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원전 소송' 족쇄 풀린 K원전, 수출 다시 가속폐달

체크Focus / 이중배 / 2023-09-19 17:15:32
美법원, '웨스팅하우스측 소송 자격없다' 각하...한수원 손들어줘
11개월만에 원전 수출 걸림돌 해소..원전 수출 다시 탄력받을듯
尹, 미국서 한-체코 7시간 정상회담...K원전 '세일즈외교'전력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전소송'에서 한수원이 승소했다. 이에 따라 K원전 수출의 걸림돌이 해소돼 해외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독자적인 수출을 가로막았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전 소송에서 한수원이 승소했다. 해외 진출의 족쇄를 푼 만큼, K원전 수출이 다시 가속페달을 밟을 전망이다.


미국 원전 사업자 웨스팅하우스는 작년 10월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른 한수원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지방원에 전격 소송을 제기했다.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 'APR1400'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 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활용했다는 게 소송의 핵심 내용이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K원전 수출활성화에 박차를 가해온 한수원으로선 해외 진출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한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8일(현지시간) 한수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웨스팅하우스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웨스팅하우스의 소송 제기 이후 11개월만에 K원전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 해소됨에 따라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국가를 중심으로 K원전 수출이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 한수원, 향후 원전 수주전서 지재권 부담 훌훌 털어

법원은 이번 소송의 쟁점인 지식재산권 문제에 앞서 웨스팅하우스의 자격을 문제삼았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권한 자체가 없다는 판단이다.


미 원자력에너지법은 법은 집행 권한을 미 법무부 장관에게 배타적으로 위임, 사인(私人)에게 소송권을 주장할 권리가 없다는 한수원 측의 주장이 인정받은 셈이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의 원전소송에서 패소, 한국형 원전의 해외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사진=연합뉴스제공>

 

웨스팅하우스는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 외국에 이전할 경우 미국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를 부과한 미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을 소송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법원은 웨스팅하우스를 '무자격 원고'로 보고, 소송 자체를 각하했다.


한수원이 원전 개발 초기 웨스팅하우스 기술적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수출을 추진하는 한국형 원전은 독자 개발한 모델이어서 미국의 수출 통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번 미 법원의 판결로 한수원은 일단 향후 원전 수주전에서 지재권 부담을 훌훌 털어내게 됐다. 만약 미 법원이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한수원은 원전 수출시 매번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정부의 재가를 받아야할 상황이었다.


변수가 았다면 원자력에너지법 상 집행권을 보유한 미 법무부가 웨스팅하우스를 대신해 K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다. 실제 한수원은 지난 4월 체코 원전 수출을 위해 미국 측에 허가요청을 했으나, 미국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찰을 반려했던 전례가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1심 패소에도 불구, 집요하게 한수원을 물고늘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웨스팅하우스 입장에선 해외 진출에 있어서 기술력이 높고 가격경쟁력이 탁월한 한수원은 꽤나 골치아픈 존재이기 때문이다.

◇ 웨스팅하우스 항소 보단 한수원과 협상 재개 가능성

웨스팅하우스는 과거에도 K원전의 UAE 수출 당시 지재권 문제로 딴지를 걸은 바 있다. 이번 1심에서 패소했지만,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거나 다른 경로로 계속 문제 제기를 할 개연성이 있다.


일단 여러 정황상 분위기는 한수원에 유리해보인다.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의 항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중론이다. 소송의 쟁점인 지재권 문제를 떠나 '소송권자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점이 이번 법원 판결로 보다 명백해진 탓이다. 미국에서 한수원 리스크는 많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한전이 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전인 바라카 원전 2호기. <사진=한국전력제공>

 

국내에서도 K원전과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문제에 대한 중재 사건이 진행 중이지만, K원전의 대표 솔루션인 APR1400은 한국 기술진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원전으로서 지재권 침해의 여지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 정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도 현재로선 매우 낮아보인다. 특히 그간 수 차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경제안보동맹 강화 차원에서 제3국으로의 원전 수출시 적극 협력키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과의 갈등을 마무리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 상호 윈윈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이번 소송 각하 판결이 나오자마자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의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앞서 UAE 원전 수출 당시 한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재권 문제 제기에 일부 일감과 로열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끈 바 있다.


어쨋든 K원전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원전수출 10기 달성'을 목표로 해외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원전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다시 활기를 띨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한국형 원전 APR1400 축소 모형을 살펴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윤대통령, 한-체코 정상회담서 원전 참여 적극 요청

한수원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작년 8월 3조원 규모의 엘다바 원전 수주에 성공한 데 이어 현재 폴란드, 체코, 튀르키예 등 동유럽과 UAE 등 중동국가를 대상으로 추가 원전 수주를 적극 추진 중이다.


원전 수출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됐다. 19일 증시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원전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원전 감시제어시스템 전문업체인 우리기술이 전일 대비 15.93% 상승한 것을 필두로 원전 기자재업체인 비에이치아이(11.13%), 한전기술(4.95%), 두산에너빌리티(5.17%), 우진(3.43%), 한전KPS(3.34%) 등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날 코스피가 0.60%, 코스닥이 0.83% 빠진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비록 한수원이 승소했다고는 하나, 지재권 문제가 배제돼 완벽한 승리로 보기 어렵다"고 전제하며, "차제에 정부가 K원전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만큼 미국과의 원전 상호협력을 위한 협력체제를 보다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 제78회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7시간 가량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기업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


윤 대통량은 우리 기업이 원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만큼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시 한국과 체코가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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