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에 갇힌 국내 철광업계…K-스틸법이 돌파구 될까

체크Focus / 이강민 / 2025-09-06 09:54:08
관세·中 저가 공세·건설 침체에 신음하는 K-스틸, 생산할수록 적자
중국 조강생산량 2500만톤 감산 예고, 한국 철강업계 회생 기대감 고조
K-스틸법 당론 추진 선언, 탄소중립 R&D 지원으로 업계 체질 개선 기대
▲ 평택항에 쌓인 철강 제품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50% 고율 관세,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물량 공세,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주요 철강사들이 연쇄적으로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있다. 철근 가격이 손익분기점을 밑돌자 공장을 가동할수록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K-스틸법’을 추진하며 세제 지원과 녹색철강특구 지정 등 제도적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 중국 정부의 철강 감산 정책이 실제 이행될 경우 글로벌 공급 과잉 완화로 한국 철강업계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 연쇄 공장 셧다운, 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연이은 생산 중단 발표가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41일간, 동국제강은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25일간 각각 인천공장 철근 생산라인 전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제철의 경우 올해 4월에도 한 달간 인천공장을 셧다운한 바 있어, 사실상 올 상반기 3개월 가량 생산을 중단하는 셈이다. 포항2공장도 무기한 휴업 상태다.

업계는 철근 가격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가면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시장 가격은 원가와 이익이 갈리는 기준선을 밑돌고 있어, 생산을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부담이 되는 국면이 이어진 것이다.

◆ 철강업계 삼중고…관세, 저가 공세, 건설경기 침체

이러한 위기의 첫 번째 원인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다. 미국은 지난 7월 7일부터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적용하기 시작했지만,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만 50%의 고율 관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332억9000만 달러 중 43억4700만 달러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단일 국가로는 13.1%의 비중을 차지한다.

관세 부과 이후 수출 실적에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5월 철강 수출액은 25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4% 감소했고, 6월에도 8% 줄었다. 특히 지난 3개월 대미 수출의 경우 물량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수출 단가가 10% 이상 하락했다.

두 번째 압박 요인은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지속적인 물량 공세다.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덤핑 수출이 글로벌 철강 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는 한국 철강업체들이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세 번째 타격은 국내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다. 철근의 주요 수요처인 건설업계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내수 시장마저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철강업체들은 수출과 내수 시장에서 동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 아연도금강판 <사진=연합뉴스>
 
◆ 업계와 정부의 총력 대응

이런 상황에서 주요 철강사들은 위기 대응을 위한 자구책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기존 봉형강 중심의 영업조직을 해체하고 영업본부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7월 1일자로 단행했다. 제품군 중심으로 분류했던 기존 영업조직을 수요 산업인 자동차·건설·조선 등을 중심으로 재편해 영업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동국제강은 비상경영 체제를 도입했다.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며 불필요한 비용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포스코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와 원가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자구책과 함께 정부도 철강업계 지원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여야 의원 106명이 지난 4일 공동 발의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 철강 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이 핵심이다.

K-스틸법의 주요 내용은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아 한국 철강산업 지원과 규제를 총괄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에는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지원, 특구 지정, 수입규제(반덤핑 관세 등)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법안 통과 시 정부와 지자체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철강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사업 기업의 세금을 감면하고, 필요시 생산 및 연구개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포항 광양 등을 녹색철강특구로 지정하고, 공급 과잉 상태인 철강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적용 예외 특례도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은 K-스틸법을 당론으로 추진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안의 국회 통과와 현장 적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별도의 구조 고도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요 철강사들의 생산량과 재고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 변수에 달린 회복 전망

그렇다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자국 철강업계 감산 정책 역시 핵심 변수 중 하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자연자원부, 생태환경부, 상무부,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 5개 정부 기관은 지난 8월 ‘2025-2026년 철강산업 성장 안정화 작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생산 능력과 생산량에 대한 정밀한 규제를 실시하고, 낙후된 설비는 폐쇄하며 고기술 생산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의 조강 생산량이 2025년 9억8000만t 미만으로, 2024년 10억500만t보다 최소 2500만t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5억9447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중국의 감산 정책이 실제로 이행되고 글로벌 공급 과잉이 해소된다면, 한국 철강업계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의 감산·전환 정책은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실제 이행 속도와 지방정부 집행력에 따라 효과는 시차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감산이나 정부 지원책 등 긍정적 신호들이 나오고 있지만, 철강산업 특성상 이런 변화들이 실제 효과를 보이기까지는 시간차가 존재한다”며 “전방산업 전반의 경기 회복이 함께 이뤄져야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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