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미국 LNG 협력 확대로 운반선 수요 증가…한국 조선소 66% 시장 장악력 주목

체크Focus / 이강민 / 2025-09-25 13:11:31
유럽 LNG 수입 패턴 변화 뚜렷...미국산 57.7%, 러시아산 14%로 역전
클락슨 “한국, 전세계 건조 대기 물량 66% 차지”…2023년 41척 중 31척 납품
화물창·엔진 핵심기술 보유한 몇 안되는 국가, 설계부터 제작까지 종합 경쟁력
▲ 한화오션이 건조한 200번째 LNG운반선인 SK해운社의 ‘레브레사’호 운항 모습 <사진=한화오션>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유럽연합이 미국산 LNG 수입 확대를 위한 통상협정을 체결하면서 LNG 운반선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의 미국산 LNG 수입 비중이 57.7%로 급증한 가운데, 대서양 횡단 장거리 운송 증가로 운반선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의 66%를 장악한 한국 조선소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U-미국 에너지 협력 합의, LNG 운반선 수요 증가 전망

유럽연합은 지난 7월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맺으며 앞으로 미국산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들여오겠다고 밝혔다. 

 

백악관과 EU 외교안보국은 이 협정을 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산 LNG를 더 수입하기 위해 관세나 규제 장벽을 낮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합의로 인해 대서양을 건너는 화물의 양과 이동 거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똑같은 물량이라도 더 먼 거리를 운송하게 되면 선박이 더 오래 운항해야 하므로, 결국 LNG 운반선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럽의 실제 수입 패턴은 이미 변화했다. 2025년 2분기 기준 유럽이 수입하는 LNG의 57.7%를 미국이 공급하고 있으며, 러시아산 비중은 약 14%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미국이 유럽의 주요 LNG 공급원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한편 세계 LNG 거래는 2024년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이 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시점에 들어서면 새로운 생산 설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공급량이 약 7%, 즉 400억m³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이 변화를 소화할 기반도 미리 닦았다. 2022년 이후 유럽 전체에서 부유식 재기화 설비를 포함한 LNG 재기화 용량이 약 78.6bcm이 늘었고, 이 중 EU 국가가 약 70.9bcm을 차지했다. 

 

이는 독일·네덜란드·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등 주요국에서 터미널과 FSRU를 대거 증강한 덕분이다.

현재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LNG 운반선은 300척이 넘는다. 이 가운데 2025년에만 50여 척이 인도될 예정이고, 2026년에는 100척 안팎이 추가로 바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4년 인도한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한국 조선소,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 66% 장악


한국 조선소의 위상은 여전히 확고하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한국 조선소들이 전 세계 LNG 운반선 건조 대기 물량의 약 66%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 납품 실적도 이런 우위를 보여준다. 2023년에 전 세계에서 새로 바다에 나온 LNG 운반선 41척 가운데 31척이 한국 조선소에서 만들어졌다.

 

이는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품질, 그리고 제때 배를 인도하는 신뢰가 발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국이 LNG 운반선 분야에서 강한 이유는 기술력에 있다. 지금 대형 LNG 운반선에는 대부분 ‘멤브레인 탱크’라는 화물창이 쓰인다. 

 

이 탱크는 얇은 금속막과 단열재를 겹겹이 붙여서 LNG가 쉽게 기화되지 않도록 만든다. 설계부터 조립까지 과정이 복잡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팽창·수축을 잡아내야 해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엔진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천연가스와 일반 선박 연료유를 모두 쓸 수 있는 이중연료 엔진이 주류다. 한국의 한화엔진은 여기에 가변 압축비(VCR) 기술을 더한 신형 X-DF 엔진을 세계 최초로 만들기도 했다. 

 

한국은 이렇게 화물창과 엔진 두 가지 핵심 기술에서 모두 설계와 제작 경험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 한화엔진의 세계 최초로 LNG운반선용 VCR 기술이 적용된 X-DF엔진 생산 행사 현장 <사진=한화엔진>

 
인프라 확충이 핵심…도전 과제 남았지만 협력 방향성 확인

다만 유럽과 미국이 합의한 에너지 협력이 모두 현실화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아직 어렵다. 로이터 등 주요 매체와 정책 분석 기관들은 유럽이 밝힌 연간 2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에너지 조달 목표가 실제로는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정도 물량을 꾸준히 수입하려면 미국산 에너지 수출의 대부분이 유럽으로 향해야 하고, 인프라·시장 여건도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가 가진 의미는 분명하다. 미국산 에너지 도입을 늘리고 이를 위해 통관·규제 장벽을 낮추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확인된 것이다. 시장은 이를 미국과 유럽을 잇는 장거리 항로 확대의 신호로 읽고 있다.

다만 정책 신호가 실제 거래로 이어지려면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터미널과 저장 시설, 내륙 송배관 같은 인프라가 함께 확충돼야 하고, 각국의 제도적 제약도 풀려야 한다. 

 

실제로 유럽은 지난 2년여 동안 부유식 재기화 설비(FSRU)를 긴급히 들여오고 육상 터미널을 확장하면서 처리 능력을 빠르게 늘려왔다. 다만 일부 터미널은 아직 활용률이 낮아, 단순히 용량이 늘어난 것이 곧바로 수입 확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인프라 확충이 진행 중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필요할 때 미국산 LNG를 더 들여올 수 있는 즉시성을 높여주고, 장기 계약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한다. 결국 물리적 기반이 갖춰져야 이번 합의가 단기적 대응을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러시아산 가스 의존을 줄이고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LNG 운반선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업계 전반에서 구체적인 수요 전망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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