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유병자보험 심사 세분화…장기보험 회복에 상품 경쟁력 보강

경제·금융 / 김연수 기자 / 2026-07-12 22:27:44
암·뇌·심장 병력 따로 반영한 간편건강보험 출시
인보험 신계약 44%가 간편보험…1분기 장기보험손익 132.5% 증가
▲ 현대해상 건물 전경[토요경제DB]

 

현대해상(이석현 대표이사)이 유병자 간편보험의 심사 기준을 질병별로 세분화하며 장기보험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판매량을 늘리는 방식보다 가입자의 위험을 정교하게 구분해 보장 범위를 넓히고, 계약 수익성을 관리하는 전략이다. 올해 1분기 장기보험 손익과 자본건전성도 개선돼 신규 상품을 확대할 재무적 기반이 전년보다 안정됐다.

현대해상은 지난 9일 ‘내몸엔(N)맞춤간편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기존 간편보험이 암과 뇌·심장질환 이력을 하나의 기준으로 묶어 심사했던 것과 달리 질병별 병력과 무사고 기간을 따로 적용한 상품이다. 암 유병자형과 뇌·심장 유병자형, 일반 유병자형으로 가입 유형도 나눴다. 

암 치료 이력이 있더라도 최근 5년간 뇌·심장질환 관련 사고가 없으면 뇌·심장 보장 한도를 확대할 수 있다. 반대로 뇌·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가입자는 암 관련 무사고 기준을 충족하면 암 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 특정 질환 이력이 다른 질환의 보험료와 보장 한도에 일괄적으로 영향을 주던 구조를 완화한 것이다.

고지 대상도 기존 6대 질병에서 간경화증을 제외한 암과 협심증, 급성심근경색증, 심장판막질환, 뇌졸중증 등 5대 질병 중심으로 조정했다. 모든 유병자를 동일한 위험군으로 분류하기보다 실제 병력에 따라 가입 조건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이번 상품은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사업에서 주변 상품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현대해상 인보험 신계약 월납환산보험료 가운데 간편보험은 37억원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어린이보험 23%, 종합보험 11%, 운전자보험 5%보다 비중이 높았다. 간편보험 상품의 경쟁력이 장기보험 신계약의 규모와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질병별 심사 세분화는 가입 대상을 넓히는 동시에 손해율을 관리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위험이 낮은 질병 영역까지 일률적으로 보험료를 높이면 가입자는 이탈하고 보험사는 양호한 위험군을 확보하기 어렵다. 반면 병력을 구분하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영역의 보장을 확대하면서 질병별 보험료를 달리 책정할 수 있다.

실제 수익성 중심의 상품 관리 흐름은 1분기 신계약 지표에 나타났다. 현대해상의 신계약 월납환산보험료는 9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4% 감소했다. 그러나 신계약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은 4710억원으로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판매 규모보다 향후 이익 기여도가 높은 계약의 비중을 늘렸다는 의미다.

신계약 CSM 배수도 전체 기준 16.6배로 전년 동기보다 2.5배 높아졌다. 인보험은 18.1배로 2.9배 상승했다. 계약 한 건에서 장래에 인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보험료 대비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번 간편보험 역시 판매량보다 가입자 위험을 세분화해 계약가치를 높이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장기보험의 기존 계약에서도 손익이 개선됐다. 현대해상의 올해 1분기 보험손익은 30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장기보험 손익은 2659억원으로 132.5% 늘었다. 예상했던 보험금보다 실제 지급한 보험금이 얼마나 많거나 적은지를 보여주는 보험금 예실차가 개선됐고,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도 환입됐다.

투자 부문의 도움 없이 보험 본업이 실적을 방어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1분기 투자손익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대체투자 평가손실로 61억원에 그쳐 전년 동기보다 94.3% 감소했다. 그럼에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2233억원으로 9.9% 증가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8.0%를 기록했다. 

일반보험 손익도 502억원으로 9.4% 증가했다. 다만 자동차보험은 누적된 보험료 인하와 보상원가 상승의 영향으로 14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장기보험의 이익 회복이 자동차보험과 투자 부문의 부진을 상쇄한 셈이다. 

장래 이익 기반도 유지됐다. 현대해상의 3월 말 보험계약서비스마진은 약 9조17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685억원 증가했다. 신규 계약과 이자 부리 효과가 CSM 상각과 경험조정 영향을 웃돌았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해 말 190.1%에서 올해 1분기 말 207.2%로 17.0%포인트 상승했다. 보험금 지급과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 완충력이 200%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상품 확대와 영업 과정의 부담도 낮아졌다.

다만 새 상품이 실제 수익성으로 이어질지는 판매 규모와 유지율, 질병별 손해율이 축적된 이후 판단해야 한다. 질병별 가입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위험에 맞는 보험료가 책정되지 않으면 보험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1분기 장기보험 손익 개선에도 손실부담계약 관련 비용 환입 등 비경상 요인이 일부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이번 상품은 현대해상의 현재 사업구조와 맞는다. 간편보험은 이미 인보험 신계약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장기보험 손익과 신계약 CSM 배수도 개선되고 있다. 유병자보험의 가입 대상을 넓히면서 계약별 수익성을 관리할 수 있다면 장기보험 회복세를 이어갈 추가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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