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530만 배럴 우선구매권 확보…싱가포르 공급권한은 추후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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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민 알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싱가포르까지 원유 비축망을 확대한다. 중동 원유 수송 불안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산유국의 해외 저장거점 확보와 비상시 원유 우선구매권이 아시아 에너지 안보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26일 싱가포르 에너지·통상·산업부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람코(최고경영자 아민 나세르)는 싱가포르 에너지시장청(EMA), 주롱도시공사(JTC)와 원유 저장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아람코는 싱가포르 주롱섬의 지하 원유 저장시설인 주롱 록 캐번스(Jurong Rock Caverns)에 2027년 하반기부터 원유를 저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롱 저장시설은 지하 150m에 위치하며 약 900만 배럴의 액체 탄화수소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아람코가 사용할 물량과 계약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탄시렝 싱가포르 에너지·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국제에너지주간 행사에서 "이번 협력은 동남아시아 내 사우디 원유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인다(This arrangement enhances the resilience of the Saudi crude oil supply chain in Southeast Asia)"고 밝혔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도 "주요 아시아 시장에 공급을 더 가까이 배치하면 공급망의 유연성이 강화된다(Bringing supply closer to key Asian markets would strengthen the flexibility of our supply network)"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아람코가 구축해 온 아시아 원유 공동비축 체계를 동남아시아로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아람코는 이미 한국과 일본에 원유를 저장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들은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저장된 원유를 우선 구매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사장 손주석)는 2023년 아람코와 울산 비축기지에 원유 530만 배럴을 저장하는 5년간의 국제공동비축 계약을 체결했다. 평상시에는 아람코가 원유를 판매할 수 있지만 국내 석유 수급에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한국이 저장 물량을 우선 구매하는 구조다.
이는 정부가 원유를 직접 사들여 보유하는 전략비축과는 다르다. 한국석유공사는 2024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국제공동비축을 우선구매권을 확보하는 간접비축 방식으로 명시했다. 당시 석유공사는 아람코와의 계약으로 원유를 직접 매입하는 데 필요한 약 5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주목할 부분은 싱가포르의 신규 협약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저장된 원유가 공급 차질 발생 시 자국의 에너지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과 같은 우선구매권을 확보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세부 계약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국석유공사도 올해 8월 국제공동비축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비축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아람코의 싱가포르 진출이 울산 저장물량을 줄이거나 한국의 우선구매권을 변경한다는 근거는 현재 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원유를 어디에 저장하느냐뿐 아니라 위기 때 누가 먼저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람코의 아시아 비축망 확대 역시 저장 규모와 함께 국가별 공급권한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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