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美고용 호조에 목소리 커진 '매파'...냉기 도는 韓금융시장

체크Focus / 조봉환 기자 / 2023-02-09 13:11:01
충격적 고용 호조에 매파 연준위원 득세...내달 금리인상 기조 유지 가능성
한국 증시와 환율에 단기 악재로 작용...한은, 이달 금리조정 앞두고 '장고'
▲사상 최고의 고용 호조로 미국 연준 내 매파가 득세하며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미국의 유례없는 고용 폭발에 미 연준(Fed)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이 쏟아진 여파로 올들어 봄기운이 돌던 한국의 금융시장 전반에 다시 냉기가 돌고 있다.


미국의 긴축이 좀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가 강세로 전환, 원달러 환율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기술주를 중심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약 10% 이상 상승했던 증시의 기세가 다소 주춤해졌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달 23일 기준금리 조정을 위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이 결국엔 금리를 소폭 인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은이 만약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다음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만 단행해도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1.50%로 벌어진다. 현재 한-미간 금리차는 최대 1.25%포인트, 역대 최대 금리차이는 1.50%포인트다.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미국의 긴축 중단 가능성이 컸던데다, 국내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성장률 둔화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 한은이 이젠 금리인상을 멈출 때가 됐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미국발 충격적인 고용호조에서 촉발된 매파의 득세로 일순간에 분위기가 '온탕'에서 '냉탕'으로 바뀐 것이다.

'매파 득세' 연준, 내달 '베이비스텝' 단행 확률 높아

인플레이션 둔화로 긴축 조기 완화 가능성이 커지던 금융시장이 급반전된 것은 지난 3일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 수가 51만7000명으로 집계됐다는 충격적인 발표가 계기가됐다. 이는 작년 12월(22만3000명)보다 두배 이상 늘어는 사상 최고치다. 시장의 예상치(18만8000명)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실업률도 1969년 5월 이후 역대 최저치인 3.4%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실업률은 통상 4%대만 나와도 완전 고용으로 간주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과 알파벳, 메타, MS 등 빅테크기업들이 수 만명씩 감원하고 있는 상황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지표다. 코로나19 팬데믹 절정기에 실업률이 14%에 달했다는 점과 비교해도 놀라운 반전이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경제클럽 세미나에서 "1월 고용 통계가 이렇게 강할 줄 예상 못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2년이 걸린다. 고용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파월의 긴축 옹호 발언은 연준 매파 성향 위원들에게 강한 힘을 실어줬다.

 

▲미국 고용호조에 매파들의 득세를 부치기고 있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제공>

인플레 완화 기대 속에 입지가 좁아졌던 연준 내 통화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들은 즉각 목소리를 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7일(현지시간)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통화긴축이 남긴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약간의 효과를 발휘했다는 증거가 있지만 아직 미약한 수준"이라며 "금리를 하향 조정할 어떠한 이유도 목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시카리는 총재는 FOMC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위원 중 가장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4일 온라인에 올린 글에서 상반기 예상 기준금리를 12월 점도표, 즉 FOMC 위원들의 금리 수준 전망 표에서 중간값인 5.1%보다 훨씬 높은 5.4%로 제시한 바 있다.


카시카리에 앞서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전날 연준이 종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연준 내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도 8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향후 몇 년간 충분히 제약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5거래일 연속 상승 등 韓 금융시장엔 악재

미국의 예상을 뒤엎은 충격적인 고용 호조로 인해 연준이 다음달중 빅스텝(기준금리 0.50%인상)이나 최소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연준의 다음 FOMC정례회의는 3월21~22일이며, 한국시간 23일 새벽에 결과가 나온다.


미국 고용시장 폭발에서 비롯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국내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그 여파가 전달됐다. 올들어 봄기운이 물씬 풍기던 금융시장에 갑자기 한랭전선이 형성되며, 냉기류가 흐르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경제가 상반기에 둔화 폭이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4%에서 1.1%로 내렸다.

 

연준의 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로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서자 한국 증시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8일(미 동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07.68포인트(0.61%) 하락한 33,949.01로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46.14포인트(1.11%) 떨어진 4,117.86으로 마감했다. 기술주 위주인 나스닥지수는 낙폭이 가장 컸다. 전일보다 1.68%나 밀렸다.


한국증시는 코스피가 전일 강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2시10분 현재 전일대비 0.11% 가량 떨어졌다. 코스닥은 오전 한때 776선까지 밀렸다가 오후들어 강보합세로 돌아서 전일대비 소폭(0.3%)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준의 매파 득세에 직격탄을 맞아 9일 오후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8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04% 상승한 103.335에 마감했다.

한은, 금리동결과 베이비스텝 사이에서 고민 커져

당분간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며 일시적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우량한 고용환경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긍정적인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이 사상 최고로 좋다는 것은 아직 경기가 나쁘지 않다는 방증이고, 결국 경기가 연착륙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말해 경기침체 없이 물가상승만 그리 크지 않다면 미국 경제는 얼마든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만한 잠재력이 있다는 호재성 지표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이달에만 한국증시에서 2조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하며 '바이 코리아'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지만 긴축 완화 기조가 큰 틀에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몇몇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으로 9일 개장 직후 크게 밀렸던 증시가 오후들어 빠르게 회복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제 관심은 오는 23일로 예정된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쏠리고 있다. 연준 매파들의 득세로 다음달 FOMC에서 추가 금리인상가능성이 커진 상황에 이 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한은 측으로선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금리를 동결하자니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수준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고, 경기침체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더 올리기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 고용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동결이나 인상(베이비스텝)이냐, 고민이 커진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선택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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