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HMM 자금 조달 무리수에 증권가 우려 목소리 커져

산업 / 양지욱 / 2023-12-21 16:20:18
신영증권 "HMM 투자의견 '매도', 팬오션은 분석 중단한다"고 밝혀
한신평 "자금조달 구조에 따라 지주사와 계열사에 재무 부담 확대"
▲ 하림지주 전북익산 본사사옥 전경. <사진=하림그룹>

 

국내 증권가가 하림그룹의 HMM 인수와 관련, 팬오션과 HMM 미래에 대해 불안한 평가를 내놨다. 하림이 HMM 인수에 필요한 6조4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HMM의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자금조달 계획에 무리한 정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홍국 하림 회장이 시총 2조원대에 불과한 팬오션에 대해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 시총의 1.5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림그룹은 유상 증자 외 부족한 자금은 인수금융으로 2조원을 조달하기 위해 대주단으로부터 3조원 넘는 인수금융 확약서(LOC)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외 선박 등 자산 유동화 1조원, 영구채 발행 5000억원 등의 자금 조달 계획이 있으며 HMM 인수 파트너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도 5000억∼7500억원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은 이를 토대로 팬오션 유상증자와 인수금융으로 4조∼5조원을 확보하고 자산유동화와 영구채 발행, JKL파트너스 지원 등까지 합치면 6조원 넘는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21일 신영증권은 HMM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추고, 팬오션에 대해 분석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지 않은 주당가치로 매각처를 확정 지은 HMM 투자 매력도가 반감됐다”며 “적정가치 1만5000원을 제시해 하락여력이 10% 이상으로 확대됐으므로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엄 연구원은 적정가치(1만5000원)에 대해 내년 추정 주당 순자산가치(BPS)에 목표배수 0.7배를 적용한 결과라 설명했다. 전날 종가(2만2100원)와 괴리율이 10%를 넘어 투자의견을 조정하게 됐다고도 했다.

팬오션 분석 중단에 대해서는 “3분기 말 별도 기준으로 팬오션은 5696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팬오션도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위한 현금지출이 있다”며 “연간 1조원 내외의 현금지출을 무시하고 보유 현금을 모두 인수자금으로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시장에 손을 벌릴 여지가 많다”고 봤다.

 

▲ 친환경 대체 연료 바이오중유 선박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같은날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팬오션이 국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을 인수한 효과를 확인하기까지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시간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한신평은 이날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팬오션 관련 하림그룹 신용도 영향을 평가하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신평은 보고서에서 "실질적인 재무 부담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인수 금액과 자금조달의 방안, 주주 간 계약 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신용도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하림그룹의 인수 주체인 팬오션에 대해 "만약 주주 간 계약상으로 팬오션이 HMM의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팬오션 자체의 재무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림지주에 대해서는 "인수 후 지배구조 등을 바탕으로 HMM의 핵심 자회사 포함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고, 자금조달 구조에 따라 하림지주와 기타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한편 증권가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하림그룹의 자산 규모는 HMM의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하림이 인수 비용을 충당하려다 HMM을 부실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내년부터 해운업계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기업이 과연 살려낼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강도형 후보자는 "'승자의 저주'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장관이 된다면 주도면밀하게 처음부터 꼼꼼히 한번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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