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이익·자본력 바탕으로 새 출발…이재근 체제의 첫 과제는 신뢰
![]() |
| ▲ KB금융그룹 Ai 이미지 [토요경제] |
KB금융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제재금액 확정으로 장기간 이어진 경영 불확실성을 덜어냈다. 차기 회장 체제 출범을 앞두고 과거의 부담을 정리하고 신뢰 회복과 새로운 성장에 집중할 전환점을 맞았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제19차 정례회의에서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7개 은행에 과징금 3619억6000만원과 과태료 17억7800만원을 부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이환주)에 부과된 과징금은 1723억3400만원이다. 전체 은행 과징금의 47.6%로 가장 많다.
금융당국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 등을 위반한 사실을 제재 근거로 제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불완전판매 과징금 제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런데 이번 결정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과징금의 절대적인 규모보다 불확실성이 확정된 부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이 2023년 11월 검사에 착수한 이후 제재 수위를 둘러싼 논의가 약 3년간 이어졌다. 당초 1조4000억원대였던 은행권 과징금은 사실관계와 법리 검토를 거치며 여러 차례 조정됐다.
금융회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비용의 크기만이 아니다. 최종 부담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자본배분과 주주환원, 중장기 투자에도 불확실성이 생긴다.
이번 결정으로 KB금융지주(양종희)는 최소한 ELS 제재금액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제재의 적정성에 관한 판단과 별개로 경영계획을 보다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된 것이다.
재무적으로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토요경제가 앞서 금융지주 실적자료를 분석한 결과, KB금융의 지난 6월 말 기준 ELS 제재 관련 충당부채는 3609억원이었다.
이번에 확정된 국민은행 과징금과 비교하면 약 1886억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예상 부담을 충당부채로 반영해 놓은 상태에서 최종 과징금이 확정된 셈이다.
물론 이 차액이 그대로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3분기 말 충당부채 잔액과 실제 제재 대상 범위,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 등을 확인해야 한다. 향후 불복 절차 여부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의미는 분명하다. 과징금 부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기존 충당부채를 재평가할 근거가 생겼다. 실제 환입이 발생한다면 향후 손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환입을 통해 새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예상했던 비용을 정리하면서 재무적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점이다. 이것이 일회성 회계 효과보다 본질적인 변화다.
KB금융이 이러한 부담을 감당할 만한 이익 창출력과 자본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KB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조79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다. 3분기 누적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89%, 비용수익비율(CIR)은 36.4%를 기록했다.
9월 말 보통주자본(CET1)비율도 13.80%를 유지했다. 금융회사의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자본지표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은행뿐 아니라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가 그룹 이익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그룹 전체가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환원도 이어지고 있다. KB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29일 주당 1167원, 총 4049억원의 분기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동기보다 주당 배당금을 237원 늘렸다.
제재 문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서도 이익 성장과 자본관리, 주주환원이 동시에 진행됐다는 사실은 KB금융의 기초체력이 견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안정적인 자본지표만으로 향후 모든 제재 비용과 소송 위험이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제재 확정 시점이 차기 회장 선임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11일 이재근 KB금융 부문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 후보는 오는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선임 절차를 거쳐 2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국민은행장과 지주 글로벌·자산관리(WM)·중소기업(SME) 부문장 등을 거치며 은행과 비은행 사업을 두루 경험했다.
차기 회장 체제는 과거 제재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정리된 상황에서 출범할 수 있게 됐다. 경영 승계 과정에서 제재 문제가 새롭게 불거질 가능성을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환경이다.
다만 제재가 확정됐다고 해서 과거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 후보의 은행장 재직기간과 과징금 산정 대상 위반행위가 얼마나 겹치는지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회사에 부과된 제재를 개인의 책임으로 곧바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영진이 과거의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하느냐다.
ELS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은 금융상품 판매에서 수익성과 소비자 보호를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아무리 높은 이익을 창출하더라도 판매 과정에서 고객의 신뢰를 잃으면 장기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반대로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를 영업 경쟁력으로 정착시킨다면 금융사고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도 이번 제재와 함께 투자성 상품에 대한 설명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2027년 1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KB금융으로서는 이를 단순한 규제 대응으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상품 설계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소비자 보호체계를 고도화한다면 자산관리 사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새 회장 체제의 경쟁력은 기존 사업에서 이익을 얼마나 더 늘리느냐뿐 아니라 금융사고 위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성장하느냐에 달려 있다.
KB금융은 이미 그 기반이 되는 수익성과 자본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경영의 질적 변화다.
이번 ELS 제재 확정이 갖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
잘못된 판매 관행에 대한 책임은 분명하게 받아들이되, 과거의 문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불확실한 비용을 정리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며 미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과징금 확정이 ELS 사태의 모든 법적·회계적 문제를 끝낸 것은 아니다. 하지만 KB금융이 과거의 부담을 정리하고 새로운 경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문제가 전혀 없었다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수습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바꾸느냐에서 드러난다.
KB금융이 ELS 제재를 단순한 비용 처리로 끝내지 않고 경영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번 결정은 또 다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과거의 부담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KB금융이 보여줘야 할 것은 그 이후의 성장이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게임] 그라비티 동남아 출시·카카오게임즈 베타 돌입…게임업계 연말 일정 본격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029/p1065594869257214_108_h.png)




![[단독] 한수원, 대우건설과 체코 원전 결별…이사회 보고도 없었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102/p1065576673974964_535_h.png)
![[단독] EU, 한국산 셀룰로스 수입등록 발효…롯데정밀화학 수출 변수](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101/p1065610102974583_218_h.jpg)
![[단독] LS 에식스솔루션즈, 美서 중국 권선업체 수입금지 추진…ITC 조사 개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030/p1065617525096560_473_h.png)
![[단독] 현대차·기아, 英 유로7 신차 조기 의무화 철회…EU 인증도 인정](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028/p1065547170493745_562_h.jpg)
![[단독] 동아지질, 中 TBM 수출통제에도 대응 자신…자체모델 중국산 부품 10% 미만](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021/p1065604129067395_135_h.png)
![[단독] SK그룹, 美 반도체 로비에 30만달러…발라드파트너스 첫 비용 공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1020/p1065596073353966_283_h.png)




![[토요경제人] 유창수 유진증권 부회장, ‘자산 10조원·자본 1조원’ 동시 달성](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331/p1065609257520316_491_h.jpg)

![[토요경제人] ‘연중 최저가’의 굴욕을 딛다…정용진號 이마트, 고진감래 오다](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13/p1065625143194333_904_h.jpg)
![[토요경제人] 김성환 한투증권 사장, ‘경계 확장’으로 아시아 무대 겨냥](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60203/p1065597828625342_694_h.jpg)

![[토요경제人] ‘오너 3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금융부문 ‘글로벌 전략가’ 부상](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210/p1065603950795624_514_h.jpg)
![[토요경제人] 배성완 하나손보 대표의 ‘장기보험’ 전략…흑자 전환 가시화](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18/p1065604432549726_833_h.jpg)
![[토요경제人] 문화재 수장고 혁신 ‘K-스토리지’ 이끄는 대원모빌랙 ‘이종진 대표’](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121/p1065587223127645_833_h.gif)
![[토요경제人] 하림 김홍국 회장, 생산에서 유통까지 ‘가치사슬 경영’의 설계자](https://sateconomy.co.kr/news/data/20251028/p1065602999871188_165_h.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