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다른 길…이재용의 ‘장기전 경영’이 만든 격차 (2부)

IT·플랫폼 / 이덕형 / 2026-02-04 16:40:18
속도보다 구조, 단기 성과보다 기술 축적…이재용 체제의 경쟁력 평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자료/이덕형기자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삼성전자의 재도약은 경쟁사와의 단순 실적 비교를 넘어, 경영 전략의 방향성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대비되는 ‘장기 기술 투자 전략’은 이재용 회장의 경영 판단을 재평가하게 만든다.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전략은 특정 제품의 선점이 아닌, 기술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구조 구축에 가깝다. 

 

HBM4를 포함한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반등을 예고하는 이유도 단순 추격이 아닌, 공정·설계·양산의 동시 최적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HBM, 범용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를 하나의 기술 축으로 묶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단기 수익성 측면에서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국면에서 고객사 맞춤형 공급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AI 서버 고객들은 단일 제품보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공급 능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삼성전자의 통합 역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판단이 있다. 이 회장은 반도체 불황기에도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유지했다.

 

특히 ‘기술 격차는 시간이 아니라 투자로 벌린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단기 실적 악화를 감수하면서까지 유지한 이 전략은 슈퍼사이클 진입과 함께 강력한 레버리지 효과를 내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경영 안정성의 신호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2020년 이후 5년 만에 1조3천억원 규모의 특별배당을 실시했다.

 

지난해 연간 배당만 11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이후 누적 현금배당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기술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을 시장에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건스탠리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을 245조원, 내년 317조원으로 전망한 배경도 단순한 실적 추정이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됐다는 평가처럼, 삼성전자는 이제 반도체 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술 인프라 기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이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특정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는 전략과, 모든 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전략 중 삼성전자는 후자를 택했다. 

 

시가총액 1천조원은 이재용 체제가 선택한 ‘장기전 경영’이 시장에서 신뢰를 얻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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