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형 칼럼] 기업 홍보가 개인의 인생을 지키지 못할 때

기자수첩 / 이덕형 기자 / 2026-01-21 16:57:07
디지털에 남은 이름은 퇴직하지 않는다
▲이덕형 편집국장
사람은 회사를 떠나지만, 인터넷에 남은 이름은 퇴직하지 않는다. 명함은 반납해도 검색창에 남은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이 단순한 사실을 너무 자주 과소평가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연락이 온 선배와 소주잔을 기울였다. 답답하다는 말로 시작된 자리는 자연스럽게 언론 이야기로 흘렀다. 그는 한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인물이다. 재직 시절 회사와 관련된 가십성 기사로 언론과 불편한 마찰을 겪은 경험이 있다고 했다.

당시 회사 홍보팀에는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 기사 수정 요청, 추가 설명, 정정 보도, 관계 정리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회사는 해명자료를 내고 내부적으로 소명을 마쳤다는 이유로 더 이상 문제를 확장하지 않았다. 회사 입장에서는 관리가 끝난 사안이었지만, 인터넷에는 그 기사가 그대로 남았다.

시간이 흐른 뒤, 그 기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다시 나타났다. 결혼을 앞둔 딸의 예비 배우자 측에서 검색을 통해 해당 기사를 발견했고, 설명과 해명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이미 퇴직한 뒤였고, 기사 삭제나 수정 요청을 할 권한도, 조직의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혼사는 깨졌고, 딸의 좌절과 분노는 고스란히 아버지에게 돌아왔다.

회사에서는 해결된 일이었지만, 디지털 공간에서는 끝나지 않은 사건이었다. 인터넷 기사라는 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검색 알고리즘과 복제 구조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동한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노출된 정보’ 자체가 이미 판단이 된다.

우리는 아직도 기업 홍보를 ‘회사 이미지 관리’ 수준에서만 이해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홍보와 언론 대응은 구성원 개인의 삶까지 보호해야 하는 영역이 됐다. 재직 중에 발생한 기사 하나가 퇴직 이후 가족의 삶과 사회적 평판,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에는 매일 수많은 기사와 정보가 쏟아진다. 모든 기록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잘못된 기사, 오해를 남기는 기사, 불필요한 가십성 기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정과 정정을 요구해야 한다. 설득과 협의가 필요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재직 중에 정리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게 된다.

특히 퇴직을 앞둔 임직원이라면 반드시 자신의 이름으로 남아 있는 디지털 기록을 점검해야 한다. 회사의 공식 창구를 통해 정정 요청을 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절차까지 검토해야 한다. 퇴사 이후에는 그 어떤 권한도, 조직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디지털 시대의 이름은 단순한 표식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신뢰 자산이자 사회적 신용이며, 한 사람의 삶을 따라다니는 그림자다. 기업 홍보가 기업만을 지키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 홍보는 사람을 지키지 못하면 실패한 관리다.

퇴직은 끝이지만, 기록은 시작이다. 우리가 관리하지 않은 기록은 언젠가 우리 삶을 관리하려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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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형 기자
이덕형 기자 1995년 방송사 기자로 입사한 뒤 사회부,정치부,경제부 등 주요부서를 두루 거쳤습니다. 앵커와 취재기자,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누볐고,올해로 기자 생활 31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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