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자료 |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포털 ‘다음’을 포기했다. 이는 실패의 인정이 아니라, 김범수가 더 이상 포털을 ‘미래의 언어’로 보지 않았다는 의미에 가깝다. 다음 매각은 기술 변화에 대한 판단이자, 김범수식 경영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는 전통적으로 ‘지키는 경영’보다 ‘버리는 경영’을 택해온 창업자다. 그는 과거에도 성장성이 꺾였다고 판단한 영역에서는 미련 없이 방향을 틀어왔다.
다음 매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다음은 한때 국내 인터넷의 중심이었지만, 모바일 전환 이후 검색 점유율 하락과 광고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네이버와 구글이 검색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에서 다음은 트래픽과 광고 단가 모두에서 후발 포지션으로 밀려났고, 포털 기반 수익 모델은 더 이상 확장성을 갖기 어려웠다.
김범수의 판단은 명확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회복 가능한 자산이 아니라, 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성숙 자산에 가깝다는 인식이다.
실제로 다음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서버·콘텐츠 운영 비용은 고정비 성격이 강했고, 투자 대비 성장 레버리지는 제한적이었다.
김범수는 이 구조를 ‘개선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정리해야 할 구조’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다음의 실적 문제가 아니라, 포털이라는 사업 모델 자체에 대한 판단이다.
특히 생성형 AI와 대화형 검색이 정보 소비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국면에서, 김범수는 전통 포털이 기술 패러다임의 중심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AI 시대의 핵심은 검색창이 아니라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서비스 결합이며, 이는 포털 고도화보다 메신저와 서비스 플랫폼에 더 적합한 영역이다.
김범수가 카카오톡과 AI 결합에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을 붙들고 AI 경쟁에 나서는 것보다, 포털을 내려놓고 기술 중심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편이 장기 전략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김범수의 선택은 기업가치 관리 전략으로 해석된다. 포털 사업은 매출 규모는 유지할 수 있어도, 성장성과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제공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반면 AI·플랫폼 서비스는 불확실성은 크지만, 성공 시 기업가치 재평가 여지가 크다. 김범수는 안정적이지만 정체된 자산보다, 변동성은 크지만 상방이 열려 있는 영역에 베팅하는 쪽을 택했다.
이는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밸류에이션 스토리를 중시하는 창업자 특유의 판단으로 읽힌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다음 매각으로 카카오는 검색과 뉴스라는 공론장 자산을 내려놓게 됐고, 데이터 축적 구조 역시 일부 약화될 수 있다.
그러나 김범수의 선택은 ‘무엇을 잃느냐’보다 ‘무엇을 계속 짊어지지 않느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포털을 유지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과 전략적 혼선을 제거하고, 카카오를 AI와 서비스 중심 기업으로 단순화하겠다는 의지다.
결국 다음 매각은 김범수가 카카오를 어떤 회사로 남기고 싶은지에 대한 답에 가깝다. 그는 더 이상 카카오를 포털과 뉴스, 여론을 관리하는 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회사로 재정의하고 있다. 김범수가 다음을 버린 이유는 명확하다. 다음이 과거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이제 카카오의 가치는 포털의 회복이 아니라, 김범수가 선택한 다음 이후의 전략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2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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