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이 말하는 미래보고서는?

문화·라이프 / 김유원 / 2022-11-24 15:21:09
90주년 특별전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
백남준이 말하는 예술의 사회적 역할
▲ 백남준 Nam June Paik, 나의 파우스트-자서전 My Faust-Autobiography 1989-1991, 390x192x108cm/ 소장 리움미술관 Leeum Museum of Art, 사진=세이아트(SayArt) 제공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로 불리는 철학자이자 미디어 컨설턴트였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

그는 수많은 비디오 아트 이외에도 편지‧악보, 에세이, 기획안, 보고서 등 글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결과물을 남겼다. 그 중 1968-1979년까지 작성한 보고서는 예술작품이라기 보다는 정책서에 가깝다.
▲ 백남준 Nam June Paik, 나의 파우스트-자서전 My Faust-Autobiography 1989-1991, 390x192x108cm/ 소장 리움미술관 Leeum Museum of Art, 사진=세이아트(SayArt) 제공

지난달 13일 경기도 용인 소재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시작한 90주년 특별전 ‘백남준의 보고서 1968-1979’에는 당시 그가 작성했던 여러 문자정보가 역사를 관통해 관객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종이 없는 사회를 위한 확장된 교육’(1968), ‘후기 산업사회를 위한 미디어 계획’(1974), ‘PBS 공영 방송이 실험 비디오를 지속하는 방법’(1979) 그의 보고서 3편은 당시 사회에 던지는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화두를 담고 있다.
▲ 백남준 Nam June Paik, 꽃가마와 모터싸이클 Robot on Sedan Chair & Robot on Motorcycle 1995, 260x280x110cm, 260x300x255cm,[사진 세이아트(SayArt) 제공]

전시장 입구엔 4m에 달하는 ‘걸리버’가 관객을 맞고 있다. 거대한 로봇 형상을 한 작품은 오래된 TV와 라디오를 붙여 만들었다. 그 위엔 18개의 작은 로봇이 소설 속 소인들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이 작품은 동명소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2001년 완성했다. 작품에 설치된 브라운관들 속에선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걸리버’는 2022년 새로운 라인업에 포함됐다.


‘해커 뉴비’도 관객을 사로잡니다. 작품 제목은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해커’와 신규 사용자를 칭하는 ‘뉴비’의 합성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전자초고속도로’를 여행하는 다음 세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 백남준 Nam June Paik, 해커 뉴비 Hacker Newbie 1994, 157x110x69cm, [사진 세이아트(SayArt) 제공]

백남준의 작품에는 수레, 가마, 자전거, 모터싸이클, 자동차 등 탈 것이 종종 등장한다. 그는 기존의 교통수단을 작품에 인용하면서 미래형 커뮤니케이션인 ‘전자초고속도로’에 대한 상상력을 응집했다. ‘꽃가마와 모터사이클’은 그런 그의 상상력이 집대성된 작품이다. 화려한 네온의 모터사이클 탄 로봇과 정적인 꽃가마를 탄 로봇은 미적 대조로 과거와 미래 형상적 이미지를 구체화한다. 이 작품은 1995년 광복 50주년작이다.


‘코끼리 수레’는 텔레비전, 라디오, 축음기의 전선이 연결된 카트 위에 올라선 코끼리다. 이 작품 역시 신구 매체의 조화가 이채롭다.
▲ 걸리버 Gulliver 2001/ 신소장품 2022 New Acquisition 2022 [사진 세이아트(SayArt) 제공]

‘나의 파우스트-자서전’은 총 13개의 브라운관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각 브라운관에는 예술, 교육, 농업, 건강, 교통, 통신 등 다양한 주제가 망라돼 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그가 가야할 작가로서의 길’을 정의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과거 백남준이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그의 생각을 읽어내고 그것이 어떻게 작품으로 승화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는 2023년 3월 26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토요경제 / 김유원 기자 2022chlo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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