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용의 고전읽기] 노자(老子)가 젊은 공자의 미래를 염려하다

문화·라이프 / 정해용 / 2014-12-29 09:53:50
85. 시대의 별 孔子

▲정해용 시인
토요경제 상임논설위원


君子盛德 容貌若愚 군자성덕 용모약우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도 겉으로는 어리석은 척한다. (<史記>노자한비열전)
노자가 젊은 공자를 만나보고 담론 후 끝없는 야심을 버리라고 충고하면서



유학(儒學)의 비조로 불리는 공자(孔子 BC 551-479)가 그 무렵 노(魯)나라에서 태어났다.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인 BC 476년에 중국 전체의 역사를 기록한 <춘추(春秋)>를 정리해 편찬했는데, 그 전까지 주나라 역사를 춘추시대라 하고 이후 역사를 전국시대라 부른다. 물론 그가 태어나기 이전과 이후 주나라 제후국들의 행태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공자가 원인이 되어 세상이 바뀌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자가 격동의 시대를 가르는 이정표가 되었다는 것은 전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공자는 노(魯)나라 추읍이라는 곳에서 태어났고 자라서 노나라 수도인 곡부(曲阜)로 옮겨가 살았다. 머리 중간이 움푹 패였다 하여 이름이 구(丘)가 되었고, 자는 중니(仲尼)다. 어릴 적에 아버지 숙량흘이 세상을 떠나 홀어머니 아래서 자랐는데, 제사상 차려놓고 예를 올리는 놀이를 하고 놀았다 한다. 그때 노나라는 이미 계(季)씨, 맹(孟)씨, 숙(叔)씨 삼환의 수중에 있었다. 공자는 젊은 나이에 이미 시 서와 예를 꿰뚫고 있어서 이들 삼환 귀족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었다.
공자가 17세 때 맹(孟)씨 집안의 어른인 맹희자가 병석에 누워 아들에게 유언하기를 “공구는 아직 나이가 어리나 예를 좋아하니 그가 바로 통달한 사람이다. 내가 죽거든 너는 반드시 그를 스승으로 모시거라”고 하였다. 이후 아들 맹의자는 형제인 남궁경숙과 더불어 공자의 제자가 되었다. 특히 남궁경숙은 같은 또래여서 절친한 지기가 됐다.
한번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에 계(季)씨 집안의 연회에 초대받아 찾아갔는데, 계씨 집안의 가신인 양호(陽號)가 “여기는 명사들의 연회라 자네 같은 풋내기가 올 자리가 아니야”라며 내쫓았다. 계씨들이 그를 초대한 것을 알면서도 짐짓 모독을 준 것이다. 장차 야망을 가진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구는 시기와 경계의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양호는 야심이 큰 인물로 후일 공자의 견제자며 경쟁자로 자주 오르내린다. 어쨌든 공구는 이 일에 자극받아 더욱 발분하였다고 한다.
남궁경숙이 군주 소공의 명으로 주나라 수도를 방문할 때 공구와 동행하겠다고 청하자 소공은 말 두 필이 끄는 수레와 시자 한 사람을 붙여주었다. 예나이제나 나라의 수도에는 온갖 문물과 인물들이 모여들게 마련이다. 주나라 수도인 낙양에도 중국에서 한다하는 인물들은 다 모여 있었다. 난생처음 대도시를 방문한 공자는 이런 대학자들을 찾아다녔다.
마침 노자(老子)가 낙양에서 왕실의 서고를 담당하는 관직을 맡고 있었다. <노자한비열전>에 보면, 초나라 사람 담(聃)이 주 왕실의 사관으로 있었는데 그가 곧 노자라고 했다. 아마도 당대 학자들 가운데 가장 유력한 학자의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노자는 공자의 면담요청을 받아들였다. 공자는 막 명성을 얻기 시작한 젊은 학자, 노자는 은퇴를 앞둔 노학자였다.
두 사람은 그 시절 학자들의 주 관심사인 예(禮)에 대한 문답을 나누고 헤어졌다. 떠나가는 공자에게 노자가 한 마디의 충고를 던졌다. “뛰어난 장사꾼은 물건을 깊이 숨겨두어 겉으로는 아무 것도 없는 듯 보이게 하고, 군자는 훌륭한 덕을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어리석게 보인다고 들었소. 그대의 교만과 탐욕 허세와 지나친 욕망을 버리도록 하시오. 이러한 것들은 모두 그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오.”
이후 노자는 자신의 지혜와 경륜을 감추고 고향으로 돌아가 은둔했다. 은둔하기 직전 도(道)와 덕(德)을 논한 5천자의 시문(도덕경)을 세상에 남겨놓았다. 제후국들 사이에 본격적인 정복전쟁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노자가 보기에 세상은 인의나 도덕이라는 명분으로 바로잡기엔 이미 틀린 세상이었고, 이런 시대를 인의도덕으로 바꿔보겠다는 공자의 열정은 위태롭게만 보였던 모양이다. 노자의 충고는 꾸지람이었을까 애정이었을까.
공자가 노나라로 돌아가자 제자들이 “노자는 어떤 분이었습니까”라고 물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새는 하늘을 잘 날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고, 짐승은 땅 위를 잘 달린다. 그래도 달리는 것은 그물로 잡을 수 있고 헤엄치는 것은 낚시로 잡을 수 있으며 나는 것도 화살로 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용(龍)에 대해서는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것은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에 오르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노자는 마치 용과 같은 인물이었다.”
공자가 노나라 재상의 일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제나라 경공을 만난 일이 있다.
경공은 공자와 대화를 나눈 후 기뻐하며 그를 등용하려 했다. 그러나 노년의 안자가 반대했다. 그 이유가 <사기>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후대의 <묵자(墨子)>가 이렇게 전하고 있다. “안자가 반대하며 말했다. 안됩니다. 공자는 얼굴을 꾸며 세상을 속이고, 악기를 타고 노래하고 북을 치고 춤을 추며 무리를 모으고, 오르고 내리는 번잡한 예로써 의식을 보여주고, 읍하는 법과 걷는 예절을 대중에게 구경시켜주는 자입니다. 그러므로 그의 박학으로는 세상일을 논할 수 없고 그의 노심초사로는 민중을 도울 수 없습니다. 결국 그의 번거롭게 꾸미는 사술은 세상과 군주를 현혹하고, 성대한 음악은 민중을 현혹할 뿐 그는 세상일을 가르칠 수 없으며, 그의 학문은 민중을 인도할 수 없습니다.”
물론 묵자 자신도 공자나 유가(儒家)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 중 하나다. 묵자는 기술자 농부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한 만인평등의 사상가다. 그는 공자가 제왕이나 사대부 중심의 예를 폄으로써 만인을 이롭게 하지는 못한다고 비판했다.
춘추시대 후반에는 수많은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백화제방(百花齊放)을 이루었고 공자에 비견하거나 능가할 스승들도 적잖게 등장했다.



“새는 잘 날고 물고기는 헤엄을 잘 치며 짐승들은 빠르게 달아나지만, 그물이나 낚시로 다 잡을 수가 있다. 그러나 용(龍)은 아는 바가 없으니 잡을 수 없다. 노자는 용과 같은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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