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역사의 아픔을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 '군산 이야기'(22)

군산이야기 / 김병윤 / 2022-07-17 09:55:36
일제의 아픔이 서린 ‘명산시장’, 군산 최초의 수산물시장 ‘수산물종합센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근현대사는 아픔과 고난의 연속이다. 그 가운데 일제강점기는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일제는 36년간 우리의 삼천리 금수강산을 수탈하고 농락했다. 군산은 그런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대표적인 도시다. 김병윤 대기자는 지난 100여 일 이런 아픔의 도시 군산의 이곳저곳을 돌았다. 그리고 다시 웅비하는 군산을 목도했다. 김병윤 대기자가 둘러본 ‘군산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 일환으로 매주 2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일제의 아픔이 서린 ‘명산시장’

▲ 명산시장 <사진=김병윤 대기자>

 

일제의 아픔이 서려 있다. 시장에도 일제의 아픔이라니. 사연이 기막히다. 일제강점기 ‘명산시장(明山市場)’ 옆에 기생학교가 있었다. 호남 최대 규모였다. 이후에 목포, 인천에도 생겼다. 명산시장은 유곽(遊廓) 거리에 생겼다. 유곽이 무엇인가. 성매매 영업을 하는 업소나 집결지를 말한다. 관계 당국의 공인을 받아서하게 된다.

일본의 ‘공창(公娼)제도’다. 일제는 조선에 진출하며 유곽과 공창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의 제도를 조선에 이식시켰다. 유곽은 기생집의 뜻도 포함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명산시장 부근은 부유층이 살았다. 유곽(기생집)도 11곳이나 됐다. 일본인이 환락을 즐기는 곳이었다.

조선인의 삶은 어땠을까. 조선인은 무시를 당했다. 비탈길 쓰러져 가는 집에 살았다. 끼니를 챙기지 못해 굶주림에 허덕였다. 생계수단으로 재배한 채소를 내다 팔았다. 유곽고(기생집) 처마 밑에서 눈비를 맞아가며. 그렇게 자연적으로 발생한 곳이 명산시장이다.

시장에는 우물이 2개 있다. 월명산 자락 물줄기를 받았다. 일본인은 샘을 파서 사용했다. 조선인은 일본인에게 물을 팔았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물장사를 했다. 물지게를 등에 걸러 멨다. 물동이를 머리에 얹었다. 일본인에게 고개를 숙여가며 팔아야 했다. 명산시장에 숨겨진 아픈 사연 중의 하나다. 명산시장은 일제강점기 ‘유곽고시장’으로 불렸다. 해방 후에도 그대로 사용했다. 정부에서 방침을 내렸다. 일본어 사용금지 정책을 펼쳤다. 명칭이 바뀌었다. 명산시장으로. 한이 서린 명칭을 떼어냈다. 아픔의 역사는 그대로 간직한 채.

명산시장은 1970년대에서 80년대까지 전성기를 이뤘다. 나무를 파는 시장으로 번성기를 누렸다. 90년대까지도 번창했다. 골목형 시장으로 시민의 발길이 잦았다. 박대, 조기 등 특산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명산시장의 전성기는 신시가지 조성과 함께 시들어 갔다. 고객의 발길이 끊어졌다. 지금은 침체해 쓸쓸함마저 준다.

40여 개의 상점이 옛 영광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소규모 시장이면서도 옛것을 유지하고 있다. 완전 재래식 방앗간만 3곳이다. 기름을 짜고 떡을 만든다. 고춧가루도 빻는다. 추석과 설날이면 손님이 줄을 선다. 시시콜콜 가정사를 얘기하며 기다린다. 지금은 사라져 가는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명산시장은 활성화를 위해 변신을 시도했다. 상인의 협조도 있었다. 2017년부터 시행했다. ‘명산 빛 고운 야시장’을 개설했다. 주말에 열린다.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영업한다. 30개 포장마차가 환하게 불을 밝힌다. 먹거리 잔치가 벌어진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왁자지껄 큰 소리가 난다. 유쾌한 웃음소리도 퍼져 나간다. 시장에 활기가 돈다. 명산시장의 앞날을 보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잠시 발길을 멈춘것이 안타깝다. 명산시장은 역사적 가치가 있다. 일제강점기 ‘근대역사거리’에속한 유일한 시장이다.


군산 최초의 수산물시장 ‘수산물종합센터’

▲ 수산물종합센터 <사진=김병윤 대기자>

 

과거에 풍요했던 시장이다.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다. 물고기가 흘러넘쳤다. 산더미처럼 쌓였다. 처치가 곤란할 정도였다. 생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돈이 돌고돌았다. 상인들 얼굴이 밝았다. 웃음꽃이 피었다. 여기저기서 돈 세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보기만 해도 부자가 된 듯했다. 술잔 부딪치는 소리가 행진곡 같았다.

인심도 좋았다. 생선이 썩느니 퍼주는 게 편했다. 덤을 듬뿍듬뿍 줬다. 장바구니가 무거워졌다. 돌아가는 발걸음만은 가벼웠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군산시민도 좋았다. 일자리가 많았다. 일손이 부족했다. 시장에 가서 다양한 일을 했다.

조개를 깠다. 새우껍질을 벗겼다. 품삯을 두둑이 받았다. 생활의 밑천이 됐다. 자녀학비를 내줬다. 모두가 풍요를 만끽했다. 1980년대 수산물종합센터의 모습이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군산 앞바다는 말 그대로 ‘고기 반 물 반’이었다. 군산 먹갈치·우럭·박대·조기·물메기·주꾸미 등 어종도 다양했다. 어획량이 어마어마했다. 1년 매출액이 8000억 원 정도였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황금이었다. 먹갈치는 주우러 다닐 정도였다.

그 많던 생선이 사라졌다. 새만금 건설과 함께 물고기들이 떠났다. 어족자원이 고갈됐다. 갯벌도 빛을 잃어갔다. 바지락·동조개 등 어패류가 없어졌다. 어민들이 군산을 떠났다. 전성기의 영화(榮華)를 뒤로 남겨 놓고 발걸음을 돌렸다. 번성기 때 군산엔 안강망 어선이 60척 정도 있었다. 현재는 2척이 남아있다. 명맥만 유지되는 현실이다. 바다의 삶터가 육지로 변했다.

군산에는 3대 어판장이 있었다. 동부·서부·째보어판장이다. 동부어판장은 먹갈치가 주요 품목이었다, 째보어판장은 건어물을 많이 팔았다. 서부어판장이 한 축을 이뤘다. 지금의 ‘수산물종합센터’다.

수산물종합센터는 수산특화시장이다. 군산개항 이후 최초로 생긴 수산물시장이다. 수산물 집하시장이다. 부산, 인천의 시장이 컸다. 군산에 3번째로 생겼다. 현재는 수산물종합센터만 남았다. 150여 점포가 영업하고 있다. 선어, 건어물을 판매한다. 서해 특산물인 주꾸미 등도 판매대에 오른다. 주로 외지인이 찾는다. 주말에는 장사진을 이룬다.

2021년엔 신축 건물을 완공한다. 군산에는 활어시장이 없다. 신축 건물 완공과 함께 활어도 공급할 계획이다. 군산의 특산물을 맛보게 할 예정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먹갈치가 나타났다. 2017년부터 잡히기 시작했다. 군산에서 만날 수 있는 맛 좋은 생선이다. 싼값으로 먹을 수 있다.

수산물종합센터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한다. 고객의 발길을 잡으려 한다. 군산의 명물시장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군산의 새로운 명소가 될 전망이다.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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