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여고생 피살 사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핵심 논쟁 흔드나

정치·사회 / 조봉환 기자 / 2026-07-09 13:56:24
경찰 부실수사 의혹에 법사위 심사 앞두고 ‘경찰 수사 통제 장치’ 쟁점 부상
▲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 A 경감이 8일 오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쟁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에 들어간 가운데, 이 사건에서 경찰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 수사를 누가, 어떻게 통제할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건은 지난 5월 광주에서 발생했다. 장윤기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사건을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 적용 여부가 검토됐다. 이후 검찰은 강간 등 살인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경찰 내부로 번졌다. 사건을 맡았던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그는 장윤기의 차량에서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케이블타이는 이후 장윤기 아버지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기 아버지가 현직 경찰이라는 점도 드러나면서 부실수사와 유착 의혹이 함께 제기됐다.

정치권 공방도 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을 유지하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계속하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는 개혁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확인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반드시 보완수사권이 해결 방안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찰 수사팀 배정의 공정성 확보, 보완수사요구 절차와 기한 명확화 등을 법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민의힘은 정반대 입장이다. 이번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하는 대표 사례라는 것이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누락이나 부실수사 의혹이 발생했을 때 검찰이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고 요구권만 남기면 경찰 수사 오류를 다시 경찰에 맡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법사위는 전날인 8일 민주당 주도로 전체회의를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개정안은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검사의 역할을 공소 제기와 유지 중심으로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는 대신 보완수사요구권만 행사하도록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형사사법체계는 크게 바뀐다. 경찰은 수사의 주체가 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 집중하게 된다. 정부·여당은 이를 통해 검찰권 남용을 줄이고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 중대한 흠결이 생겼을 때 이를 바로잡을 장치가 충분한지는 별도 쟁점으로 남는다.

영향은 강력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경제·금융범죄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자금 흐름, 계좌 추적, 회계자료 분석, 법리 판단이 복잡한 사건은 보완수사 필요성이 크다. 검찰이 기록 검토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발견해도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경찰에 다시 요구해야 한다면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장윤기 사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심사의 흐름을 바꿨다. 기존 논쟁의 중심은 검찰 권한 축소였다. 이제는 경찰 수사권 통제와 피해자 보호 장치가 함께 쟁점이 됐다. 부실수사, 이해충돌, 증거 누락 의혹이 발생했을 때 외부에서 점검할 수 있는 장치를 어떻게 둘지가 법안 심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회 법사위는 10일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관련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여당은 검찰개혁 입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보완수사권 폐지의 위험성을 부각하고 있다. 향후 심사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와 함께 보완수사요구권의 실효성, 경찰 수사 통제 장치, 피해자와 유족의 불복 절차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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