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빨간불 켜진 가계대출...'경제 뇌관' 우려 커지나

토요프리즘 / 이승섭 기자 / 2023-08-03 15:14:35
7월 5대 은행 대출잔액 859조 원...3개월 새 1.8조 원 증가
신용융자로 주식투자 20조 원 육박…‘빚투’충격 소환하나
경제 부담 안 되게 DSR 예외 축소 등 관리 방안 마련 필요

수그러들던 가계부채가 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올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고금리 영향으로 지난해 1월 이후 1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여왔다, 그러다 지난 5월 증가세로 전환한 뒤 3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GDP(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를 넘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 가장 높다.

가계대출 증가는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와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정책에 따른 것인데, 이로 인한 가계부채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우려를 산다.


고금리로 연체율까지 높아지면서 금융권의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아가 늘어난 대출 이자 부담 탓에 가계의 소비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속에 수출은 여전히 감소하고, 투자도 아직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 소비까지 위축될 경우 하반기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다.

증권사 신용융자 잔액도 크게 늘어나 2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가 하락 시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에 나서게 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도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감소하던 가계대출이  16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5월 이후 7월까지 3개월 새 1조8000억 원이 늘었다.<사진=연합뉴스>


■ 다시 증가세로 되돌아 선 가계부채

가계대출은 올들어 4월까지만 해도 16개월 간 줄곧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 5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679조2208억 원으로 5월 이후 3개월 연속 늘어났다. 3개월 새 증가한 금액이 1조8000억 원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6월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814조8000억 원으로 한 달만에 무려 7조 원이 불었다. 40개월 만 최대 증가치다. 이에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5조9000억 원이 늘어난 1062조3000억 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가계부채 증가도 그렇지만, 경기 둔화 속에 기준금리가 꾸준히 올라 연 3.50%에 이르면서 은행 연체율도 0.4%까지 치솟았다. 3년 여만 최고 기록이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데는 주택 구매 수요가 증가한 요인이 크다. 경기 둔화로 하락했던 집값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데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수백 대  1를 기록하는 등 분양 시장도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여기에 역전세 혼란을 막기 위해 내놓은 반환대출 규제완화 탓도 무시할 수 없다.


가계대출은 아니지만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융자)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즉 ‘빚투’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융자 잔액은 19조9000억 원대로 20조 원에 육박한다. 신용융자는 4월 CFD(차액결제거래) 계좌의 대거 매도에 따른 ‘빚투’ 종목들의 대거 한가 충격으로 18조 원 초반대까지 줄었는데,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증권사들이 대출 원금 회수를 위해 반대매매에 나서게 되면 주가 하락폭이 더 커져 결국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게 돼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 성장 발목 잡고 금융시장 부담 키워

물론 가계대출 증가는 한국은행의 3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이어 하반기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정책도 맞물린 영향이 크다.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산다.

이는 지난 1일 한국은행이 밝힌 7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 서 잘 나타난다. 금통위원들이 이날 회의에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강한 경고성 발언을 했다. 이대로 가면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경제를 더 불안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과도한 가계부채는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가뜩이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발 금융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뿐만 아니다. 가계부채 증가는 고금리 속에 이자 부담을 키워 가계의 소비 여력을 없애 경제성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또 가뜩이나 코로나 19 사태 이후 가속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산 및 소득불평등을 더욱 부추길 우려도 있다.

물론 정부가 냉각된 부동산 경기 연착륙과 둔화되고 있는 경기 회복을 위해 대출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액의 상당수가 부동산에 몰리면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던 집값을 들썩이게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를 기록하는 등 분양시장도 과열 조짐까지 보인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월 이후 3개월 새 3조 원 넘게 증가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 가계대출 규제 완화책 재점검해야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를 인상할 형편도 못 된다.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반기 ‘상저하고’(上底下高) 경제정책 운용 방침에서 금리를 또다시 올릴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는 점에서다.


지난달 미국 연준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한미 간 금리 격차가 역대 최고치인 2.0%까지 벌어졌음에도 한은이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다. 


땅정부로서도 지금 시점에서 가계대출을 다시 조이는 것은 여의치 않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대로 두기에는 경제에 미칠 리스크가 너무 크다. 역전세 대출규제 완화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 대상을 축소하는 등 대출 규제 완화책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완화 신호가 계속되는 한 불붙기 시작한 가계대출 증가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토요경제/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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