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잔혹동시’ 식지 않는 논란

산업 / 홍승우 / 2015-05-15 14:53:01
전량폐기 결정에도 온라인 ‘시끌시끌’

[토요경제=홍승우 기자] 지난 3월 출간된 어린이 시집 ‘솔로 강아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해당 도서를 출판한 가문비 출판사는 지난 5일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책 전량을 회수하고 가지고 있던 도서도 전량 폐기하기로 결정했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는 수록된 동시가 지나치게 잔혹하다는 세간의 비판을 수용한 결정이다.


‘솔로 강아지’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직접 지은 시를 모은 개인 동시집이다. 논란이 된 동시는 바로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동시로 잔인한 발상과 표현으로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제가 됐다.


다음은 ‘학원가기 싫은 날’ 전문이다.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이렇게//엄마를 씹어 먹어/삶아 먹고 구워 먹어/눈깔을 파먹어/이빨을 다 뽑아 버려/머리채를 쥐어뜯어/살코기로 만들어 떠먹어/눈물을 흘리면 햝아먹어/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가장 고통스럽게’


해당 시의 충격적인 내용과 더불어 논란이 됐던 것은 바로 동시와 함께 실린 ‘삽화’다. 사람의 장기(심장)으로 보이는 것을 먹고 있는 여성이 그려져 있어 기괴함을 더햇다.


가문비는 공식입장을 통해 “‘솔로 강아지’의 일부 내용이 표현의 자유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와 질타를 많은 분들로부터 받았다”며 “이번 ‘솔로 강아지’출간으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죄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숙인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에게 파급되는 영향력을 더욱 깊이 숙고하면서 신중하게 책을 출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출판사의 공식입장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열기는 식을 기미가 안보인다.


특히 비평가로 유명한 진중권은 해당 동시집에 대해 “매우 독특하여 널리 권할 만하다”는 평을 해 눈길을 끌었다.


진중권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잔혹동시에 대해 “‘솔로 강아지’, 방금 읽어봤는데 딱 그 시 한 편 끄집어내어 과도하게 난리를 치는 듯. 읽어 보니 꼬마의 시세계가 매우 독특합니다. 우리가 아는 그런 뻔한 동시가 아니에요”라고 전했다.


또한 “‘어린이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 어른이들의 심성에는 그시가 심하게 거슬릴 것”이라며 “그 시(학원가기 싫은 날)만 뺀다면 수록된 나머지 시들은 내용이나 형식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문제는 그냥 문학적 비평의 주제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동시를 쓴 이모(10)양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학원가기 싫은 날’을 출판사에 꼭 실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양은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더 무서운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 않는냐”며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시는 시일뿐인데 진짜라고 받아들인 어른들이 많아 잔인하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양은 출판사의 ‘시집 전량 폐기’ 결정에 대해 “처음에는 좀 그랬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앞으로도 계속 시를 쓸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논란이 된 해당 동시 외에 다른 동시에서 문학성이 뛰어난 시구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모친 김바다 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김바다 씨 역시 시인으로 일부에선 어머니가 써준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김 씨는 “모든 시는 아이가 9살 때 직접 쓴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 이 양의 오빠도 앞서 동시집을 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더불어 해당 동시 논란이 우리나라의 잘못된 교육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라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학원운영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허용된다. 하짐나 일부 학원에서는 해당시간 외에도 수업을 하는 등 잘못된 교육열풍이 초등학생들을 비롯한 중·고등학생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학생들은 학원에 가기 싫어하는 마음이 크고 학생들의 이런 마음을 대변해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동시집 ‘솔로 강아지’ 전량폐기에 대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학부모 이모(37.여)씨는 “우리아이가 저런 책을 읽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며 “아이들이 보면 심리적 충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각각 9살, 7살 자녀들을 둔 양모(38)씨는 “또래 아이들이 읽는 동시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전량 폐기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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