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日오염수' 방류 앞두고 천일염 값 폭등...'소금대란' 걱정없나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3-06-16 13:22:33
先수요 몰리며 가격 치솟아...품절 사태에 사재기현상까지
올 봄 잦은비에 생산량 줄어 '솔트플레이션' 걱정이 현실로
정부, "상황 예의주시"...전문가들 "오염수 걱정. 기우"지적
▲ 일본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자 소금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널을 뛰는 등 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14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한 대형마트 소금 진열대에 소금이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때 아닌 소금대란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염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천일염 수요로 이어지고 도매상들이 대량 선매입에 나서면서 소금 가격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주요 유통채널에선 소금판매량이 급증하고 가격이 평년 대비 60%까지 급등했다. 이에따라 일선 판매점에선 소금 품절 사태가 발생하고, 일부 도매상을 중심으로 사재기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올 봄에 유달리 비가 잦았던데다, 7월에 역대급 장마가 예고돼 천일염 생산량이 급감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선 유통업계에선 자칫 소금가격이 더욱 치솟이 이른바 '솔트플레이션'이 현실화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온오프라인 매출 급증...일부 품절에 매출 최대 14배 늘어

일본 정부는 현재 도쿄전력의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를 진행중이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르면 이달 중 내놓을 최종 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올여름 방류를 강행할 방침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정화해 바닷물에 희석 시킨 후 해저터널을 통해 후쿠시마 해안 1㎞ 바깥에 방류할 예정이다.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자 난데없이 소금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로 해산물 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었는데, 갑자기 소금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요동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온오프라인 가릴것없이 유통업계의 소금 매출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최대 대형마트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소금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가 늘었다. 이중 천일염 매출은 무려 2배 이상(118.5%) 뛰었다. 롯데마트도 같은기간 소금 매출이 전년 대비 30% 급증했다.


해산물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수협쇼핑은 품절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천일염 제품 6개 중 절반인 3개가 이미 품절이며, 나머지 3개도 주문량이 급증, 배송이 크게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점업체는 구매수량을 제한하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수협쇼핑의 인기검색어 3개는 ‘소금’, ‘천일염’, ‘천일염20㎏’ 등 모두 소금이 독차지했다.


심지어 11번가의 경우 최근 6일(6~12일)간 천일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배 늘었다. SSG닷컴과 G마켓도 지난 1일부터 2주간 천일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배와 3배 증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 강행 방침을 내놓은 이후 지난 사흘 사이 천일염을 사려는 손님들이 갑자기 몰려들어 소금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전남 신안군에서도 최근 천일염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자연히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신안군수협직매장의 경우 지난 8일부터 ‘신안천일염 2021년산 20㎏’ 가격을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소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눈길을 끈다.<사진=연합뉴스제공>

 

■ 생산량 줄어 수급불균형 심화...소금값이 최대 60%↑

소금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치솟고 있음에도 천일염 생산량은 예년에 비해 크게 감소해 소금대란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4~5월 유난히 잦은 비로 염전업계의 천일염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탓이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6일 설명자료를 내고 4∼5월 전남 지역 강수일수가 22일로 평년(15.6일)보다 많아 천일염 생산량과 판매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기상 악화로 천일염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고 말한다.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천일염 본격 생산 시기인 7, 8월에 '역대급' 장마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의하면 특히 다음달엔 맑은 날이 드물 정도로 사상 최악의 긴 장마가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따라 천일염생산업계에 긴장감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 수요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데 반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어 결국 소금가격 전체를 밀어올리고 있다. 천일염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소금가격이 전체적으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굵은소금 소매 가격은 지난 14일 기준 5㎏에 1만2649원으로, 1년 전 1만1189원보다 13.0% 올랐다. 2018∼2022년 최근 5년간 가격 중 최고·최소치를 제외한 3년 평균치(7864원)와 비교하면 무려 60.8% 상승한 가격이다.


해수부는 이와관련, "올봄에 비오는 날이 많아 천일염 생산량이 감소한 데다, 생산자들이 장마철을 앞두고 출하량을 조절, 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의 가격급등은 오염수 방류에 대비, 천일염 수요가 급증하며 전체 소금가격 상승을 유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설탕, 밀가루, 우유 등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소금가격마저 크게 뛰며 장바구니 물가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이철순 회장은 이와관련 16일 "천일염 생산자 입장에서 최근 천일염이 품귀현상까지 보이는 것은 그만큼 신안 천일염이 최고라는 방증이어서 열심히 일한 보람을 느낀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천일염 가격의 급등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안군은 매년 약 23만t가량의 천일염을 생산하는 국내 독보적인 천일염생산지다.
 

▲소금가격이 들썩이자 국내 최대 천일염생산지인 전남의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가 16일 "천일염 생산자 입장에서 급등하는 천일염 가격 상승은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일 밝혔다. 신안의 한 천일염 생산지에서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연합뉴스>

 

■ '오염수괴담' 악용 사재기 여파...정부 "시장 모니터링 강화"

천일염 수급불안에서 촉발된 이른바 '솔트플레이션' 우려감이 커지자 정부도 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일단 "천일염과 관련해 개인 구매는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 차원에서 특이한 움직임은 아직 없다"는 입장이다.


송상근 차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다만 천일염 거래량과 가격이 더욱 오른다면, 정부 수매 후 할인 방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그러나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항간에 ‘천일염 공포’가 확산하는 분위기여서 이를 틈타 일부 도매상들이 사재기에 나설 경우 소금대란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 있어 정부의 철저한 시장 모니터링과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과대 포장돼 퍼지면서 사재기를 주도하는 곳이 중간 도매상들이란 얘기다.


아울러 오염수가 천일염 생산지까지 밀려오더라도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보다 정확히 알려줘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와관련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자주 제공하는게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소통의 창구로서 브리핑을 매일 갖겠다”고 말했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후쿠시마 오염수가 국내 천일염의 방사능오염을 유발할 것이란 점에 대해선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무엇보다 삼중수소가 물의 형태로 존재, 일반적인 물과 화학적으로 동일하고 천일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은 공기 중으로 모두 증발하기 때문에 오염수의 영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 제조방식상 오염수로부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방류구에서 2~3㎞만 떨어져도 빗물에 섞여 나오는 수준으로 농도가 낮아진다”며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바닷물 성분의 약 3%에 불과한 소금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소금수요와 가격 폭등 현상은 사실과는 전혀 다른 괴담에 의해 불안감을 느낀 국민들의 선수요와 이를 악용하는 폭리를 취하려는 일부 도매상들의 사재기 현상이 빚어낸 결과"라며 "정부가 잘 대처한다면 솔트플레이션은 기우에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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