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좌번호를 전화번호로” 평생계좌, 보안 우려에 애물단지로

체크Focus / 문혜원 / 2021-10-29 16:00:49
2014년 농협銀 개인정보 유출 사건·디지털금융시대 도래 이후 인기 시들
“고객보안정보 이용한 암호 개설 제시..다양한 혜택연동으로 관심 유도해야”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은행들이 고객들의 휴대폰번호로 편리하고 손쉽게 개설해준다던 ‘평생계좌서비스’가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현재는 디지털·언택트화 시대에 맞물려 반쪽자리 서비스로 잊혀져 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빠르면 은행들이 16년 전인 2004년 무렵부터 선보여 왔던 평생계좌서비스는 충성 고객 확보 면에서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지만 정보 및 디지털 시대와 맞지 않아 더 이상 찾는 비중도 줄면서 ‘메리트 없는 서비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생계좌서비스란 길고 복잡하고 의미 없는 기존의 은행 계좌번호 대신 고객과 연관된 번호(전화번호, 생일, 기념일 등)를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숫자를 선택해 지정하는 계좌를 개설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 은행의 '평생계좌서비스'계좌개설 이미지=캡쳐▲ 한 은행의 '평생계좌서비스'계좌개설 <이미지=캡쳐>

 

계좌 개설 방법은 간단하다. 거래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고객의 아이디와 비번을 입력하고, 평생계좌서비스를 클릭한 다음, 가상계좌번호를 만들어 주고 실제 대표계좌에 링크를 걸어주는 것이다.


2004년 첫 출시 당시에는 고객들이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은행들이 앞 다퉈 경쟁홍보를 벌이는 등 인기도 끌었다.


그러나 2014년 NH농협은행 개인정보유출 문제가 터지면서 정보 보안성의 중요함이 대두되기 시작해 핸드폰이나 각종 고객정보 유출 우려가 되는 번호로 만드는 계좌개설 서비스를 찾는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휴대폰 번호를 그대로 계좌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고, 각종 금융사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서비스 사용 중지를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은행들은 평생계좌를 입금전용으로만 사용하도록 가입 제한을 두고 운영 방식을 개편하기도 했지만 고객들이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몇 몇 시중은행들은 서비스를 아예 중단한 경우도 있다.


시간이 흘러 2017년 무렵 이후부터는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들의 출범과 동시 디지털금융시대로 도래하면서 손쉽게 계좌를 개설하는 서비스는 시중은행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기 시작하면서 기존 평생계좌서비스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NH농협은행 개인정보유출 사건 이후 고객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더구나 요새는 디지털 간편결제 서비스가 대세로 오르게 되면서 현재는 평생계좌를 만드는 고객들의 비중이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 단순 자본논리로 시작해 ‘고객유치 전략’ 목적으로만 추진하던 ‘평생계좌’ 서비스가 사후 관리도 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메리트 없는 애물단지 마케팅에 그쳤다는 평이 나온다.


강형국 소비자연맹 국장은 “길고 복잡한 계좌번호 대신 기억하기 쉬운 의미로 만드는 계좌 개설 서비스였지만, 정보 보안 문제가 대두되면서 고객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서비스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국장은 “하지만 고객 대우 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살릴 방법은 있다”면서 “이를테면, 고객의 정보문제와 직결되는 번호가 아닌 개인 정보보안이 될 수 있는 암호를 사용해 계좌개설을 하도록 하고, 금리우대 및 대출수수료 감면 등과 같은 혜택도 연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특별히 이 서비스를 살릴 이유도, 그렇다고 없애지도 못한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평생계좌는 기존 가입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당국이나 은행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그렇다고 이 서비스를 굳이 내세울만한 이유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고객이 원하는 경우에만 개설하도록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maya4yo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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