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발행어음 다음 승부는 운용…모험자본 ‘질’이 관건

경제·금융 / 김지영 기자 / 2026-10-02 10:36:44
기존 종투사 실제 공급액과 규제 인정액 4.3조 차이
내년 의무비율 20%…벤처·지분투자 등 자산구성 중요

삼성증권이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의 무게중심도 조달에서 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후발 사업자인 삼성증권에는 발행어음을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조달한 자금을 어떤 자산에 배분하느냐가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금융위원회가 1일 공개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모험자본 공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존 7개사의 모험자본 공급액은 15조9511억원으로 1분기보다 19.0% 증가했다.

다만 이 금액이 모두 의무실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A등급 채권과 중견기업 투자에는 모험자본 공급의무액의 30%까지만 인정하는 한도가 적용된다. 이를 반영한 2분기 인정액은 11조6184억원으로 실제 공급액보다 4조3327억원 적다.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조달액 대비 실제 공급 비율은 26.8%였지만 규제상 인정 비율은 19.5%로 낮아졌다. 모험자본 경쟁에서 투자 규모만큼 자산 구성이 중요한 이유다.

현행 제도는 발행어음이나 IMA로 조달한 특정 자금을 그대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종투사 전체 운용자산 가운데 조달액에 일정 비율을 곱한 규모만큼 국내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한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 자금공급과 A등급 이하 채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벤처캐피털·신기술사업금융회사 투자,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국민성장펀드 등이 포함된다.

삼성증권은 아직 이번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 9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새로 받아 2분기 실적 집계에서 빠졌다. 금융당국은 향후 신규 사업자의 모험자본 공급 현황과 효과를 별도로 점검할 방침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21일부터 첫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했다. 일반 상품은 개인 기준 1년물 연 3.95%, 적립형은 연 4.60%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신규 고객 대상 특판도 내놨다.

이제 관심은 판매액 이후의 운용 성과로 넘어간다.

모험자본 의무비율은 올해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로 높아진다. 기존 사업자의 2분기 규제상 비율이 이미 19.5%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증권이 내년 의무비율을 맞추는 것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이 모험자본의 ‘질’을 평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는 P-CBO와 담보대출 같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과 벤처기업 지분투자를 주로 투자금액 기준으로 평가한다.

앞으로는 위험을 부담하는 벤처기업 지분투자 등에 더 높은 실적 인정비율을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단순히 의무금액을 채우기보다 성장기업을 직접 발굴하는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2분기 기존 종투사의 모험자본은 P-CBO가 3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소·벤처기업 2조5000억원, 신기사·VC 2조3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방식별로는 채무증권이 5조6000억원으로 가장 컸고 지분증권과 신종증권이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에도 자산 배분이 중요한 선택지가 됐다. 안정적인 채권 비중을 높이면 위험관리는 수월하지만 규제상 인정 한도와 향후 질적 평가에서는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벤처·중소기업 지분이나 신종증권 투자를 늘리면 정책 취지에는 가까워지지만 투자심사와 사후관리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경쟁력은 결국 자금 운용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단순히 의무비율을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모험자본의 질과 수익성, 리스크 관리까지 함께 보여줘야 한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4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