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위한 금리인하 필요성에도 가계부채에 '발목'
한은 "물가 2%까지 갈길 멀어"…하반기 인하에 힘실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반>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8연속 동결이다. 기준금리 조정을 위한 금통위가 1년에 총 여덟번 열린다는 점에서, 1년 째 제자리 걸음이다.
한은은 금통위원 6명 전원일치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이 예측한 것과도 대체로 부합하는 결과다.
경기 부양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리인하에 따르는 부작용을 우려, 한은이 이러저리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 한은 "금리인하, 경기부양 효과보다 부작용 더 커"
한은이 3.5%대 일각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음에도 또다시 동결한 것은 물가와 가계부채를 보다 중요하게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소비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가안정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그러나 전달(3.3%)보다는 단 0.1%포인트(p) 하락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에 일시 반등하다 다시 둔화세로 돌아섰으나 둔화속도가 더디다. 정부의 궁극적 물가안정 목표치(2.0%)와도 여전히 1.2%p 차이다.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와 한은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점차 2%에 수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 변동의 최대 변수인 에너지, 곡물, 원자재 등의 글로벌 공급망과 수급 불안이 잔존하고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낮춰 통화량을 늘렸다가 자칫 다시 물가가 고개를 들고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한은으로서도 꽤나 불편한 시나리오다.
한은은 특히 금리인하가 곧바로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의 경기부진이 주원인이 고금리에서 비롯된 것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와관련 "현 상황에서는 금리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문제도 이번 금리동결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이유가 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금융권이 공격적인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체적인 가계부채 증가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꺾이지 않고 있다. 주담대는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4월 이후 12월까지 9개월 연속 늘었다. 지난달에만 전체 가계대출이 3조1천억원, 주담대도 5조2천억원이 더 불어났다.
◇ 당분간 금리인하 어려울듯...동결 기조 장기화
금융당국이 이에 따라 효과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부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며 금융권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주택금융공사, 은행연합회, 5대 금융지주, 금융연구원 등 유관 기관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연 것도 맥락이 같다.
|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이날 회의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금융권의 '실천'을 더욱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노력 못지 않게, 금융지주·은행권 등 전 금융권의 관심과 실천이 수반돼야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풀릴 듯 풀리지 않는 고물가와 알고도 잘 막지 못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감안하면, 현재로선 한은의 금리동결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은은 현재 물가상승률 2% 목표에 수렴한다는 증거가 확인될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의 긴축완화로의 태세 전환, 즉 '피벗'이 당초 '1분기내'에서 '하반기 이후'로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3.5%시대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은 물가안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는 고용시장의 과열이 이어지면서, 연준(Fed)의 1분기내 금리인하 기대감은 사실상 물건너 간 분위기다.
한국과 미국 모두 배경은 좀 다를지라도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3.5%의 고금리와 2.0%의 한-미간 기준금리 격차는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수출은 살아나고 있으나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며 소비가 위축, 자칫 회복불가능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불안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통화당국의 고민을 늘리는 대목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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