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中견제 위한 또다른 다자간 이니셔티브 분석 지배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도하에 뉴델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의 참석한 주요국들이 9일(현지시간) 인도-중동-유럽을 육해공으로 연결하는 미국판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공식 출범시켰다.
중국과의 첨단기술 분야를 필두로 전방위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시진핑의 중국이 세계 제패의 야심을 갖고 추진중인 일대일로 전략에 강력한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일대일로란 중국이 태평양 방향의 미국을 피해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일대)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일로)를 연계한 패권주의적 대외국책사업을 일컫는다.
2012년 후진타오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시진핑은 이듬해 9~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순방에서 일대일로 계획을 제시하며 중국의 세계패권 전략의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강력한 라이벌로 부상하자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견제의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바이든이 일대일로 계획이 공개된 지 꼭 10년만에 '미국식 일대일로'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이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미국·EU·인도·사우디 등 서명...이스라엘·요르단 동참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인도·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프랑스·독일·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 정상은 9일(현지시간)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 구상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 주도로 출범한 이 구상은 한마디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서 인도-동-유럽의 철도 및 항구 등의 인프라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MOU에는 미국, EU,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서명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이 구상에 동참한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하고 리창 총리가 대리 참석한 G20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를 위한 또 하나의 다국적 이니셔티브가 발족된 셈이다.
이 구상은 중국의 일대일로의 대응체제로 출범했지만 확장성은 더 크다. 아시와와 범 유럽의 에너지 수송 등 오프라인 무역 통로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케이블을 통해 대륙간 온라인 연결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이 구상에 포함됐다.
백악관은 "미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대륙간 교역과 청정 에너지 개발 및 수출 촉진의 통로를 구축하려 한다"면서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해저 케이블, 에너지 수송망, 통신망을 설치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바이든 "진짜 빅딜"...모디 "큰 꿈의 꿀씨앗" 강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과 함께 한 발표 행사에서 이번 구상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의 항구들을 연결하는 "진짜 빅딜"이라며 "더 안정되고 번영한 중동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오늘 우리는 커다란 상호 연결 구상을 출범시킨다"며 "우리는 미래 세대가 큰 꿈을 꿀 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뉴델리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도 "이번 구상이 '역사적'이라며 철도 연결만으로도 EU와 인도간 교역의 속도를 40% 이상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번 구상이 걸프 지역에서 유럽까지 가는 에너지와 무역 물량의 수송 시간, 비용 등을 줄임으로써 세계 무역에서 중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 등 관련국들은 앞으로 60일간 실무그룹(WG)을 통해 재원 마련을 포함,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일정표를 만들고 내년에 실질적인 재원 조달과 건설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뵜다.
전문가들은 미국 입장에서 이 구상은 민주주의 진영에 속한 인도와 유럽, 이스라엘에 더해, 중동에서 미국의 입김이 통하는 나라들을 하나로 묶어 중국 주도의 '일대일로'에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속셈을 깔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다음달 시진핑이 주재하는 다자 국제회의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최에 앞서, 바이든이 시 주석의 핵심 대외 프로젝트인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구상을 내놓은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 일대일로의 위기...시진핑의 회심의 반격카드는?
특히 바이든정부 입장에서 이 구상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 하락과 중국의 영향력 강화가 교차하는 중동에서 자국에 유리한 외교 환경을 재정비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로 올들어 중국이 앙숙이었던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며 중동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도 최근 수니파 이슬람 맹주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에 상당한 외교력을 투입하고 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에 활용할 외교적 성과로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지난 3월10일 중국 제14기 1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3차 전체회의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 주석이 헌법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시진핑이 빠진 G20 정상회의에서 인도-중동-유럽을 철도·항만과 통신으로 연결하는 미국식 일대일로 구상이 출범함에 따라 중국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의 계획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미국과 전방위 경제 패권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으로선 미국의 견제를 뚫고 아시아 유럽에서 경제적, 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선 일대일로의 구상을 더욱 공고히할 필요가 있으나, 미국의 역공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계획에 참여한 일부국가가 반기를 들고 있는 마당에 미국 주도의 더 강력한 아시아유럽벨트가 출범한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일대일로의 한 축인 이탈리아의 탈퇴설까지 나오고 있어 중국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핑이 가만히 앉아서 당할리는 만무하다. 미국식 아시아-유럽 신구상 출범에 맞춰 시진핑이 반격의 카드를 내밀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재하에 다음달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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