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안전자산 프리미엄' 흔들…금리 오르고 달러 내려, 韓 조달비용 새 변수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8-22 21:18:50
30년물 5.27%·달러지수 3개월 저점…외국인 美 국채 순매수 40%↓, 원화엔 완충·기업금리엔 부담
▲ [연합뉴스]

 

미국 국채금리는 오르는데 달러 가치는 떨어지는 이례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미 재무부가 장기채 바이백을 확대했지만 21일 30년물 국채금리는 다시 5.27%, 10년물은 4.73% 안팎으로 상승했다. 반면 달러지수는 98.7선까지 내려 3개월 만의 최저권에 머물렀다. 세계 금융시장의 대표 안전자산이었던 미국 국채에 투자자들이 이전보다 높은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한국에는 원화 약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와 기업의 달러 조달비용을 높이는 부담이 동시에 들어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미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가 약해지고 있다는 두 연구 결과를 전했다. 미 국채는 그동안 유동성과 안정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도 투자자가 몰렸지만 최근에는 이런 '안전자산 프리미엄'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미 국채가 시장 충격 때조차 "피난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don't behave like a haven)"고 분석했다. 끈질긴 물가와 40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기업 차입 증가가 함께 장기금리를 밀어올리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도 약해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 국제자본통계(TIC)를 분석한 로이터는 지난 18일 외국 민간투자자의 미 중·장기 국채 순매수액이 지난 6월까지 12개월간 329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0% 넘게 줄었다고 전했다. 6월 한 달 순매수는 166억달러로 1월 이후 가장 적었다. 해외 중앙은행과 외환보유액 운용기관도 같은 기간 미 중·장기 국채를 350억달러 순매도했다.

이는 단순한 바이백 효과 논쟁보다 구조적인 문제다. 미 재무부는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늘렸지만 금리 하락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채권시장을 억지로 움직이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Bossing the bond market around never works)"고 평가했다. 로이터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를 웃돌고 올해 이자비용만 1조2000억달러에 달해 일부 국채를 되사는 방식만으로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더 눈여겨볼 대목은 달러다. 미국 30년물 금리가 5%를 훌쩍 넘으면 통상 높은 수익률을 좇아 달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주 달러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약 1% 떨어졌다. 금리는 오르고 통화는 약해지는 흐름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부채와 정책 불확실성을 둘러싼 '화폐가치 희석 우려(debasement narrative)'가 달러에 압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상승을 미국 경기의 강함보다 재정 위험에 대한 추가 보상으로 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는 단기적으로 원화 측면의 완충 효과가 있다. 달러 가치가 약해지면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압력이 생긴다. 이는 원화 가치 상승을 뜻한다. 원유와 가스,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하는 한국에는 원화 환산 수입비용을 낮추는 요인이다. 다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94달러 안팎까지 오른 만큼 환율 효과가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를 모두 상쇄하지는 못한다.

기업 금융에는 반대다. 미국 국채금리는 한국 대기업과 은행이 해외에서 달러채권을 발행할 때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미국 10년물이 4.7%대에서 머물면 기업의 신용도가 그대로여도 신규 외화채권의 이자비용은 높아질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미국 빅테크까지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글로벌 자금을 놓고 정부와 기업이 경쟁하는 구조도 강해졌다. WSJ는 끈질긴 물가와 함께 'AI 관련 대규모 기업차입(heavy AI-linked corporate borrowing)'을 국채금리 상승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변수다. 미국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어도 장기 시장금리가 내려오지 않으면 국내 시장금리 역시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 기준금리와 기업·가계가 실제 부담하는 조달금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높은 미국 장기금리가 이어질수록 국내 회사채와 금융채에도 상방 압력이 남는다.

한국경제가 봐야 할 핵심은 미 국채금리 5% 자체보다 미 국채의 '안전자산 할인'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투자자가 미 국채를 예전처럼 낮은 금리에도 사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한다. 그 금리는 다시 세계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 비용 기준이 된다. 달러 약세는 한국의 환율 부담을 덜 수 있지만 미국 장기금리 상승이 구조화하면 그 이익보다 자본비용 상승 부담이 길어질 수 있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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