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높아진 은행문턱...자영업 대출 '2금융쏠림' 가속화

체크Focus / 문혜원 / 2021-11-03 16:43:23
KDI, 개인사업자 444만명 분석 결과 2금융대출 급증...8월 가계·사업자 총 대출잔액 1천조 육박
▲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중은행들<편집=토요경제>

 

은행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영업자들이 2금융권으로 쏠리고 있다.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기며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가계부채의 총량 관리에 나서면서 자영업 대출이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탓이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매출이 줄어들어 은행 대출에 의존해온 자영업자들은 부득불 저축은행, 마을금고, 카드, 캐피탈 등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업계 전반의 신용 리스크가 양적·질적 측면에 모두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의 제2금융권 대출 의존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신용 위험도가 그만큼 커진 셈이다.

자료=KDI연구원     자영업계의 2금융권 대출 비중이 눈에띄게 늘고 있어 문제다. <자료=KDI제공>

 

가계·사업자 채무구조 악화일로 

KDI에 따르면 국내 개인신용평가사 자료를 토대로 대출을 받은 가계와 개인사업자 444만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이들의 대출 잔액은 총 98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천조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 가운데 사업자 대출은 572조6000억원, 가계 대출은 415조9000억원이다.

 

이는 가계에 비해선 개인 사업자 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사업자 대출은 지난 2019년 말 대비 무려 173조3천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가계 대출 증가율의 1.6배나 높은 수준이다.

 

사업자 대출이 급증한 데는 코로나팬데믹 영향이 주된 이유다. 팬데믹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 명목으로 영업 시간 등의 규제에 나서면서 매출이 급락, 개인사업자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경기도 부천 상동 먹자골목에서 음식점을 하는 A씨(37)는 "팬데믹 이후 매출이 종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문을 닫을 수도 없고, 인건비에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은행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 대출의 원천이다. 사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인데, 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고금리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은행권 사업자 대출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비 은행권 대출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금리가 대체로 2~3% 이상 높은 캐피탈·카드·저축은행의 사업자 대출 증가율은 올 1분기 이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영업시간 제한 탓 음식업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져

실제 지난 8월 기준 개인사업자와 가계 대출 증가율은 2금융권 전체에서 크게 늘어났다. 우선 저축은행의 관련 대출 총액은 전년동기 대비 15.5% 늘어나 가장 높았다. 이어 카드·캐피탈이 9.6%, 보험·상호금융조합이 8.4% 등의 순으로 늘어났다. 

 

업종별로 보면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를 많은 받은 업종일 수록 매출은 줄고, 대출이 크게 늘어났다. 일반 음식업이 26.9%로 급증했으며, 개인서비스업은 20.9%, 제조업은 11.5% 증가했다.

 

오윤해 KDI 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최근 개인사업자가 보유한 가계대출과 사업자 대출이 은행보다는 고금리업권에서 급증, 자영업자의 채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오 연구위원은 "자영업자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부족해진 영업·생활자금 대출을 통해 조달하고 있음이 입증된 셈"이라며 "코로나팬데믹이 완전히 종료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규제가 전면 철폐되지 않는 한 사업자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같은 가계와 관련한 대출 총액의 확대를 비롯해 양적, 질적 악화는 개인사업자의 매출 하락과 폐업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정부와 금융권의 빠른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6년부터 2017년 사이 정책자금 혜택을 받은 개인사업자는 저금리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폐업이 축소되고 매출과 고용이 확대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정책자금 수혜업체가 비수혜업체에 비해 1년 후 폐업 확률은 10%포인트나 낮게 나타났고 매출과 고용인원은 각각 28.8%와 22.5%가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영업계 '채무구조' 개선 위한 정책지원 늘려야

그러나,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쉽게 낮아지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계와 개인사업자 부채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 자칫하다가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가계부채 1천조시대는 단순히 넘길 문제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 위기의 큰 뇌관이 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코로나로 대다수 자영업자들이 힘들고 어려운 것은 잘안다. 어쩔 수 없이 대출로 연명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며 "그러나 정부입장에선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고,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하는 것은 국가적인 부채 관리상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은행의 문턱은 당분간 쉽게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대출잔액에 대한 총량관리를 더욱 엄격히 적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가계와 개인사업자의 제2, 3금융 대출 비중은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출이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보다 자영업 전체가 무너져 생기는 타격이 더 큰 문제란 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배려가 더 두툼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이 커지고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정부 탓도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코로나 방역에 따르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엔 자영업자들의 큰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오윤해 KDI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경영 악화를 겪은 자영업자의 채무구조를 개선하고 부실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금융 및 재정지원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인상 및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등으로 저금리 대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어 자영업계에 정책금융을 공급, 채무구조 악화를 방지해야 한다"며 "회복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겐 원활히 폐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채 누증을 방지하고 재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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