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출퇴근 기록 조작·삭제’에도 근로감독관은 “사측과 합의해라” 편향 논란

경영·재계 / 양지욱 기자 / 2026-03-19 16:06:06
퇴사자 A씨, 200만원 임금체불 진정… 150쪽 증거 제출에도 4개월 째 표류
현장소장 “급여 상한선 맞추려 기록 수정” 시인… 코오롱, 출퇴근 기록 제출 거부
감독관,“카톡 보고 보다 출퇴근 기록이 중요”… 진정인에게 입증 책임 전가
코오롱 “위법 없다” 구두 답변 받아… A씨 “결과는 물론 감독관 바뀐 것도 몰랐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코오롱그룹의 서비스 전문 계열사 ‘코오롱LSI(현 코오롱글로벌)가 퇴사자의 임금체불 진정 사건 과정에서 근무 기록을 위조하고 증거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김영범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사진=코오롱글로벌

  

특히 사건 담당 근로감독관이 사측의 기록 조작 진술을 확보하고도 “연장근로를 승인한 적이 없다는 회사 입장”을 전달하며 사실 판단 대신 합의를 권유한 것으로 드러나, 노동행정 공정성을 스스로 저벼렸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19일 언론보도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코오롱LSI 소속으로 마곡 원그로브‘ 복합시설에서 보안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2025년 9월 ’임금 체불‘을 이유로 퇴사한 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A씨가 주장하는 체불임금은 약 200만원으로, 근로계약서상 포함된 ‘고정OT(연장근로수당 정액제)’ 22시간을 초과한 야간 및 연장 근로와 공휴일 출근 수당이다.

A씨는 이를 입증하기 위해 약 9개월 근무 기간 밤 10시 이후와 새벽 시간대 업무보고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록 등 150쪽 분량의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반면 코오롱 측은 “체불 임금이 없다”며 근무기록일지를 제출했으나 사실과 다른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A씨가 카톡으로 업무보고를 한 날짜가 ‘미출근’으로 기재되거나, 조기 퇴근한 날이 ‘연장근로’로 기록되는 등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게다가 현장소장은 감독관 조사에서 “본사 급여 상한선 기준에 맞추기 위해 실제 근무 기록을 임의로 변경했다”고 진술하며 기록 조작을 사실상 시인했다.

근로감독관은 코오롱 측에 가장 객관적인 증거 자료인 ‘출퇴근 출입카드 기록’ 제출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기록이 삭제됐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조사과정에서 회사가 퇴사이유를 ‘개인사정’으로 임의 변경한 사실도 확인됐다.

◆ 근로감독관 편향성 논란… “사측 대변인인가” 비판 고조

사건의 공정성을 책임져야 할 근로감독관의 태도는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감독관은 사측의 기록 위조 정황을 인지하고도 오히려 진정인에게 불리한 발언을 이어갔다. 


감독관은 A씨에게 “연장근로를 승인한 적이 없다는데 사측과 좋게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라”거나 “포괄임금제는 불법이 아니다”라며 사측의 방어 논리를 그대로 대변했다.

사측이 출입카드 기록을 삭제한 것을 알면서도 “카톡보다 명확한 증거(출입카드)가 필요하다”는 모순된 주장을 펼치며 증거 입증 책임을 진정인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절차적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코오롱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위법이 없다는 1차 결과를 구두로 전달받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진정인 A씨는 어떤 결과도 통보받지 못했다. 심지어 담당 감독관이 다른 곳으로 전배된 사실도 언론 취재를 통해 알았다”고 말했다.

 

사용자에게만 유리한 정보를 먼저 흘린 셈이어서 ‘유착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 근로계약 ‘휴무일’ 명시 위반... 고정OT 외 노동시간을 ‘시간퉁치기’로 묶어버려

사측 노무 담당자의 계산 방식 역시 법적 원칙을 심각하게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근로기준법상 고정OT(Overtime)는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매달 일정한 시간(A씨의 경우 월 22시간)만큼 연장근로를 할 것으로 미리 정해두고 그에 대한 수당을 기본급과 함께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다만 고정OT에 연장근로만 명시되어 있고 야간이나 휴일근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야간·휴일 근무에 대해서는 고정 수당과 별개로 처음 1시간부터 모두 따로 계산해서 지급해야 한다.

A씨는 “코오롱이 입사부터 퇴사까지 ‘총 근무시간’을 단순 합산해 오히려 차고 넘치게 주었다라며 본인을 이해 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 달의 살인적인 초과 근로를 다른 달의 여유 시간으로 상쇄하는 이른바 ‘시간 퉁치기’ 수법으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노동법에서는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포괄임금제 오남용’ 사례로 보고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포괄임금제(고정OT)가 성립하려면 어떤 항목이 얼마만큼 포함되었는지 근로자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제반 수당을 포함한다”는 식의 포괄적 문구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하물며 특정 수당(야간, 휴일)이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면 당연히 별도 정산 대상이다.

사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정OT에 포함되지 않는 수당도 따로 계산해 더 지급했다”고 해명했으나, A씨가 공개한 급여명세서에는 관련 수당 항목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 ‘급여명세서 교부 의무 위반’ 의혹까지 더해지고 있다.

 

▲ 코오롱LSI에서 임금체불로 퇴사한 A씨 급여명세서/자료=제보자

 

여기에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유급휴일(금·토)을 무시하고 상시적으로 일·월요일에 쉬게 하는 등 ‘고무줄 휴일’을 운영하며 150%의 가산 수당 지급을 회피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한 노무 전문가는 “사측이 기록 조작을 시인했음에도 합의를 종용한 것은 근로감독관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며 “증거 보존 의무가 있는 기업이 자료를 삭제한 부분에 대해서도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관계자는 본지의 해명 요청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답변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청에서 진행되는 사건이고, 문제가 있다해도 노동지청에서 해결한 게 관행이다”라며 회피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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