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실적 반등 넘어 디지털자산 승부수

증권·자본시장 / 임종호 기자 / 2026-06-23 13:22:16
2025년 영업이익 1474억원으로 급반등…두나무 지분 확대해 RWA 전략 강화
중형 증권사 한계 속 WM·홀세일 회복, 디지털금융으로 차별화 시도
▲ 한화투자증권 [연합뉴스]

 

한화투자증권이 실적 반등을 발판으로 디지털금융 증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올해는 두나무 지분 추가 취득을 결정하며 디지털자산 시장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규모를 앞세워 경쟁하는 시장에서 한화투자증권은 WM, 홀세일, 디지털자산을 결합한 차별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재무 흐름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한화투자증권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3조946억원, 영업이익 1473억9100만원, 당기순이익 1017억72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39억6600만원에서 급증했고, 순이익도 전년 389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부동산금융 부진과 시장 변동성으로 흔들렸던 수익성이 정상화 국면에 들어선 셈이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실적이 다소 꺾였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개선 흐름을 보였다.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6593억원, 당기순이익은 191억원이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35.9% 증가했다. 회사는 국내 주식시장 활황과 위험자산 선호 확대, AI·반도체 중심의 우호적 시장 환경이 WM과 홀세일 부문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단순한 업황 회복이 아니다. 한화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처럼 막대한 자기자본을 앞세워 모든 영역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기 어렵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자본을 어디에 배치하느냐다. 한화투자증권이 선택한 방향은 디지털자산이다.

가장 뚜렷한 행보는 두나무 지분 추가 취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136만1050주를 약 5978억원에 추가 취득하기로 했다. 예정대로 거래가 마무리되면 보유 지분율은 기존 5.94%에서 9.84%로 높아진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다.

이번 투자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로만 보기 어렵다. 한화투자증권은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와 사업 시너지 확보를 취득 목적으로 밝혔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 중개를 넘어 수탁, 정산, 기관 서비스 등 복합 금융 인프라로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이 내세운 ‘Global No.1 RWA Hub’ 비전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RWA는 부동산, 채권, 인프라, 원자재 같은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유통하는 구조를 뜻한다. 아직 제도와 시장은 형성 단계다. 그러나 전통 증권사의 상품화 능력과 디지털자산 인프라가 결합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미 디지털자산 생태계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미국 Web3 인프라 기업 크리서스, 국내 디지털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 등에 투자하며 관련 기반을 넓히고 있다. 회사가 개발 중인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바탕으로 향후 블록체인 인프라 연계와 RWA 거래 서비스에서 시너지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재무 안정성도 과거보다 나아졌다. 한국신용평가는 2025년 말 한화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이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커졌고, 이익 누적과 두나무·토스뱅크 지분가치 상승으로 자본 규모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순자본비율과 조정영업용순자본비율 등 주요 자본적정성 지표도 과거보다 개선됐다.

부동산금융 부담도 관리 국면에 들어갔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1조원 안팎에서 관리되고 있고, 대손충당금 적립과 자본 확대로 잠재 위험 부담이 완화됐다. 2022년 이후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컸던 증권업계 상황을 감안하면, 리스크 관리와 이익 회복이 동시에 나타난 점은 긍정적이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두나무 지분 추가 취득은 자기자본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대규모 투자다. 신용평가업계는 즉각적인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지만, 자본비율 하락과 지분가치 변동성 확대는 계속 봐야 할 변수다. 가상자산 거래대금, 법인 거래 허용 여부,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 속도에 따라 두나무 가치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한화투자증권의 방향은 분명하다. 실적은 바닥을 벗어났고, 자본 규모는 커졌으며, 디지털자산이라는 차별화 축도 세웠다. 증권업 경쟁이 단순 중개와 전통 IB를 넘어 토큰화 금융, 디지털자산 수탁, 기관형 가상자산 서비스로 확장된다면 한화투자증권의 선택은 중형 증권사의 한계를 보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금 대형사를 따라가는 회사가 아니라 다른 시장을 먼저 잡으려는 회사에 가깝다. 지난해 실적 반등은 체력 회복을 보여줬고, 두나무 투자로 다음 성장축을 향한 의지를 보여줬다. 관건은 이제 비전이 아니다. 이런 디지털자산 전략을 어떻게 실제 수익으로 연결하느냐다.

 

토요경제 / 임종호 기자 yimjongho19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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