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엔비디아 H200 본토 반입 허용…韓 HBM에 '중국 수요' 다시 열린다

국제 / 최은별 기자 / 2026-08-19 17:33:02
바이트댄스·텐센트 각각 1만개 받아…美 최대 10만개씩 구매 허가, 당장은 재고 출하지만 추가 생산 땐 SK하이닉스 등 수혜
▲ 엔비디아 로고/사진 [연합뉴스]

 

중국이 엔비디아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을 중국 본토에 제한적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미국이 수출을 허용한 뒤에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유로 실제 반입을 막아온 중국이 입장을 일부 바꾼 것이다. 중국 AI 기업의 연산 수요가 자국산 반도체 공급 능력을 앞서고 있다는 신호다. H200에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대량 탑재되는 만큼 한국에는 AI 반도체 수요처가 미국 빅테크에서 중국까지 다시 넓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한국시간 오전 11시) 중국 당국이 최근 바이트댄스와 텐센트에 각각 약 1만개의 H200을 본토로 반입하도록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중국 기술기업도 비슷한 규모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도 이날 FT 보도를 인용하면서 해당 내용을 자체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H200을 구매할 수 있도록 이미 수출 허가를 내줬다. FT에 따르면 일부 기업은 최대 10만개까지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자국 AI 반도체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대부분의 H200을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등에서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번 반입은 전면적인 규제 해제가 아니라 필요한 물량만 본토에 허용하는 절충에 가깝다.

수요 잠재력은 현재 반입 규모보다 훨씬 크다. 로이터는 지난해 말 중국 기술기업들이 올해 공급분으로 200만개가 넘는 H200 구매를 추진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엔비디아가 보유한 재고는 약 70만개였다. 중국이 지난 1월 바이트댄스·알리바바·텐센트에 승인한 물량도 합계 40만개를 넘었다. 실제 본토 반입은 규제 충돌로 지연돼 왔다.

한국경제에는 H200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가 중요하다. 엔비디아 공식 사양에 따르면 H200 한 개에는 141기가바이트(GB)의 HBM3e가 탑재된다. HBM3e는 AI 연산용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돕는 핵심 메모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으로 둔 세계 최대 HBM 업체이며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중국으로 들어간 H200 약 2만개가 곧바로 한국 업체의 신규 HBM 주문 2만개분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완제품 상태로 보관돼 있던 엔비디아 재고를 중국에 보내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에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추가 반입을 허용해 재고 소진 이후 엔비디아가 H200 생산을 다시 늘리는지 여부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요가 급증하자 이미 TSMC에 H200 추가 생산을 타진한 바 있다.

중국 AI 투자가 다시 엔비디아 공급망에 연결되면 한국 반도체에는 수요의 한 축이 추가된다. 한국의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보다 179% 급증했고 전체 수출도 62.8% 늘어난 98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중국 수출은 96% 증가했다. 중국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대중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AI용 반도체와 첨단 중간재 수요가 있다.

이번 결정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높인다. 중국 정부는 화웨이 등 자국 업체를 키우려 H200 반입을 제한했지만 첨단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연산능력을 자체 반도체만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FT는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부족으로 급증하는 AI 수요를 당분간 자국산 제품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국에는 양면성이 있다. 중국이 엔비디아 GPU를 더 많이 사용하면 당장은 HBM과 서버용 D램을 공급하는 한국 업체에 유리하다. 동시에 중국은 수입을 제한하면서 화웨이 등 AI 반도체 업체와 자국 메모리 기업을 계속 육성하고 있다. 엔비디아 H200을 필요한 만큼만 허용하는 것도 중국 업체가 기술 격차를 좁힐 시간을 확보하려는 정책과 맞닿아 있다. 한국이 중국 AI 투자 확대의 수혜를 받는 동안 중국 반도체 자립 속도도 함께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19일 오후 5시 기준 이번 사안에서 한국이 봐야 할 숫자는 현재 들어간 H200 2만개보다 향후 중국이 허용할 물량이다. 중국 기업의 잠재 주문은 과거 200만개를 넘었지만 실제 본토 반입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이 간극이 줄기 시작하면 중국은 한국 HBM의 새로운 대형 수요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본토 반입이 제한적인 수준에서 멈추면 이번 결정은 중국 AI 기업에 필요한 연산능력만 보충하는 예외 조치에 그친다. 중국의 H200 반입 규모가 한국 반도체 수출 호황의 지속 기간을 가늠할 새로운 지표가 됐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감 쟁점] 국감 증인석 엇갈린 유통가…CJ제일제당·MBK 나오고 GS리테일·CJ ENM 빠져

    국정감사 개막을 닷새 앞두고 유통·식품업계 주요 기업인의 출석 여부가 갈리고 있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식품 원재료 거래 문제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홈플러스 사태로 국감장에 선다. 반면 GS리테일·롯데홈쇼핑·CJ ENM 대표에 대한 출석 요구는 철회됐다.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는 7일

    2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위, 금융사 외부접속 '원칙 차단'…KB국민·NH농협 등 보안점검 강화

    금융당국이 금융권 연쇄 침해사고에 대응해 불필요한 외부접속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다. 이미 공유된 공격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유사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금융보안원, 금융업권별 협회, 주요 금융회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 금융권 긴급 점검

    3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 역촌역세권 5874억 수주…도시정비 4조4565억

    포스코이앤씨가 서울 은평구 역촌역세권 재개발 시공권을 확보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남은 승부처는 목동과 오금현대 등 4분기 서울 대형 정비사업이다.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역촌역세권(대조동) 장기전세주택 도시정비형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시공사 선정 안건에는 287명이

    4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 9000억 자본확충…종투사 직행 아닌 ‘이중 포석’

    한화투자증권(대표 장병호)이 최대 900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선다. 다만 전액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에 필요한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5000억원 유상증자로 종투사 진입 기반을 넓히고, 최대 4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으로 재무 완충력을 보강하는 구조다.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5000

    5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차 신형 투싼, 美·英 매체 호평…“콘셉트카 아닌 양산차”

    현대자동차가 신형 투싼의 글로벌 사양을 공개하자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자동차 매체들이 과감한 디자인과 넓어진 공간, 개선된 하이브리드 효율에 주목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3일 현대차와 외신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지난 1일 미국 뉴욕에서 5세대 신형 투싼을 공개했다. 2004년 첫선을 보인 투싼은 지금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 1110만대를 넘어선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