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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김자혜 기자 |
커피 쿠폰을 준다기에 한 잔 값 벌자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십 수년간 만들어온 계좌들이 한데 모여 동창회를 열고 추억도 소환시켰다.
이렇게 여러 목적으로 웬만한 금융사에 내 명의로 된 계좌번호가 한 개 이상 만들어져 있는 것은 7~8년 전까지만 해도 계좌 발급이 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기술이 발달한 만큼 금융사기나 범죄, 대포통장, 보이스피싱도 발달하고 급증했다. 이에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미성년자, 외국인, 단기간에 여러 계좌를 만든 사람에게만 요구해 온 확인 서류 제출 요건을 2015년 이후 전체 금융소비자로 확대하는 신규계좌 이체·출금 제한 규제를 도입해 금융범죄에 대응했다.
그리고 혼란과 불편의 허송세월이 시작됐다.
새로 거래처나 급여를 위해 통장을 만들면 하루에 최대로 이체할 수 있는 한도는 30만원에 불과하다. 타행에 이체해서 쓰려면 찔끔찔끔 30만원씩 매일 이체해야 한다. 이 방법이 싫다면 직장이나 기관에서 증빙서류를 발급 받아 영업점에 가야 한다.
만기 적금이나 보증금 등 목돈을 실수로 새로 만든 한도계좌에 이체시켜도 또 증빙서류를 들고 계좌 한도 해제를 위해 영업점에 방문해야 한다. 제도 도입 이후 금융소비자들이 겪은 불편과 그로 인한 에피소드를 엮으면 몇 권의 책이 나오지 않을까.
은행 직원도 신규 계좌 한도해제 제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한 직원은 “대포통장이 한 영업점에서 나오면 금융감독원에서 (패널티가) 날아옵니다. KPI(핵심성과지표)에 반영이 되니까. 영업점 직원들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어요”라고 하소연했다.
은행 영업점은 대포통장을 막아야 하니 혹여나 내 앞에 있는 고객의 재직증명서와 제출한 서류가 위조한 것이 아닐지 의심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심려를 끼칠까 응대도 조심해야 한다. 이중고다. 여기에 특정 상품까지 제안해본다면 그 직원은 삼중고를 겪겠다.
정부도 지난해 규제의 문제점을 알고 업계에 개선을 권고했다. 서류발급을 쉽게 하거나 한도를 100만원까지 늘리는 등의 대안이다. 하지만 정책이 늘 그러했듯 소 잃고 외양간을 또 고치는 꼴이다.
애초에 여러 사안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제도를 만들지 못한 점이 아쉽다. 금융사가 금융 범죄를 막자며 만든 제도에 금융소비자와 은행 직원들의 소모된 허송세월은 더 아쉽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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