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 재고 약 510억원…미착품 전년 대비 증가 수급난 주장 무색
공정위, 5개 업체 조사 착수…‘선제적 폭리’ 의혹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페인트 가격을 한 달 만에 최대 55%까지 끌어올린 국내 주요 페인트 제조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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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C |
미국·이란전쟁에 따른 중동 리스크로 원자재 수급 불안과 재고 부족이 명분이지만 사업보고서에는 막대한 양의 저가 재료가 쌓여 있고 수급 라인 또한 안정적인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기획 담합’ 의혹이 커지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공업, 강남제비스코, 조광페인트 등 5개 본사와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에 조사관을 급파해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23일부터 노루페인트와 삼화페인트가 가격을 최대 55% 인상한 데 이어, KCC(다음 달 6일)와 제비스코(다음 달 1일)도 일제히 인상 대열에 합류하자, 공정위가 전격 개입에 나선 것이다.
◆ KCC, “페인트 재고 없다”는 해명… 사업보고서 ‘도료 단독 데이터’와 정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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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CC 2025년 사업보고서 중 재고자산 현황(2025년 12월31일 기준)/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시장점유율 1위인 KCC 관계자는 “사업보고서의 총 재고 수치와 페인트 원료 상황은 다르다“라며 “재고 여분이 많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부문별 상세 내역을 뜯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KCC 2025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31일 기준 전체 재고자산은 약 1조5300억원 규모다. 이 중 도료(페인트) 부문 단독 재고만 약 3795억원이며 즉시 투입 가능한 원재료가 1371억원, 이미 생산된 제품 재고도 1513억원 규모다.
특히 원료 수급 마비의 지표가 되는 ‘미착품(오는 중인 원료)’은 도료 부문에서만 224억원을 기록해 전년(169억원)보다 오히려 약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자산 회전율이 3.3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쟁 발발 한 달이 지난 현재 시점에도 공장에서는 전쟁 전 낮은 가격에 사온 원재료가 활발히 투입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같은 기간 ‘삼화페인트’ 역시 약 510억원 규모의 원재료 및 운송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한 달 만에 가격을 최대 55% 인상했다.
결국 “원료가 없어 제품을 못 만들 지경”이라는 페인트 업계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오히려 원가 상승 부담이 본격화되기 전 미리 가격을 올려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선제적 폭리’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21년 전 '나프타 핑계' 담합 판박이 의혹… 법적 책임 불가피
공정위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는 이유는 지난 2005년의 ‘학습 효과’ 때문이다. 당시에도 국내 페인트 업체들은 나프타 가격 인상을 빌미로 가격을 올렸으나, 조사 결과 영업 담당자들이 비밀리에 모여 인상 폭과 시기를 맞춘 ‘짬짜미’인것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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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화페인트공업CI |
이런 이유로 KCC(33억3800만원), 삼화페인트(22억2500만원), 노루페인트(19억7600만원), 제비스코(18억3000만원) 등 11개 업체에서 총 1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이를 전액 납부했다.
이번 2026년 인상 사태 역시 업체들이 협동조합을 창구로 사전에 인상 수위를 조율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KCC는 2025년 한 해 동안 약 1조53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미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저가 재고를 쌓아둔 채 위기 상황을 이용해 가격 폭등을 주도했다면, 21년 전보다 훨씬 강력한 징벌적 과징금과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원가 상승을 핑계로 필요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부당한 합의가 있었는지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집중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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