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대응시스템 대수술..."제 2의 라덕연사태 원천봉쇄"

체크Focus / 장연정 / 2023-09-21 16:45:49
금융위, 21일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 방안' 발표
4월 '라덕연 사태' 이후 주가조작세력 근절 필요성 대두 계기
의심계좌 즉시 동결 추진...거래소 및 검찰과 공조시스템 강화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주식 불공정거래 관계기관장들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조사단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금융당국이 주가조작 세력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대응시스템을 대폭 강화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주가조작 세력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주식 불공정거래 대응 체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금융당국을 필두로 거래소, 검철 등 관련 기관 간의 공조시스템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시장 감시·조사 등 인프라 개선, 자산동결 제도 도입, 강제 조사권 확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이 총망라돼있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희대의 주가조작사건인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날로 지능화·조직화하는 주가조작 세력을 막아내기엔 기존의 시스템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이들 주가조작 세력은 다수 명의의 계좌, 이른바 '모찌계좌'를 활용해 장기간에 걸쳐 주가를 상승시키는 방식으로 거래소의 이상 거래 적출 시스템을 비껴갔다. 현행 주가조작 세력 적발을 위한 감시망을 무색케한 것이다.


운석열 정부 출범 후 주가조작을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사회악'으로 규정,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2년 4개월 만에 재출범하는 등 주가조작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금융당국으로선 체면을 구긴 것이다.

◇ 감시-조사-수사 등 불공정거래 대응 기관 간 협업 강화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세력 관련 대응체계에 대한 전면 쇄신을 통해 제2의 라덕연사태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다. 앞으로는 주가조작 세력이 더 이상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검찰 등 불공정거래 대응 주체가 여러 곳에 분산돼 있어 효과적인 대응에 한계가 많다고 보고, 관련 기관 간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시장 감시(거래소)-조사(금융당국)-수사(검찰) 등 불공정 거래 대응을 위한 3대축의 협업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필요한 다양한 조사·제재 수단을 적극 도입하거나 확대하겠다는 게 기본 골자다.


금융당국은 우선 조사 과정 중 불공정거래 혐의 계좌를 발견할 경우 신속히 동결하는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추가 불법 행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부당이득의 은닉 자체를 막겠다는 게 주 목적이다.

 

 

▲김정각 금융위 증권선물위 상임위원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금융당국은 신속한 혐의 계좌의 동결이 중요하다고 보고, 증권선물위원장이 긴급 조치로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는 구조가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찰이 자산동결을 위해선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금융당국의 이같은 조치에 영장 절차가 필요한 것인 지에 대해 추가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홍콩, 캐나다 등 금융당국은 불공정 거래에 활용된 계좌를 포함한 자산에 대해 동결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산 동결 제도 도입은 관계 기관과의 추가 논의와 자본시장법 개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 본격 시행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자산동결 권한과 함께 그간 도입을 검토했던 통신기록 확보 권한도 부처 간 협의 및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실효성 높은 조사 수단을 적극 활용, 혐의와 관련 있는 단서와 물증을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조사 인력들에 부여된 강력한 조사 권한인 강제·현장 조사 및 영치권 활용도 확대된다.


기관 간, 부서 간 소통의 부재로 효율적 조사가 어려웠던 측면을 반영, 복합 위법 행위에 대해선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종합심의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런가하면 거래소의 이상 거래 적출·심리 업무를 통합, 효율화하고 긴급 중대 사건은 주요 상황을 사건 초기부터 기관 간 공유할 방침이다.

◇ 포상금 최대 30억까지 확대...조사 인력 대폭 확충

제재 수단도 대폭 강화된다. 이미 불공정행위 전력자에 대해 최대 10년간 자본시장 거래를 제한하고, 상장사 또는 금융회사 임원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지난 5월 발의된 상태다.


불공정거래 이득의 최대 2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도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시장 감시 단계에서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불공정거래 신고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포상금 한도를 현재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린다. 익명 신고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사실 그동안 포상 건수가 연간 1~2건 수준에 그치고, 1건당 평균 포상금도 2800만원 수준에 머무는 등 포상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고 유인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포상금 재원 확보를 위해 기존의 금융회사가 부담하는 것에서 탈피, 내년부터 정부 예산에서 지급되도록 변경한다. 불공정거래 신고로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는 만큼 정부 재원을 활용한 포상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거래까지 적발할 수 있도록 시세조종 분석 기간도 기존 3개월에서 앞으로는 단기 100일, 장기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확대한다. 주가조작 세력들이 시세조정이 갈수록 장기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다.


불공정거래 대응 인프라로 대폭 확충한다. 우선 금융당국의 조사 조직 개편을 통해 담당 인력을 대거 늘리기로 했다. 주가조작 세력이 대규모 조직화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거래소 내 성과가 높은 기관·부서에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성과 평가 체계가 개편되고, 검찰 수사 노하우를 공유받는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금융위는 기관 간 상시 관리 체계 구축 등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사항을 일단 먼저 추진하고, 법령·규정 개정 등 후속조치가 필요한 사항은 신속히 관련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유관기관들이 '한 팀'이 돼 가능한 모든 역량을 쏟아 무관용 원칙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를 근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 등 지능적, 조직적 불공정거래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10년 만에 대응 체계 전반을 대폭 수술함에 따라 향후 주가조작 세력이 근절될 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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