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서울 시내버스 500대 자율주행 전환…운영구조 바꾼다

산업 / 이슬기 기자 / 2026-10-01 17:02:34
7300대 중 500대 목표…2029년부터 본격 도입
현대차 11m 전용버스 개발…노후차 폐차와 연계
고령화·운영비 부담 대응…관제·충전 인프라도 구축
▲ 박민우 현대자동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1일 서울시청에서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서울시가 2030년까지 시내버스 500대를 자율주행 차량으로 바꾼다. 

 

단순히 운전기사를 대체하는 실험보다 노후버스 교체와 운전자 고령화, 운영비 증가에 대응해 시내버스 운영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장기 사업에 가깝다.

서울시는 1일 현대자동차,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레벨4 자율주행 시내버스 상용화 및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기간은 3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민우 현대자동차 사장, 김정환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이 협약식에 참석했다.

서울시는 2027~2028년 차량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시민 대상 실증을 거쳐 2029년부터 본격적인 도입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2030년까지 노후 시내버스 폐차와 연계해 500대를 자율주행 버스로 전환한다.

현재 서울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7300여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7%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협약에서 주목할 부분은 자율주행 기술만이 아니다. 차량 개발부터 실제 시내버스 노선 투입까지 서울시와 완성차업체, 운수업계가 각각 역할을 나눴다.

현대자동차는 시내버스 운행에 맞춘 11m급 전용 차량을 개발·제작한다. 차량의 조향과 제동, 문 개폐, 공조 등을 전자신호로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핵심 부품 이중화와 사이버보안 기능도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실증과 정규 노선 운행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자율주행버스 도입을 기존 노후차 교체와 연결한다.

버스운송사업조합은 실제 운행을 맡을 운수사와 함께 시험운전자와 관제요원, 차고지, 충전시설 등을 준비한다. 자율주행 차량이라고 해도 도입 초기에는 차량만 확보해서 운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관제와 정비·충전 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은 ‘무인버스 500대를 사는 것’보다 기존 시내버스 운영체계를 자율주행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성격이 강하다.

서울시가 자율주행버스 확대 배경으로 제시한 것도 운송업의 구조적 변화다. 운전자 고령화와 운영비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운전인력 확보와 비용 부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최근 시내버스 노사 갈등이 반복되며 대중교통 운영의 안정성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번 사업을 당장의 파업 대체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차량 개발과 실증을 거쳐 실제 대량 도입이 시작되는 시점이 2029년 이후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운전자 수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노선 운영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느냐가 사업의 핵심이다.

데이터 확보도 또 다른 목적이다.

서울시는 차량에 설치하는 라이다와 영상센서 등의 구성·설치 기준을 표준화하고 실제 시내 운행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과 주행 데이터를 축적할 계획이다. 관련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이를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울처럼 보행자와 차량, 오토바이 등이 복잡하게 움직이는 도심에서 축적한 데이터는 향후 국내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

관건은 기술보다 실제 운영이다. 복잡한 도심에서 레벨4 자율주행이 어느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는지, 운전인력을 줄이는 대신 필요한 관제·정비 인력이 어느 정도인지, 기존 버스보다 운영비를 실제로 낮출 수 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서울시의 자율주행버스 사업은 이제 기술 시연을 넘어 정규 대중교통 체계에 편입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2030년 500대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주행이 서울 시내버스의 인력과 비용 구조를 실제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느냐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sgpress@sateconomy.co.kr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NH농협·하나증권, 성장펀드 2차 판매 참여…은행 40%·증권 60% ‘채널 설계’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하나증권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 판매에 나선다. 1차 조기 완판에 이어 이번에는 은행 영업점과 증권사 온라인 채널의 역할 차이가 핵심 관전 포인트다.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제2차 국민참여성장펀드는 9월 3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판매된다. 모집액은 6000억원으로 물량이 모두 소진되면 조기에 판매를 끝낼

    2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미·중 ‘두 달 휴전’…추가 관세 미뤘지만 희토류·AI칩 남아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충돌을 두 달 더 미뤘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 더 직접적인 희토류 공급과 첨단 반도체·인공지능(AI) 기술통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부터 현대차·기아,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까지 당장의 통상 충격은 낮아졌지만 공급망 경쟁은 계속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

    3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오리온·해태·롯데웰푸드·크라운, 과자값 '가격저항의 덫'

    제과업계가 ‘가격저항의 덫’에 갇혔다. 원재료와 물류비가 뛰어도 가격을 올리면 생활물가 부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가격을 그대로 두고 중량을 줄이면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꼼수인상)’ 논란에 휩싸인다. 가격과 중량을 모두 유지하면 결국 회사가 비용을 떠안아 수익성이 악화한다. 해태제과·크라운제과·오리온 국내사업의 상반기 수익성은 이 딜레마

    4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 ‘1500억달러’의 조건…SK하이닉스그룹 eSSD 매출 86% 늘어도 점유율 2%p↓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논의가 주관사 경쟁 단계로 구체화됐다.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의 성장 기대가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실제 기업가치는 솔리다임 단독 실적과 수익성이 얼마나 확인되느냐에 달려 있다.27일 로이터와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미국 투자은행들과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진행

    5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멕시코 무역협정 재시동…560개 한국기업 북미 공급망 재편 변수

    이재명 대통령이 멕시코 국빈방문에서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재개를 공식 제안했다. 7년을 끌어온 투자보장협정 개정 협상을 마무리하고 1억달러 규모 정책금융과 원유·핵심자원 협의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멕시코에 진출한 560여 한국 기업에는 북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할 제도적 기반이 넓어진 셈이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검토 결과가 향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