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의 ‘고려아연’, 영풍·MBK가 가질 수 있을까… 경영권 분쟁 ‘원점’ 리턴

산업 / 양지욱 / 2025-03-11 09:14:06
고려아연, SMK로 순환출자 고리 형성→‘영풍’ 의결권 제한→ 경영권 방어 성공
영풍, 가처분 신청 법원 ‘인용’→ 임시주총 안건 ‘무효’→ 3월 말 주총서 재 대결
YPC 고려아연 지분 전액 현물 투자, 홈플러스 사주 MBK의 모럴해저드 여론이 변수
▲ ‘인터배터리 2025’에 참여한 고려아연 전시관<사진=양지욱 기자>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고려아연을 사수한 최윤범 회장이 영풍·MBK연합과 경영권을 두고 원점에서 다시 한번 맞붙는다. 고려아연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라 영풍의 의결권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11일 비철금속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달 말 정기 주총을 열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최 회장은 ‘집중투표제 도입’을 무기로, MBK연합은 ‘지분율 우위’로 내세워 경영권이 걸린 이사회 구성 문제를 놓고 다시 한번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은 고려아연 지분 경쟁에서 영풍·MBK연합에 밀리자,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할 목적으로 호주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페레이션(SMC)을 통해 영풍 지분을 취득한 후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했다. 그 결과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는 이사 선출 등 모든 안건이 고려아연 경영진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에 반발한 영풍·MBK연합은 ‘주총결의 효력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법원은 지난 7일 해외 손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고리로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해 통과한 안건은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유효한 것으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말 예정인 정기 주총에서 양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들의 경합은 피 튀기는 대결전이 예상된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영풍·MBK연합이 40.97%를, 최 회장과 우호 지분이 약 34%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율로 보면 이번 주총에서 영풍·MBK연합이 추천하는 이사들이 다수 선임될 가능성이 크지만 집중투표제 도입 결정으로 최 회장 측도 이사 선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영풍·MBK연합은 이번 주총에서 최대 17명 이상의 신규 임원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최 회장 측과 이사 수 격차를 '13대 대 11' 식으로 2명까지 좁히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였다가 지난 1월 임시 주총을 통해 18대 1 구조로 재편됐다.


◆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 YCP 현물 출자, MBK의 홈플러스 ‘모럴해저드’가 변수

 

반면 지분율 우위에 있는 영풍·MBK연합에는 변수가 발생했다.

 

법원 판단이 나온 날 영풍은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를 신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YCP Limited)에 현물 출자했다. 고려아연이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전략을 재시도할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회사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주식 전부를 주총 의결도 없이 현물로 출자한 행위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반발했다. 중요한 자산을 양도하기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주총없이 결정한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또 고려아연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58일간의 조업정지에 더해 10일간의 조업정지를 추가해 실시하는 등 생존의 위기에 몰리며 본업인 제련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려아연 지분은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고려아연의 배당은 유일하게 돈을 버는 핵심 재원인데 주주들의 동의 없이 이전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영풍은 “상법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한 아전인수격 주장”이라고 맞받았다.


지난 4일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신용 등급 강등을 예상하며 기습적인 기업 회생 절차를 개시했다. 실적 악화에 내몰린 홈플러스를 정부에 떠넘긴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단기 이익만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행태에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고려아연 인수전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자본시장 일각에서는 홈플러스 정상화에 전력을 다해도 힘에 부칠 MBK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비철 분야 국가기간 기업인 고려아연 인수전을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MBK를 향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져 고려아연 인수 과정에 정부가 적극적인 관여를 할 가능성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이차전지 전구체’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받은 상태다. 정부는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고려아연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가 성공할 경우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이익 회수 등을 최우선으로 하는 MBK가 경영을 주도해 고려아연의 기업 경쟁력과 가치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는 결국 영풍 주주들에게도 큰 손해를 입히게 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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