 이에 대해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이라며 “감춘다고 감춰질 문제도 아니며, 감추면 감출수록 악취가 만발하게 될 한국문학의 치욕이 우리가 도모할 일은 더욱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씨의 표절의혹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1999년 여름호에 발표한 소설 ‘딸기밭’은 재미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의 상당 부분을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프랑스 작가 패트릭 모디아노, 일본 작가 미루야마 겐지 등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 씨는 이번 표절 의혹에 대해 일주일 정도 침묵하고 있다가 지난 23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표절사태’에 대한 입장표명을 했다.


신 씨는 “(논란이 된 문장을)여러 차례 대조해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지난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이 문제를 제기한 문학인을 비롯해 제 주변의 모든 분들, 무엇보다 제 소설을 읽었던 많은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든 게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제 탓”이라고 덧붙였다.


신 씨의 애매한 사과와 더불어 앞서 표절근거가 부족하다며 신 씨를 두둔하고 나섰던 ‘창작과비평’출판사(이하 창비)에 대해 여론은 이미 냉랭해진 상태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문단의 반성과 변혁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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