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힘 실어주기 ‘본격화’

산업 / 홍승우 / 2015-05-27 14:07:30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단순구조·계열사지분 확보 등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지난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정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힘 몰아주기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이날 이사회를 통해 합병을 결의하고 1 대 0.35주의 비율로 합병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이는 제일모직이 기준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된 합병비율에 따른 것으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 주주들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 합병 작업을 마무리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사는 합병 후에 ‘삼성물산’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모직은 “합병회상의 이름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하고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모태기업으로 1938년 설립됐다. 이후 1975년 ‘종합상사 1호’로 지정되며 해외영업을 주도했고, 1995년 삼성건설 합병 후 건설과 상사부문으로 나눠 50여 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어 제일모직은 1963년 설립돼 부동산과 테마파크 사업으로 시작해 건설, 식음서비스 등 사업영업을 확장했으며 지난 2013년에 옛 제일모직으로부터 패션사업을 인수해 지난해 말 기업 상장을 단행했다.


앞서 2011년 양사는 삼성의 바이오 사업 출범에 함께 참여하고, 지난해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공동 인수하는 등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한편 이번 합병을 통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절반이상 보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각각 46.3%, 4.9% 보유하고 있으며 합병 시 51%를 웃도는 지분을 갖게 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주주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양사는 적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핵심 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식음 서비스 등 글로별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합병회사의 매출은 오는 2020년까지 약 60조 원에 육박하는 수치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은 “이번 합병은 회사의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인간의 삶 전반에 걸친 토털 프리미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패션, 바이오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삼성물산이 보유한 글로벌 오퍼레이션 역량과 제일모직의 특화 역량을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소식의 최대 관심사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보다는 경영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물밑작업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유는 이번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사실 시기가 다소 앞선 것만 제외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삼성의 구조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시기가 예상보다 앞서게 된 이유는 지난해부터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추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통과 전에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주식의 3조 에 해당하는 부분만 의결권이 인정되고 나머지 2조 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면서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을 통한 삼성전자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단 개정안이 통과되면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가 끊어지게 된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의 영향력은 약화되게 된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마무리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되고, 각 삼성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은 강화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삼성이 효율적인 지배구조를 갖기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여부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6%는 의결권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유동성이 크다. 이에 이 부회장이 금융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이번 합병보다 먼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떠오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20.8%의 지분과 삼성문화재단의 지분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지분 2.18% 등 우호지분을 통해 삼성생명을 지배할 수 있다.


단지 현재 이 부회장이 0.57%밖에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견고히 하기 위해선 대주주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을 30% 정도로 늘려야 한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지분 3.38%,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의 지분 4.1% 등 추가지분을 확보했지만 갈 길은 멀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를 물적 분할해 투자와 사업 기업으로 나눈 후 투자법인과 통합 삼성물산을 합병해 ‘삼성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도 분석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수조 원대의 자금이 필요하고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자회사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고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한다.


이에 삼성은 “지주사 전환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건설 호경기에도 아파트 분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위한 ‘주가 누르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며 “앞으로도 지주사 전환을 위한 합병과 물적 분할 등 다양한 움직임이 이어질 것”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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