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25)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7-28 22:34:44
대한민국에 우뚝 선 ‘군산의 인물’, 한국의 슈바이처 ‘이영춘 박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 우뚝 선 ‘군산의 인물’
군산에는 걸출한 인물이 많이 나왔다. 정치·스포츠·문학·대중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군산 시민의 자부심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군산출신이 아니지만 군산에 삶을 송두리째 받친 인물도 있다. 군산을 위해 살다 군산에 묻혔다. 항일의 정신으로 산 인물도 있다. 친일했다고 속죄한 사람도 있다. 그들의 삶을 알아본다.

한국의 슈바이처 ‘이영춘 박사’ 

▲ 이영춘 동상 <사진=김병윤 대기자>

 

호는 ‘쌍천(雙泉)’이다. 평안남도 출신이다. 1935년 군산에 정착했다. 1980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군산에서 살았다. 이곳 출신은 아니지만, 군산 사람이라 불린다. 45년을 군산에서 살았다. 오로지 군산을 위해 살다 숨을 거뒀다. 군산 사람보다 군산을 더 사랑했다. 군산 시민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했다. 세브란스 의전 출신이다.

국내 최초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술을 몸소 실천한 진정한 의료인이었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다. 일생을 농촌 보건 사업에 헌신했다. 군산의 가난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다 바쳤다.

이영춘 박사는 일본인 농장주 구마모토의 초빙으로 군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1930년대에는 번듯한 의료시설이 없었다. 그 시절 농촌은 여러 질병이 나돌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이 죽었다. 구마모토 농장의 소작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구마모토는 자체진료소를 세웠다. 소작인의 치료와 예방을 위해. 진료소장으로 이영춘을 초빙했다. 이영춘의 나이 33세. 젊은 나이였다.

이영춘은 농촌의 참상에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열악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군산 의료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가장 먼저 기생충 퇴치에 힘썼다. 폐결핵, 매독 퇴치에도 발 벗고 나섰다. 이영춘은 결핵, 매독, 기생충을 ‘민족의 3대 독(毒)’으로 규정했다. 이를 퇴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병만 치료해준 것이 아니다. 가난한 농민을 발 벗고 도왔다. 끼니를 굶는 집에 쌀을 대줬다. 학비를 대주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봉급을 털어서 도와줬다. 자신의 집에는 생활비가 떨어졌다. 부인이 수시로 전당포를 드나들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할까. 이영춘의 부인도 대단했다. 이영춘이 ‘한국의 슈바이처’라면 부인은 ‘한국의 나이팅게일’이다. 군산 시민의 아버지고 어머니였다. 하늘이 군산에 내려 준 선물이었다.

해방 후 구마모토는 일본으로 떠났다. 떠나면서 이영춘에게 수억 원의 돈을 건넸다. 고마웠다고. 더 고생하지 말라고. 번듯한 건물을 지어서 개업하라고. 부인과 함께 편히 살라고 부탁했다. 이영춘은 손끝 하나 안 댔다. 그 돈으로 재단을 설립했다. 간호학교, 초·중·고, 위생실, 보육원 설립 등 공익사업에 모두 쏟아 부었다.

이영춘은 1980년 78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수탈의 도시 군산에서 인술(仁術·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을 베풀고 홀연히 떠났다. 군산 시민의 눈물 속에 영면에 들었다. 정부는 1980년 11월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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