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시선] SK 최태원, 노태우·노소영 리스크 '여전'

은행·2금융 / 최봉석 / 2024-06-03 14:28:08
최태원 "개인적인 일로 심려끼쳐 죄송" …SK 성장史 부정한 판결은 유감"

재판부, '정경유착' 사실상 인정…이미지 훼손 불가피

▲ 사진출처 = 연합 제공

 

[토요경제 = 최봉석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참석 이유를 밝혔다.

 

최 회장은 이어 "이번 사안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 외에 엄혹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하며 사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그룹 경영에 한층 매진하고자 한다"고 전제하며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열린 같은날 회의는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까닭에,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경영진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고 사측은 전했다.

 

이번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 최고협의기구로, 최창원 의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들이 '매월 1회 모여' 그룹 차원의 주요 현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하지만 평소 회의와 달리, 이번 긴급회의는 항소심 선고 결과로 재계 안팎에서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데다, 재판부가 그룹 성장에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상당한 역할이 있었다고 인정함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대법원 상고뿐 아니라 향후 대응책 등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비록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 있지만, 2심 판결대로 1조 3808억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산 분할하게 될 경우 재계 2위인 SK그룹의 지배구조가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주식 외에 다른 형태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자산 대부분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SK㈜ 지분이다. 결국 2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지분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재판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판결을 선고하면서 최 회장이 노소영 아트세너 타비관장에게 큰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보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며, 사실상 '한국 대표 기업인'인 최 회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최 회장이 별거 후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생활하면서 최소 219억원을 지출했고, 반면 SK이노베이션이 노 관장을 상대로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위자료를 1심의 20배인 20억원으로 높였다.

 

재판부는 특히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에 유입되고 그룹 성장에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있었다"고 명시했다. 재판부가 사실상 '정경유착'을 공식 인정한 꼴로,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정경유착' 쪽으로 사실상 손을 들어주면서 그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수시로) 강조해 온 SK그룹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 회복에 상당히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그간 정유와 섬유 부문으로 출발한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이 한 단계 도약한 계기가 제2이동통신 사업 진출이고, 여기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1988년 결혼 이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 판결로 SK기업의 '실체'와 '진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심지어 기업의 출생비밀을 알게 된 대중의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SK 최태원 회장과 관련된 각종 포털 뉴스,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SNS에선 이 회사에 대한 부정적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을 정도여서, 사측의 대응이 현재와 같고, 나아가 이처럼 평판이 저하될 경우 영업실적 및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정경유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과 윤석열 대통령이 정경유착에 대해 거듭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자금 유입' '불법 자금 조성' 등의 수식어가 SK와 연결고리를 계속 이어갈 경우 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봉석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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