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채 19조원 한도 초과 전망…전기요금보다 먼저 따질 '자본의 빈자리'

산업 / 조민규 기자 / 2026-10-24 23:30:36
2027년 말 사채잔액 76조원 전망…2028년 법정 한도 56조8000억원
부채 상환·자본 확충·특례 연장 세 갈래…재무구조 개선이 관건
반도체기업 25조 선납안 무산에 송·변전망 투자 72조8000억원 부담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전력이 내년 말 사채 발행 한도 특례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재무 부담에 직면했다.

 

현재 전망대로라면 2028년부터 적용될 일반 법정 한도를 약 19조2000억원 초과한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지만, 핵심은 요금 인상 여부를 넘어 부채를 얼마나 줄이고 자본을 어떻게 확충하느냐다.

24일 한국전력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허용하는 한시적 특례가 2027년 말 종료된다. 별도의 법 개정이 없다면 2028년부터 일반 발행 한도는 기존의 2배로 돌아간다.

국회예산정책처가 한전의 '2026~2030년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분석한 결과, 2027년 말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은 28조4177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일반 발행 한도인 2배를 적용하면 사채 발행 가능액은 56조8354억원이다.

반면 같은 시점 사채 발행 잔액 전망치는 76조489억원이다. 두 금액의 차이는 19조2135억원이다. 예상 사채 잔액의 약 25.3%에 해당하는 금액이 일반 법정 한도를 웃도는 셈이다.

다만 이 수치는 19조원 이상의 채권을 2028년 초 한꺼번에 상환해야 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기존 채권의 만기가 자동으로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발행 한도를 넘는 상태가 계속되면 신규 채권 발행과 기존 채권 차환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문제는 한도 초과분을 해소할 방법이다.

단순히 사채 잔액을 줄이는 방식이라면 자본금과 적립금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19조2135억원을 감축해야 한다.

반면 사채 잔액을 유지한 채 자본금과 적립금만 늘린다고 가정하면 계산은 달라진다. 일반 발행 한도가 해당 금액의 2배이기 때문이다.

2027년 말 예상 사채 잔액 76조489억원을 2로 나누면 한도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는 38조244억5000만원이다.

기존 전망치 28조4177억원보다 9조6067억5000만원 많다.

이는 법정 산식에 따른 단순 계산이다. 실제 자본 확충에는 출자 방식과 회계상 인정 범위, 정부와 기존 주주의 재원 부담, 한국전력공사법상 자본금 규정 등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금액을 곧바로 실제 증자 필요액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부채 상환과 자본 확충이 사채 발행 한도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르다는 점은 확인된다.

한전의 자금조달 문제를 전기요금 인상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재무 여건도 녹록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은 약 71조5000억원이다. 대규모 누적 채무를 안고 있는 가운데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따라 전력 구매비용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추정한 올해 3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2조69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2.29% 감소할 전망이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23억원이며 당기순손실은 4930억원으로 예상됐다.

다만 이는 아직 확정 실적이 아닌 증권사 전망치다. 실제 손익은 연료비와 환율, 전력 판매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익을 통해 적립금을 늘리는 방안도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수익성이 개선되더라도 영업이익 전액이 적립금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전의 재무 문제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한 전력망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전의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필요한 전력망 투자액은 72조8000억원으로, 직전 계획보다 16조3000억원 증가했다.

첨단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송전선로와 변전시설도 적기에 확보해야 한다. 전력 공급시설이 늦어질 경우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등의 설비투자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72조8000억원은 2038년까지의 장기 투자계획이다. 2027년 말 예상되는 사채 발행 한도 초과분 19조2135억원과 직접 합산하거나 같은 시점의 자금 부족액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전은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향후 5년치 전기요금 약 25조원을 미리 납부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두 기업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반도체기업에 대한 선납 요청은 전력망 투자재원을 앞당겨 확보하려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이 무산되면서 전력망 구축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먼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남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력망 투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부와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영업현금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수단이다. 반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실제로 얼마를 인상해야 사채 발행 한도 문제가 해소되는지는 별도 계산이 필요하다.

정부 출자를 통한 자본 확충은 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지만 재정과 주주 부담이 뒤따른다. 법정 발행 한도 특례를 연장하는 방식은 당장의 규제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나 기존 채무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세 가지 방식은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와 재무구조에 미치는 효과가 서로 다르다.

한전의 재무 정상화는 전기요금을 올릴 것인지의 단일한 문제가 아니다.

부채를 줄이는 속도와 적립금 확충 규모, 전력망 투자재원 조달 방식, 법정 한도 조정 여부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2028년 일반 발행 한도 복귀를 앞두고 확인해야 할 것은 한전채 초과분 19조2135억원을 어떤 재무수단으로 해소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망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지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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