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밀리고 해외로…G마켓·11번가의 역직구 승부수

유통·소비재 / 황세림 기자 / 2026-06-30 19:11:23
쿠팡·네이버에 밀린 오픈마켓, 라자다·징둥닷컴 연동으로 해외 수요 공략
거래액 증가율은 공개됐지만 주문 건수·수수료 수익·실제 성과는 아직 제한적
▲ 징둥월드와이드 내 11번가 전문관 [11번가]

 

쿠팡 독주에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까지 치고 올라오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기존 오픈마켓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G마켓과 11번가가 역직구 확대에 나선 배경도 단순한 해외 판로 개척이 아니다. 국내에서 성장 여력이 약해진 오픈마켓이 보유 판매자와 상품을 해외 플랫폼에 연결해 돌파구를 찾는 흐름에 가깝다.

30일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이커머스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순위에서 쿠팡은 3490만명대로 단일 쇼핑앱 1위를 유지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875만명으로 11번가(821만명)를 앞서며 2위에 올랐다. 11번가는 쿠팡뿐 아니라 네이버 계열 쇼핑앱에도 밀린 셈이다.

실적 흐름도 녹록지 않다. G마켓은 지난해 매출 74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약 2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224억원으로 전년 674억원보다 확대됐다. 11번가는 손실 폭을 줄였지만 외형 축소가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4376억원으로 전년보다 22.1% 줄었고, 영업손실은 396억원으로 전년 754억원보다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G마켓과 11번가는 해외 플랫폼 연동을 통한 역직구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쿠팡·네이버와 정면 승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수요를 통해 판매자 기반을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상품 수와 브랜드 수 확대가 곧바로 거래액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다.

G마켓은 최근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라자다와 연동한 판매 상품 수를 기존 700만개에서 3000만개로 늘렸다. 회사는 라자다를 통해 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태국·필리핀 등 동남아 5개국 소비자와 국내 판매자 상품을 연결한다. 글로벌 판매 프로그램에는 국내 셀러 1만700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G마켓은 연동 판매 거래액 증가율도 공개했다. 회사에 따르면 G마켓 셀러 상품의 라자다 연동 판매 기준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102% 늘었다. 최근 한 달 거래액도 전월보다 232% 증가했다. 해당 거래액은 G마켓 지표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절대 거래액, 주문 건수, 실제 판매가 발생한 셀러 수, 수수료 수익 규모 등 핵심 지표는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세부 영업지표는 규정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거래액 증가율만으로는 해외 연동 판매가 G마켓의 수익성 개선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11번가는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11번가는 지난 10일 중국 징둥닷컴의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월드와이드’에 11번가 전문관을 열고 중국 역직구 판매를 시작했다.

징둥월드와이드 11번가 전문관에는 K뷰티를 중심으로 가공식품, 건강기능식품, 패션, 리빙, 유아용품 등 350여개 브랜드 상품이 입점했다. 중국 플랫폼의 정품 판매 정책에 맞춰 브랜드 본사와 공식 총판사 상품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1번가 역시 주문 건수와 거래액, 구매 전환율 등 초기 성과 지표는 공개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사업 초기 단계로 고객 반응과 매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판매자 수에 대해서도 “브랜드 본사 및 공식 총판사 상품만 판매가 가능해 판매자 수보다는 브랜드 수로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수익 구조는 단순 입점 수수료 모델과 다르다. 중국 고객이 징둥월드와이드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판매자가 해당 상품을 11번가 물류센터로 보내고, 11번가는 판매자와 협의한 공급가격에 상품을 매입 처리한 뒤 마진을 반영해 판매한다. 주문 발생 이후 11번가가 중간에서 매입과 판매를 맡는 구조에 가깝다.

해외 판매 과정의 물류와 고객 응대는 플랫폼이 상당 부분 맡는다. G마켓은 라자다 연동 판매에서 국제배송, 통관, 반품·교환, 고객 문의 등 해외 CS 전반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판매자는 국내에서 상품을 보내면 해외 물류와 CS는 G마켓과 라자다가 협력해 처리하는 구조다.

11번가도 배송과 반품, 교환, CS, 정산을 모두 맡는다고 밝혔다. 배송·반품 물류는 징둥로지스틱스와 협력하고, 중국 고객 응대는 중국 자회사인 연길11번가를 통해 진행한다. 판매자는 중국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상품을 11번가 물류센터에 입고시키면 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직접 해외 플랫폼에 입점할 때보다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G마켓은 국제배송과 통관, 국가별 언어 대응, 현지 고객 응대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11번가도 물류비와 통관, 수수료, 세금 계산 부담을 줄여 별도 수출 전담 인력이 없는 판매자도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플랫폼 연동 방식이 중소 판매자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한 업계 전문가는 “개인사업자나 영세 기업은 직접 해외에 진출해 판매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해외 주문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내수 외 판매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이 물류와 통관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면 개별 사업자가 직접 챙기기 어려운 해외 물류·통관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판매자 부담 완화가 곧바로 오픈마켓의 수익성 개선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상품 수와 브랜드 수, 해외 플랫폼 이용자 규모는 판매 기반을 넓히는 지표다. 하지만 실제 사업성은 주문 건수, 반복 구매율, 판매자당 거래액, 플랫폼 마진, 반품 비용, 정산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역직구는 국제배송, 통관, 반품, 현지 고객 응대, 정산이 함께 맞물리는 사업이다. G마켓과 11번가는 이 과정의 상당 부분을 직접 맡거나 현지 플랫폼과 협력해 처리하고 있다. 판매자 부담을 낮추는 대신 플랫폼이 부담해야 할 운영 비용도 함께 커질 수 있다.

현재 공개된 지표는 G마켓의 거래액 증가율과 11번가의 입점 브랜드 수에 그친다. 해외 플랫폼 연동이 단순 노출 확대에 머물지, 실제 거래액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에서 밀린 오픈마켓의 역직구 승부수는 결국 상품 수가 아니라 주문과 마진으로 평가받게 된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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