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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이슬기 기자 |
해외에서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 찾는 것이 맥도날드의 빅맥이다. 전세계 어느 지역을 가도 한국에서 먹었던 익숙한 빅맥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의 본질이 바로 이것이다. 모든 지점에서 동일한 품질과 맛, 유사한 콘셉트의 인테리어로 소비자에게 똑같은 브랜드 이미지를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갑질’을 통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을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무 정무위원회는 지난 14일 가맹점주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가맹사업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가맹사업법개정안)을 의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시·도지사에게 등록한 경우 가맹점주단체가 가맹본부에 협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또한 가맹본부가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안을 이행하지 않으면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문제는 가맹점주단체를 규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즉, 가맹점주라면 누구나 가맹점주 단체를 만들 수 있고 해당 단체에 등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여러 단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경우 가맹본부는 각각의 가맹점주단체와 별도로 협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더 나아가 이렇게 생겨난 다양한 가맹점주단체가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를 가정해 보자. 가맹점주는 다양한 의견을 모두 충족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가맹점주단체별로 서로 다른 운영 방식을 채택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번 개정안에 대해 ‘프랜차이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법’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개정안으로 힘을 얻게 된 가맹점주단체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강하게 주장하며 프랜차이즈 산업의 본질인 통일성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있다. 고유의 색을 잃게 된 프랜차이즈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려워질 것이다. 해외를 방문한 고객이 빅맥을 먹기 위해 맥도날드 매장을 찾지 않게 될 것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국회가 이 같은 부작용을 알면서도 무리수 두고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고착화된 본사의 갑질 행태가 한계에 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통과에 앞서 지난 8일에는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가맹본사가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필수 품목의 산정 방식을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정안이 나온 배경에는 가맹본사가 필수 품목을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 가맹점주에게 폭리를 취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해서다. 지난 10월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에서는 bhc와 버거킹 등 사모펀드에 매각된 가맹 본사의 갑질 사례가 이슈가 됐다.
공정위는 사모펀드가 비싼 값에 다시 브랜드를 되팔기 위해 수익 창출 수단으로 가맹점에 폭리를 취한 사실을 지적했다.
한 예로, bhc는 동종업계와 비교해 가맹점에 납품한 원자재 마진율이 2배쯤 높았다. 이 결과 bhc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8%를 기록해 경쟁사인 BBQ(15.3%)와 교촌치킨(0.58%)과 비교해 월등히 높았다. 높은 영업이익률 덕에 bhc의 회사 가치는 2013년 1130억원에서 2022년 3조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버거킹은 미국 본사보다 2배 높은 가맹비용을 받고 있었다. 버거킹 역시 국내 가맹점에 공급하는 원자재 가격을 꾸준히 올려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났는데, 버거킹의 기업가치는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1조원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장처럼 실제 관련 산업은 가맹점주가 로열티를 내고 본사로부터 상품과 서비스,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와 영업 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특정 지역에서 독점적으로 영업행위를 영위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명확한 운영 방침을 제시하고 가맹점주는 본사를 믿고 방침을 실행하며 상생하는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에 대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같은 기본 질서가 현실에서는 철저히 지켜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가두리에 갇힌 가맹점주를 착취하는 행태를 반복해 온 가맹본부가 개정안 통과 직후 프랜차이즈 산업의 존립 자체를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공감할 이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더 나아가 가맹점주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통의 가치를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실현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법안이 통과된 후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기에 앞서 과거의 갑질 행태를 반성하고, 이를 기회로 삼아 가맹점주를 품을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모색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갑질을 통한 기업의 성장보다 상생을 통한 모두의 성장이 ‘프랜차이즈의 본질’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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