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대우조선 한화 품에 안기나...산은, 한화그룹과 2조원대 매각 합의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2-09-26 14:28:13
관계부처장관회의 이어 산은 이사회 매각 결론
인수주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각가 2조원대 예상
▲ 대우조선 경영권이 한화그룹으로 넘어간다. 사진은 지난 7월23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1도크 진수작업 장면. <사진=연합뉴스제공>

 

대한민국 조선업, 즉 K조선의 삼각 축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DSME)이 결국 한화그룹의 품에 안긴다.

 

인수합병(M&A)를 추진한 지 21년 만에 한화그룹으로 매각이 거의 확정된 것이다. 대우조선은 IMF 당시 대우그룹의 해체 과정에서 1999년 8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년 후인 2001년 졸업과 동시에 매각을 진행해왔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르다. 한화그룹의 인수 의지가 워낙 강한 데다가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해온 정부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한화에 매각하기로 사실상 결론 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26일 오전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우조선을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사실상 승인을 해준 모양새다. 

 

정부와 산은 측은 그간 여러 차례 K조선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구조재편을 위해 대우조선의 조기 매각을 천명한 바 있다. 향후 매도자인 산은과 매수자인 한화의 대우조선 경영권 양수도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화, 대우조선 인수 급물살 탈 듯

강석훈 회장은 26일 오후 급히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 "한화그룹과 2조원대의 유상증자를 포함한 매각합의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 방식은 스트킹호스 방식이다.

 

▲ 강석훈 산은회장이 26일 오후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스토킹호스 방식이란 한화그룹에 우선매수권을 주고, 일정 기간 동안 한화 측 제안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는 인수자가 없으면 즉각 한화 측과 본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은 기업결합심사 이슈로 인수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조선업 특성상 제3의 기업이 인수에 뛰어들기는 어려워 사실상 한화그룹으로의 인수가 결정됐다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산은은 일단 한화 측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안 나오면 올해 안으로 한화그룹과 본계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매각절차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계획대로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대우조선의 49%가 넘는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을 쥐게 된다. 2008년 조선업 진출을 위해 올인했던 김승연 회장의 14년 묵은 숙원이 풀리 게 되는 셈이다.

 

특히 한화그룹으로선 2008년 인수 추진 당시에 비해선 훨씬 싼 가격에 대우조선을 손에 넣게된다. 한화그룹의 재정상황 등을 두루 감안할 때 유상증자금 2조원 조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규모다. 

 

재계에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결합심사와 노조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는 점이다. 대우조선 노조와 하청기업 노조도 한화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 보인다. 

 

한화그룹은 2008년에도 대우조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금융위기 여파로 불발된 경험이 있다. 그런 만큼 대우조선 내부 상황과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가 그 어떤 기업 못지않게 높다. 계열사의 군수용 선박사업과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대우조선의 한화그룹 매각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막상 인수계약까지 체결하고도 세계 주요국의 기업결합심사의 벽을 넘지 못해 분루를 삼켜야 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은 마치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글로벌 조선시장의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하기 위해 대우조선 인수에 사활을 걸었었다. 이를 위해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까지 새로 출범시키며 적극적인 인수작업에 나섰지만, 총 6개국에서 통과해야 하는 기업결합심사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다.

 

조선 '新빅3' 치열한 '집안싸움' 예고

현대중공업그룹과 달리 한화그룹은 기업결합심사라는 변수로부터 자유로워 대우조선 인수 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머지않아 기존의 화학, 태양광, 방산 등에 조선이 추가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4대 핵심분야의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집단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특히 태양광, 조선, 이차전지, 방산, 원자력 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주목 받고 있는 이른바 '태조이방원' 중 3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선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대그룹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한화그룹 주력 업종의 업황이 대부분 좋아 재계 순위가 가파른 상승세를 탈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의 주요 사업은 최근 골고루 강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세계적인 태양광업체로 도약했다. 게다가 미국 현지공장을 확보,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의 대표적인 수혜업체로 주목 받고 있다.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며 방산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강점을 지닌 방산 부문에 이어 조선까지 가세할 경우 강한 시너지효과를 거두며 세계 조선 1위인 현대중공업그룹에 대한 추격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방산·조선, 한화 3각편대 뜬다

실제 한화그룹이 보유한 방산 관련 기술, 사업 등과 대우조선의 잠수함 등 특수선(군용) 사업이 맞물릴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인 태양광과 방산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및 안보위기 확산으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라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조선 역시 LNG선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조선까지 가세한다면 한화그룹의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는 국내 조선업에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주인 없는' 대우조선에 한화라는 새로운 주인이 생김으로써 대우조선의 R&D,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분위기 쇄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세계 조선시장이 LNG선 등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대우조선의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는 것은 조선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는 'K조선' 입장에서도 실보다 득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선 분야의 하나뿐인 세계 1위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K조선 빅3의 경쟁도 한화그룹의 가세로 더욱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대우조선이 21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 '주인 없는 회사'라는 꼬리표를 떼고 조선업의 '슈퍼 사이클'을 맞아 고성장세로 전환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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